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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전남 여수시 사도(沙島), 쩍 벌어진 바닷길…‘1억년 신비’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9. 4.

[여기 어때]전남 여수시 사도(沙島), 쩍 벌어진 바닷길…‘1억년 신비’ 속으로

 

여수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

 

ㆍ현대판 모세의 기적 ‘여수 해양관광 8경’ 꼽혀
ㆍ모래로 쌓은 것 같은 7개의 섬 공룡화석지로 명성
ㆍ바위틈에 붙어사는 ‘금조개’ 또하나의 명물

모래섬 사도(沙島)는 태곳적 원시자연을 오롯이 간직한 신비의 섬이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한 섬은 세상 시름 잊고 며칠 묵어가기에 딱 좋은 곳이다.


돌담장 위로 얼굴을 내민 능수화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힌다.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할머니, 물질하는 아낙네, 싱그러운 파도소리, 길가에 흩어진 이름 없는 야생화와 어구(漁具)들. 억겁의 세월을 품은 사도(沙島)의 여름풍경은 한가롭다.
인근 거문도와 백도의 명성에 눌려 찾는 이가 많지 않지만 섬마다 태곳적 신비를 온전히 간직해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문득 세상과 절연하고 싶을 때 원시자연과 어우러져 며칠 쉬어갈 만하다.

사도(沙島)는 전남 여수가 거느린 300여개의 섬 중 하나.
해양수산청이 선정한 ‘여수 해양관광 8경’에 꼽힌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섬은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찾는 이가 많지 않아 여유롭다.

사도는 ‘바다 한 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본섬을 중심으로 추도, 중도(간도), 증도(시루섬), 장사도, 나끝, 연목 등 7개의 섬을 아우르는 작지만 큰 섬이다.
이들 섬은 해마다 음력 정월대보름과 2월 영등, 4월 말 등 연간 5~6차례 바닷길이 열리는 장관을 연출해 외지인을 불러 모은다.

7개의 섬 중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사도와 추도뿐이다.
사도 선착장에 발을 내딛자 입구에 세워진 공룡모형이 제일 먼저 반긴다.
먼 옛날 섬이 아닌 육지였을 이곳에서 ‘왕 노릇’을 했을 법한 티라노사우루스다.
때마침 방문한 ‘사도탐방단’(각 분야 예술인들로 구성된 탐방단)이 아가리를 벌리고 선 공룡 모습에 화들짝 놀란다.

마을은 포구에서 눈에 들어오는 게 전부. 25가구 45명이 담을 맞대고 살아간다.
사도 관광은 7개의 섬 중 추도와 장사도를 제외하고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좌측 해안을 끼고 돌담을 따라가면 탐방로다.
야산으로 이어진 이 길은 숲이 우거져 밀림 같다.
10여분쯤 오르자 정상이다.
깎아지른 바위절벽과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가 한 폭의 그림 같다.
햇살을 튕겨내는 쪽빛 바다도 눈부시다.
여기서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까지는 13.5㎞.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때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은 명당이다.

좌측 벼랑을 끼고 아래로 내려서면 길을 막다시피 한 거대한 소나무를 지나 해변으로 이어진다.
벼랑 아래 해안은 크고 작은 둥글둥글한 바위들로 가득하다.
모양새가 꼭 공룡알 같은 이 돌은 화산폭발 때 생긴 부산물이다.
건너편 낭도의 하얀 등대와 어우러진 풍광이 이채롭다.

마을 뒤편 해안은 ‘천년층’으로 불린다.
마치 변산반도 채석강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책을 쌓아둔 것처럼 억겁의 세월을 거쳐 층을 이룬 모양새가 장관이다.
그 아래 공룡 발자국이 어지럽다.
시조시인 한세숙씨는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이번 탐방길에 오른 것이 무척 행운”이라고 연방 감탄이다.

다시 해안을 거쳐 마늘밭을 지나 간댓섬(중도)으로 간다.
본섬과 간댓섬을 잇는 사도교 아래는 공룡들의 놀이터다.
간댓섬과 시루섬은 패각분 모래사장과 갯바위로 연결됐다.
햇살 아래 눈부신 모래밭은 양쪽에 해수욕장을 끼고 있다.
이른바 양면해수욕장이다.

거북바위


시루섬은 규모에 비해 볼거리가 꽤 많다. 그중에서도 기암이 압권이다.
입구의 거북바위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발명할 때 모티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뿐 아니다. 사람의 옆모습을 닮은 소녀바위와 얼굴바위, 돌 천장을 갖춘 야외음악당, 칼바위, 멍석바위, 고래바위, 용꼬리바위 등 자그마한 섬에 이만한 규모의 바위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신비롭다.
중턱에서 맑은 물이 솟아나는 젖샘바위는 예부터 사도의 여인들이 출산 후 젖이 모자랄 때 치성을 드렸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이중 돌과 돌 사이로 마그마가 분출돼 굳어진 용꼬리바위는 영락없는 용꼬리 모양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꼬리를 가진 용의 머리가 제주에 있는 용두암이라고 ‘주장’한다.

이곳에서 돌무더기를 따라 이어질 듯 끊어진 장사도는 1년에 2~3차례 물이 많이 빠져야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용의 척추와 같이 생긴 장사도는 척추바위, 꽃바위, 탄생굴 등 기암 천국이다.

사도교 우측 공룡발자국화석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할머니.


공룡화석지는 사도 외에 낭도와 추도에서도 볼 수 있다.
약 8000만~9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시대의 퇴적층 위에 남긴 흔적이 4000여점에 달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조각류, 용각류, 수각류 등의 공룡 발자국은 물론 규화목 등 식물화석, 연체동물 화석, 연흔 등 그야말로 자연학습장이다.
이곳의 공룡발자국은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추진 중이고 마을 돌담길은 문화재로 등록됐다.

추도 ‘용궁가는 길’ 뒤편 전경.


뱃길로 20분 거리의 추도는 돌담이 그림 같다.
주민은 김을심·장옥심 할머니와 최근 귀향한 조모씨 등 단 3명뿐.
모두 배우자를 떠나보낸 채 홀몸으로 살고 있다.
추도의 절경은 마을 왼쪽 ‘용궁가는 길’과 우측 해변을 따라 이어진 공룡발자국 화석지.
세계 최대 길이(84m)의 공룡보행렬을 볼 수 있다.

금조개


사도의 또 다른 명물은 금조개다.
햇빛에 금색으로 빛나는 금조개는 바위 틈에 붙어 산다.
물이 들면 먹이를 먹기 위해 내미는 거미손이 이채롭다.
낭도에 조성될 예정인 타임아일랜드 융·복합문화관광단지의 메인 건축물도 바로 이 금조개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진다.

사도탐방단 장석용 회장(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은 “이곳을 방문한 탐방단 모두가 사도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다”며 “사도가 품은 천혜의 비경을 널리 알리기 위해 ‘모사모’(모래섬 사랑 사람들의 모임)가 만들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 귀뜀 -

▲찾아가는 길:서울→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순천나들목→17번 국도→여수/사도는 여수항이나 백야도에서 배를 타고 간다. 여수항에서 사도까지 1시간20분, 백야도에서는 30분 정도 걸린다. 태평양해운(061-662-5454)

▲주변 볼거리:진남관, 흥국사, 선소, 거문도, 백도, 돌산대교&공원, 향일암, 오동도 등

▲먹을거리&맛집:갯장어 또는 참장어로 불리는 ‘하모’는 여수의 여름철 보양식. 회로 먹거나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데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활어를 취급하는 모든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남경(전복, 061-686-6653), 미로횟집(자연산활어, 061-682-3772) 등

▲숙박:추도에는 민박집이 없어 사도의 모래섬한옥민박(061-666-0679), 우리동네민박(061-666-9198), 남도민박(061-666-0012), 사도식당횟집(061-666-9199) 등을 이용해야 한다. 또 디오션리조트(061-692-1800)를 이용해 볼 만하다. 모든 객실이 오션뷰로 꾸며져 조망이 환상적이고 워터파크 ‘파라오션’의 색다른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문의:여수시청 관광문화과 (061)690-2036, 화정면사무소 (061)690-2606

<여수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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