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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강원도 태백 ‘금대봉 트레킹’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9. 2.

[여기 어때]강원도 태백 ‘금대봉 트레킹’

 

태백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올봄은 봄 같지 않다.
이상저온이 유독 기승을 부린 탓이다.
봄꽃도 언제 피고 졌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봄꽃나들이를 기대한 이들은 초여름을 앞두고 실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이제 막 봄이 내려앉은 강원도 태백의 금대봉(해발 1418m)은 지금부터 '꽃잔치'를 연다.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들꽃'이다.
워낙 지대가 높아 기온이 낮은 만큼 봄꽃도 늦다.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 꽃은 때깔부터 다르다.
천상에서 펼쳐지는 '꽃의 향연'은 가을까지 줄곧 이어진다.

금대봉 자락숲


금대봉은 백두대간 대덕산(1307m) 자락에 우뚝 솟은 봉우리다.
강원도 태백시 삼수동과 정선군 고한읍에 걸쳐 있다.
금대봉과 대덕산 일대는 1993년 국내 최초로 환경부가 지정한 자연생태계 보존구역.
그만큼 보호해야 할 동·식물이 많은 국내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다.


야생화 트레킹 코스는 크게 2가지.
두문동재에서 금대봉, 고목나무샘, 분주령, 대덕산을 거쳐 검룡소로 내려서거나 두문동재에서 금대봉을 거쳐 용연동굴로 내려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모두 '천상의 꽃길'이다.
이곳은 수백 종의 야생화가 가을까지 지천으로 피고 진다.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와 꼬리치레도롱뇽도 볼 수 있다. 

산행은 '싸리재'로도 불리는 두문동재(해발 1268m)가 출발점.
옛 38번 국도를 따라간다.
마고 할미탑 옆 환경감시초소를 지나 이어지는 임도는 제법 널찍하다.
은대봉을 등지고 걷는 이 길은 세찬 바람에 허리가 휜 나무들로 빼곡하다.
그 아래로 노란색 꽃이 해맑게 웃는다.
6월까지 꽃을 피우는 양지꽃이다.
무리지어 피는 산괴불주머니도 햇살을 닮은 '노란 얼굴'로 외지인을 반긴다.

얼레지


안개비 속에 이슬을 머금은 채 고개 숙인 보라색 얼레지는 자태가 우아하다. 

한쪽 잎을 내는데 4년, 두쪽 잎이 모두 나와야 꽃을 피우는 얼레지는 8년에 한번 꽃을 피우는 귀한 꽃이다.
따사로운 햇살에 꽃잎을 열어젖힌 들꽃은 이뿐 아니다.
현호색, 노라제비꽃, 태백제비꽃, 꿩의바람꽃 등도 저마다 산기슭에 터를 잡고 꽃잔치를 벌인다.

금대봉 정상비석


금대봉 대간길을 따라 2번째 헬기장에 이르면 불바래기 방화선을 버리고 신갈나무 숲길로 들어선다.
들꽃 사이로 난 외길을 따라 15분 정도 오르면 금대봉 정상이다.
정상에는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와 낙동강 발원지인 너덜샘을 품고 있다고 해서 '양강발원봉'이라는 말뚝을 세웠다.

금대봉 산불감시초소


감시초소에 올라 바라본 풍광이 시원하다.
북쪽으로 노목산과 민둥산, 지억산, 고양산, 발륜산, 문래산, 가리왕산, 중왕산, 평창 청옥산이 줄줄이 이어진다.
고적대, 삼척 청옥산, 두타산, 덕항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도 장쾌하다.

동쪽은 매봉산을 비롯해 대박등, 유령산, 우보산, 백병산, 구랄산, 면산이 낙동정맥을 따라 부산 몰운대로 내달린다.
남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은대봉에서 함백산으로 이어지는 대간의 등마루가 구름띠를 두르고 있다.
하산은 산불감시초소 뒤로 난 길을 따라간다.
처음 만나는 이정표에서 우측 급한 길로 내려서면 용연동굴이다.
야생화와 함께 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분주령과 대덕산 코스가 제격. 6월 초부터 꽃사태를 이뤄 장관이다.

박새


숲은 아직까지 잎을 내지 않은 채 앙상한 가지만 치켜세운 아름드리 나무들로 가득하다.
봄의 풍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멋쩍지만 사람의 손을 덜 탄 숲은 건강하다.
낙엽송이 융단을 깔아 푹신한 숲길은 골짜기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땅에는 멧돼지들이 심술을 부린 흔적이 역력하다.
산기슭에는 박새가 드문드문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독성이 강해 그 옛날 사약원료로 쓰였고, 재래식 화장실의 구더기를 죽이는 데도 사용된 독풀이다.

노랑무늬붓꽃


숲으로 들수록 야생화는 가짓수가 다양하다.
삭막한 고원을 '천상의 화원'으로 바꿔놓은 야생화는 1급 보호종인 노랑무늬붓꽃을 비롯해 나도범의귀, 홀아비바람꽃, 족도리풀, 노랑제비꽃, 한계령풀, 피나물, 앵초, 대성쓴풀, 쥐오줌풀, 둥굴레, 삿갓나물, 천남성, 은대난초 등. 재미난 이름만큼 모양새도 앙증맞다.

우산나물 군락


키 작은 조릿대와 우산을 접어 세워놓은 듯한 모양새의 우산나물도 군락을 이뤄 발길을 붙잡는다.
고목나무 끝자락에 뿌리를 내려 생명을 이어가는 개별꽃도 신비롭다.
대덕산에 터를 잡은 식물은 2000여종.
한국에서 자생하는 야생식물의 절반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용연동굴


급한 걸음에 손톱만한 들꽃을 놓쳤다면 아쉬워할 필요 없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용연동굴 입구에 야생화공원을 조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공원에 전시된 야생화는 300여종 2000여본.
대덕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들꽃을 분경과 화분 등으로 꾸며 놓았다.
야생화에 조예가 깊은 임상춘 관리소장의 '들꽃얘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찾아가는 길:서울→영동고속도로→원주분기점→중앙고속도로 제천IC→38번 국도→영월→사북→고한→태백→두문동재 터널 입구→옛 38번 국도→두문동재

청원사 용담


▲주변 볼거리:검룡소, 황지연못, 매봉산, 추전역, 용연동굴, 만항재, 적멸보궁, 석탄박물관, 구문소, 삼수령, 청원사 용담 등

김서방네닭갈비


▲맛집:태백한우골(한우, 033-554-4599), 정원(산채비빔밥, 033-553-6444), 허생원먹거리(감자수제비, 033-552-5788), 승소닭갈비(033-553-0708), 김서방네닭갈비(닭갈비, 033-553-6378), 마라도(복지리, 033-553-8119) 등

▲축제:'제25회 태백산 철쭉제'가 28∼30일까지 태백산도립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는 금대봉 등 다양한 트레킹코스를 일반인에게 개방해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고 태백산 산신제, 태백산철쭉등반대회, 철쭉·야생화분재전, 백두대간 MTB 라이딩, 인공암벽등반대회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이외에 철쭉가요제, 벨리댄스공연, 태백관광사진전, 곰취가면만들기, 열린체험학교 등의 부대행사도 다양하게 열린다.

▲야생화 탐방:태백의 숲해설가인 김부래씨(011-9919-3267)에게 문의하면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숙박:황지동에 위치한 오투리조트(033-580-7000)는 콘도와 유스호스텔 등 525개의 객실을 보유한 태백의 대표적인 리조트다.
스키와 골프 등 4계절 관광이 가능한 리조트는 해발 1000m에 자리해 숙박 후 생체리듬이 활발해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이외에 태백고원자연휴양림(033-550-2849), 태백산민박촌(033-553-7460) 등이 있다. 

▲문의: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5, 태백산도립공원 (033)550-2741
<태백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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