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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억겁이 빚은 예술품…평창 백룡동굴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9. 9.

[여기 어때]억겁이 빚은 예술품…평창 백룡동굴

평창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백룡(白龍)동굴'은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백운산 기슭에 뚫린 굴이다.
동강을 끼고 있어 '지하궁궐' 못지않게 '바깥세상' 또한 비경이다.
197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 영구보존을 위해 개방을 불허하다 15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억겁의 세월이 빚은 '자연예술품'은 사람의 손을 덜 탄 까닭에 온전한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더욱 신비롭고 '새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수은주가 올라가는 이즈음 동굴 안은 소름이 돋을 정도. 더위를 피하기에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백운산(883m)은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과 평창군 미탄면에 걸쳐 있다.
정선에서 흘러나온 조양강과 동남천이 몸을 섞은 동강 가운데 솟은 산이다.
동강을 두른 산은 칠족령 전망대에 오르면 발 아래 풍광이 그림 같다.

동강과 철제다리


백룡동굴은 그 산자락 해발 235m 높이에 뚫려 있다.
입구는 동강 수면 위로부터 15m 지점. 과거 동강댐 건설 계획으로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백룡'이라는 이름은 백운산과 최초 발견자인 정무룡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 붙여진 것.
34년 전 동굴을 발견한 '마하리 소년' 정무룡은 현재 동굴 맞은편에서 농사를 짓고 산다.

동굴로 가려면 문희마을을 거쳐 간다.
백운산 자락에 안긴 마을은 동강을 사이에 두고 영월땅과 마주하고 있다.
마을 끝 절매나루터에서 동굴입구까지는 동강할미꽃 군락지가 있는 절벽을 따라 철제다리가 놓였다.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는 나루터에서 줄배를 타고 다녔다.

종유관


'C'자형 모양새의 동굴은 총 연장길이가 1875m. 지질학적 나이는 5억년쯤 된다.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여 기이한 형상을 만들고 침식과 붕락작용(천장의 암석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거듭해 공간을 넓힌 전형적인 석회암동굴이다.

초입은 평창, 중간은 영월, 끝부분은 정선에 속하는 동굴은 주굴(A지역)과 가지굴(B~D지역)로 나뉜다.
이번에 공개되는 지역은 785m짜리 주굴이다.
전체적으로 높낮이가 심하지 않은 수평굴이지만 낮은 포복과 기어가는 몇몇 구간이 '탐사의 재미'를 더해준다.


동굴은 사람의 호흡이 잦으면 이산화탄소에 의해 변형되기 마련.
이 때문에 하루 입장객을 150명으로 제한한다.
탐사는 전문가이드에 의해 진행되고 내부에는 조명이나 철제구조물도 극히 제한적이다.
탐사복과 장화를 착용한 후 동굴로 들어서면 오로지 헤드랜턴에 의지할 뿐이다.
동굴보호는 물론 국내 최초로 '생태학습형 체험동굴'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동굴 전문 가이드는 박종일씨는 "동굴 오염 중 녹색오염은 빛으로 인해 생성되는 이끼류 등 식물에 의한 오염이고, 흑색은 사람의 손에서 전달되는 유기체에 의해 흑색으로 변하는 것"이라며 "백룡동굴은 사전 오염원 차단을 위해 최소한의 시설만을 갖춰 동굴의 원형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름 1m 크기의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서자 놀란 박쥐 몇 마리가 후다닥 날아간다.
초입에는 반석과 황토로 만든 구들장도 있다.
 이곳에서 발견된 숯덩이를 탄소 측정한 결과 1800년대 것으로 판명됐다고 한다.
정강이까지 차오르는 수로를 지나 200m 지점에 이르자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이 뚫려 있다. 

백룡동굴 ‘개구멍’

'개구멍'이다. 어른 몸통만한 구멍을 힘겹게 빠져나오자 동굴은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천장의 물에 의해 만들어진 종유관과 종유석, 땅에서 솟아오른 석순, 종유석과 석순이 만난 석주.

이들은 억겁의 세월동안 온갖 모양새로 기교를 부려 보는 이를 현혹시킨다. 

피아노형 종유석


물과 시간이 빚은 '자연예술품'은 다양하다.
하지만 지금껏 이름을 얻지 못한 '작품'이 더 많아 눈앞에 다가오는 기이한 형상마다 별칭을 붙여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돌만 있는 게 아니다.
'백룡동굴 종합학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동굴에는 몸통 전체가 하얀색을 띤 아시아동굴옆새우를 비롯해 반도굴아기거미 등 56종의 생명체가 살고 있다.
 

광장


거대한 바위 틈새를 비집고 게걸음으로 간다.
내부로 파고들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지하세계는 절정을 이룬다.
종유석과 석순, 석주들이 한자리에 모여 '삼라만상'을 연출한 작은 광장은 세월의 풍화가 빚어낸 기묘함에 벌어진 입을 다물기가 쉽지 않다. 

휴석


종유석과 석순이 군락을 이루고 고목나무를 베어놓은 듯한 방패형 석순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
보석처럼 빛나는 동굴산호, 꼬불꼬불한 베이컨시트, 유석(流石), 동굴진주, 동굴커튼, 석화, 부유방해석 등 눈길 주는 곳마다 황홀경이다.
어떤 것은 버섯을 닮았고, 어떤 것은 영락없는 사람 모양새다.
손 모양을 한 '신의 손', 다랭이논을 닮은 휴석(畦石)도 신비롭다. 
 

'에그 프라이형' 석순


동굴 끄트머리 막장에 이르자 드넓은 광장이 펼쳐진다.
다양한 동굴생성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종합전시관이다.
동굴 내에서 유일하게 조명이 설치된 이곳에선 노란 때깔의 '에그 프라이형' 석순을 볼 수 있다.
국내 동굴에서 발견된 것 중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를 갖춘 '명물'이다.
리모컨으로 조종되는 광장 조명과 헤드랜턴을 모두 끄자 '절대 암흑'과 '절대 고요'의 세상이다.

백룡동굴의 진가는 무엇보다 훼손이 적다는 점. 태곳적 자태를 그대로 간직해 '신비로운 동굴'의 정수를 보여준다.
'관람'이 아닌 '탐사'라는 점도 신선하다.

▲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평창읍→42번국도 미탄면 방향 12㎞→미탄면사무소→정선 방향 3㎞→우측 기화리·마하리 진입로 6㎞→진탄나루터·문희마을→절매나루터

△주변 볼거리:오대산&월정사, 상원사, 양떼목장, 방아다리약수, 이효석문학관, 평창동강민물고기생태관, 허브나라, 한국자생식물원 등

△맛집:동굴 인근에는 음식점이 없다. 미탄면 창리 대림장(033-332-3844)은 막국수와 게장백반이 유명하다.

△동굴탐사:탐사는 1회에 15명 안팎, 하루 9회로 운영하며 예약은 홈페이지(www.maha.or.kr)에서 받고 현장에서는 10% 정도만 판매한다. 체험복과 장화, 헬멧 등은 관리사무소에서 대여해주고 샤워장도 갖추고 있다. 탐사료는 어른 1만5000원, 청소년·군인 1만원.

△숙박:백운산방(033-334-9891), 동강산장(033-333-9509), 청호산장(033-334-3000), 문희민박(033-333-9435), 두룬산방(033-334-0920), 뜨라래펜션(033-333-6600) 등. 이외에 알펜시아리조트(033-339-9000), 휘닉스파크(033-330-6000), 용평리조트(033-335-5757) 등이 있다.

△문의:평창군청 문화관광과 (033)330-2399, 동강민물고기생태관&동굴관리사무소 (033)334-7200

<평창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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