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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싶다☞/♤ 도시와 산

[도시와 산] (5) 제천 금수산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9. 10.

[도시와 산] (5) 제천 금수산

충북 제천과 단양군 경계에 있는 금수산(해발 1015m)은 불운한(?) 산이다.

충북을 대표하는 월악산과 소백산이 앞뒤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청풍호반에 자리잡은 금수산은 이들 못지않은 수려한 산세와 아름다운 주변경관을 자랑한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조선중기 단양군수로 재직한 퇴계 이황 선생이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다고 해 ‘금수산’이란 이름을 지었을까.

지금은 제천시와 단양군이 서로 자기 고장의 명산이라고 자랑한다. 등산 마니아 사이에서도 소문난 산이다.

 

▲ 충북 제천과 단양군의 경계에 있는 금수산은 국립공원 월악산과 소백산에 둘러싸여 일반인들에게는 덜 알려졌지만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고 시내에서 가까워 제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산행 중간에 만나는 용담폭포는 물의 양은 많지 않지만 30m 높이에서 흘러내리는 모습이 아담하고 예쁘다.
제천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정상 조망에 감탄 절로

금수산은 찾아가는 길부터 ‘예술’이다. 제천시내에서는 82번 지방도를 이용한다.

병풍처럼 펼쳐진 산봉우리와 청풍호를 바라보며 달리는 이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최고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등산객을 맞는 금수산은 가파른 암벽 곳곳에 분재처럼 소나무가 자라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여기에 스케일도 크다.

북쪽으로 제천까지, 남쪽으로는 단양군 적성면 말목산까지 뻗어내린 긴 산줄기의 주봉이다.

주능선 상에 작성산(848m), 동산(897m) 등이 있고 서쪽으로 중봉(885m), 신선봉(845m), 미인봉(596m), 망덕봉(926m) 등을 거느린다.

이런 만큼 산행코스도 다양하다.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백운동에서 오르는 코스가 가장 인기가 있다.

단양군 적성면 상학마을로 내려오면 3시간 정도 걸린다.

하산길의 남근석 바위공원 등은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그래도 금수산의 압권은 역시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다.

앞으로 월악산 영봉이 보이고 뒤로는 소백산 연화봉이 눈에 들어온다.

삐죽삐죽 솟은 태산준령 사이로 흐르는 청풍호를 볼 수 있는 것은 금수산 정상에 오른 자만의 특권이다.

충주에서 온 박지원(35)씨는 “힘들게 올라왔지만 그림처럼 펼쳐진 광경을 보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수산을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주는 돌과 나무로 만든 다양한 크기의 남근석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몫

금수산은 제천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이다.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정도면 올 수 있어 더 친근하다.

동네 야산보다 높지만 인근의 월악산, 소백산보다 낮아 땀을 흘리고 싶어 하는 아마추어 등산객들에게 제격이다.

제천산악연맹 강석주 전무이사는 “월악산도 제천에 있지만 경북 문경과 충주에서 가까워 애정이 덜 간다.”며 “제천 사람들은 금수산을 가장 자주 찾고 또 가장 아낀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만큼 금수산은 지역경제에 쏠쏠한 혜택을 준다.

불경기에도 등산객이 줄 기미가 없다.

제천시에 따르면 2005년 26만 2070명, 2006년 29만 9839명, 2007년 31만 1739명, 2008년 35만 2721명으로 오히려 해마다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인근의 상천숯불가마, 산야초 마을 등 테마체험 마을 관광객들도 증가하고 있다.

상천숯불가마를 운영하는 김성진씨는 “주말이면 300여명이 오는데 이 가운데 20% 정도가 금수산에 왔다가 들르는 외지사람들”이라고 했다.

제천시와 단양군은 금수산에서 각종 행사를 개최하며 금수산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제천시는 해마다 4월이면 가족등산축제를 연다.

올해는 전국에서 2800여명이 참가했다.

9월에는 산악마라톤대회를 개최한다. 130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단양군은 매년 10월 금수산 감골 단풍축제를 열어 등산객을 유혹한다.

‘감골’로 불리는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감은 석회질 진흙 토양에서 자라 맛이 좋다.

농가들의 짭짤한 소득원이 되고 있다.

 

▲ 금수산의 장엄한 전경을 뒤로하고 등산객들이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

 

●전설의 고향 금수산

금수산은 전설이 넘친다. 황당하지만 재미있다. 전설을 떠올리면 산행의 재미는 배가 된다.

백운동 쪽에서 20여분 오르다 보면 금수산의 절경인 용담폭포와 선녀탕이 나온다.

제천시청 문화관광과 최광현씨는 “옛날 주나라 왕이 세수를 하다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고 신하들에게 폭포를 찾아오라고 했는데 바로 그 폭포가 용담폭포와 선녀탕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며 “선녀탕은 상탕, 중탕, 하탕으로 불리는 세 개의 탕으로 구성됐다.”고 소개했다.

 

단양군 적성면 상학마을 방향 하산길의 품달촌에 위치한 남근석 바위공원은 특별한 볼거리다. 조선 말기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 남근석을 단양군이 2000년에 실감나게(?) 복원했다. 돌과 나무로 만든 다양한 크기의 남근석 수십개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처녀들의 얼굴을 붉게 만들기도 한다. 기념사진을 찍지 않으면 후회한다.

 

단양군 적성면 김창식 면장은 “오랜 옛날 여자의 기(氣)가 강해 남자가 단명한다는 유래에 따라 품달촌에 남근석이 세워졌다고 한다.”며 “남근석이 생긴 이후 품달촌에서 신혼부부가 초야를 이루면 귀한 아들을 낳았고, 득남하지 못한 여인이 남근석에서 치성을 드리면 아기가 생겼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쪽 금수산 자락 8부 능선에 자리잡은 정방사도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의상대사가 도를 얻은 뒤 절을 짓기 위해 지팡이를 던지자 이곳으로 날아가 꽂혀서 절을 세웠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사람이 오르기도 힘든 꽤 높은 곳에 위치한 정방사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제천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무한도전의 정기 탐험가들의 고향

충북 제천은 한국을 대표하는 탐험가인 허영호(54)씨와 최종열(51)씨를 배출했다.

▲ 허영호 씨

허씨는 19 95년 12월 남극대륙의 최고봉인 빈슨매시프 정상에 올라 3극점과 7대륙의 최고봉을 모두 정복한 인류 최초의 탐험가다.

최씨는 세계 최초로 사하라 사막 도보횡단과 실크로드 자전거 횡단 기록을 갖고 있다.

이들은 제천출신 답게 금수산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허씨는 금수산을 ‘모산(母山)’이라고 부른다.

중학생 때부터 금수산을 오르며 산악인의 꿈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는 금수산에서 10여㎞ 떨어진 금성면 구룡리에서 자랐다.

금수산의 매력에 빠진 허씨는 결국 군대를 다녀온 뒤 산악인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금수산 자락에서 한 암벽 등반 연습을 기초로 삼아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3번이나 정복했다.

그에게 금수산은 정신적인 고향인 셈이다.

허씨는 금수산 예찬론자다. 그는 “산 주위로 청풍호가 흘러 정말 멋있는 산”이라며 “바위가 많고 산세가 수려해 제천의 청풍명월 이미지에 딱 맞는 산”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요즘도 두달에 한번쯤 금수산을 찾는다. 금성면 성내리에서 무암사까지 오르는 코스를 즐긴다.

추억을 되새기며 금수산을 걸으면 허씨의 마음은 가장 편안해진다. 그는 코스도 여러 개 개발했다.

국내 처음 무동력 보트를 타고 한반도 바닷길 일주 도전에 나설 예정인 최씨도 금수산 팬이다.

그는 “금수산은 산악인들의 요람.”이라며 “암벽등반할 곳이 많아 대학교 산악부 후배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제천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서울신문 2009-05-04  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