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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싶다☞/♤ 도시와 산

[도시와 산]<6> 춘천 삼악산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9. 11.

[도시와 산]<6> 춘천 삼악산

1000년 세월의 징검다리

푸른 북한강을 휘감아 돌리며 강원 춘천~서울을 잇는 길목에 삼악산(654m)이 우뚝하다.

해자를 두른 성처럼 춘천 도심의 지킴이 역할을 하는 주산이다.

삼악산은 그래서 춘천의 대문으로 통한다.

수천년 춘천을 요새처럼 지켜오며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현장이기도 하다.

삼악과 더불어 살아온 춘천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도 푸짐하다.

규모는 작지만 설악과 금강산을 연상시키는 아기자기 아름다운 자태도 일품이다.

빙하기 때 얼음이 녹으며 형성된 등선폭포 일대 기암괴석의 오묘함은 신기로움 그 자체다.

바위 틈을 헤집고 수백년은 족히 넘게 자랐을 소나무들은 생명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도시와 기막히게 어울려 한폭의 풍경화를 그려내는 삼악산은 수쳔년 동안 강원 춘천과 동고동락하며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특히 정상에서 바라보는 의암호수와 춘천시내 전경은 장관이다.
춘천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바위 절벽, 흙 능선 두 얼굴의 산

 

삼악산은 두 얼굴을 간직한 산이다.

산세가 험한 바위로 형성된 경사면이 있는가 하면 두루뭉술한 육산으로 이뤄진 능선도 있다.

헉헉거리며 바위를 기다시피 오르다 보면 어느덧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산책로 수준의 내리막이 나타난다.

해발 600m를 넘나드는 용화봉(645m), 청운봉(546m), 등선봉(632m)의 세 봉우리가 줄곧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길은 많다.

이 가운데 의암댐~등선폭포 코스를 많이 찾는다.

의암댐에서 바위를 타고 정상까지 1시간30분쯤이면 족하다.

초입의 상원사를 지나 깔딱고개쯤 오르면 한겨울에도 땀으로 온몸이 젖는다.

깔딱고개에서 8부능선까지 줄곧 암벽을 올라야 하기에 쇠밧줄과 발 디딤쇠, 철 계단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초행길이면 아찔한 등산길이다.

정상으로 오르며 의암호수와 춘천시내를 조망하는 풍광은 장관이다.

호수 위에 붕어섬과 중도, 위도 등 섬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아담한 도시와 어울러진 산과 강이 기막히다.

춘천이 호수의 도시라는 것이 실감난다.

 

주말마다 오는 차진석(47·자영업)씨는 “안개가 자주 끼어 구름 속으로 언뜻언뜻 내려다보이는 도시와 호수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며 “마치 기구를 타고 하늘을 여행하는 듯하다.”고 삼악 예찬론을 편다.

정상에서 등선폭포쪽 길은 대부분 완만한 흙길이다.

산책하듯 내려오는 ‘아침 못’에 이르면 솔향기 가득 코끝을 자극한다.

아늑한 곳이다 보니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있다.

중간에 333 돌계단을 지나 흥국사에 이르면 다시 울퉁불퉁한 바윗길이 나오고 등산길 끝자락에 등선폭포가 그림 같이 펼쳐진다.

등선폭포는 빙하시대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만들어진 계곡이다.

연이어 만들어진 폭포와 연담은 층층마다 모양을 달리한다.

깎아지른 듯 양쪽이 패어 만들어진 절벽은 하늘벽을 이룬다.

절벽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손바닥보다 작다.

하산길은 1시간 남짓 걸린다.

 

▲ 빙하시대 얼음이 녹아내리며 생긴 계곡에 있는 등선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도마뱀이 한가로이 햇볕을 쬐며 숲이 우거진 삼악산의 풍요를 즐기고 있다.

의암댐에서 등선폭포로 내려오는 2~3시간의 산행은 하늘을 날아오르는 듯하다,

마치 선녀와 함께 폭포를 여행하는 듯한 환상적인 코스다.

연인, 직장인, 동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장기형 삼악산관리사무소 직원은 “봄부터 가을까지 성수기 주말이면 2000~3000명, 겨울이면 1000명이 찾는다.”며 “정상에서 강촌쪽으로 이어지는 산성코스와 진달래코스,덕두원길 등 다양한 등산길이 있어 취향대로 산행을 즐길 수 있다.”고 자랑한다.

 

●산성 등 수천년 역사의 흔적도 즐비

 

삼악에는 수천년의 역사와 전설이 살아 숨쉰다.

오랜 세월 곳곳에 흔적으로만 남은 삼악산성과 기와조각들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2000여년 전 춘천 우두벌을 근거지로 번성했던 고대 맥국이 외세에 밀려 삼악산에 처음 산성을 쌓았다는 전설이 사실처럼 다가온다.

1100여년 전 후삼국시대 태봉국을 세웠던 궁예가 다시 삼악산성을 쌓아 한때 춘천지역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는 얘기도 전해 온다.

이후 구한 말(1896년) 춘천을 중심으로 5000~6000명의 의병들이 옛 산성을 보수하며 구국의 의지를 불사르기도 했다.

1000년 세월을 징검다리처럼 삼악산은 역사의 발자취를 하나씩 새겨 온 셈이다.

 

지금도 춘천지역 사람들은 ‘삼악산에 구름이 끼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믿는 것처럼 삼악산은 그렇게 춘천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오고 있다.

조선시대 춘천~한양을 잇는 옛길이 있는 곳이다. 1920년대 지금의 북한강 줄기를 따라 만들어진 신작로가 생겨나기 전까지 한양으로 가던 길이 삼악산으로 통했다.

지금도 옛길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덕두원이란 지명도 옛 주막이 있었다는 흔적이다.

한양에서 춘천으로 부임하던 전·현직 부사가 상견례를 하던 석파령도 있다.

우리나라 대표 신소설로 알려진 이인직의 ‘귀의 성’(1907년 만세보에 연재)의 주요 무대도 삼악산이다.

서울로 시집간 춘천댁이 본처의 질투로 죽음을 당한 뒤 삼악산에 묻혀 봄만 되면 새가 되어 구슬프게 운다는 내용이다.

지금도 삼악 산행길에 새소리만 들려도 소설속의 춘천댁이 그려진다.

문학평론가 김영기(72) 씨는 “삼악산은 뛰어난 풍광과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산으로 조만간 고속도로와 복선전철이 개통되면 곤돌라 등을 설치해 새로운 춘천의 관광자원으로 크게 기대되는 산이다.”라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서울신문 2009-05-11  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