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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산행코스 | 충청도의 산] 칠보산 779m 충북 괴산군 칠성면 / 월간 산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10. 1.

[주말산행코스 | 충청도의 산] 칠보산 779m 충북 괴산군 칠성면

 

낙락장송과 기암이 버무려진 동양화 한 폭
쌍곡구곡을 풀어놓은 속리산국립공원의 아담한 명산

절정의 무더위를 견디다 못해 무더위 속으로 몸을 던진다. 여름도 이제 고지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짧은 이동거리와 위용을 갖춘 큰 산의 자태, 서늘한 골바람이 회오리를 치는 깊고 푸른 계곡, 폭포와 너럭바위를 지나는 청수에 발을 담그면 오싹한 냉기에 무더위도 한순간 사라지는 곳. 쌍곡계곡이 있는 보배산(보개산)을 가기로 한다. 그러나 보배산은 2017년 2월까지 휴식년제에 묶여 있다는 정보를 접한다. 보배산의 능선이 이어지는 바로 옆 칠보산으로 산행지를 변경한다. 오늘 산행은 윤태동씨와 나순결, 권은숙, 권오식, 이영순씨와 함께한다.

▲ 안장바위를 시작으로 암릉지대에 동양화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보배산이 그림처럼 솟았다.
칠보산 역시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괴산 35명산 중의 하나다. 중부고속도로 증평나들목을 빠져나와 증평, 괴산을 지난 차는 34번 국도를 타고 칠성, 문경 방면으로 한참을 달린다. 517지방도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회해 속리산국립공원 매표소를 지나 쌍곡계곡으로 들어선다. 괴산 팔경의 하나인 소금강을 지나면서부터 피서지의 유감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주변 숙소에서 밤을 보낸 피서객들이 일찌감치 잠에서 깨어 산책을 하고 있다.

▲ 칠보산 정상. 화려하진 않지만 소담한 식사터로 좋다.
쌍곡구곡은 칠성면 쌍곡마을부터 제수리재에 이르는 10.5km 구간으로 호롱소, 소금강, 떡바위(병암), 문수암, 쌍벽, 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마당바위(장암) 등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송강 정철 등 당시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이곳의 풍광을 좋아해 즐겨 노닐었다는 명소다. 군자산 들머리이기도 한 소금강 주차장과 떡바위 산장을 지나면 도로 좌측으로 칠보산 들머리를 알리는 안내판과 게시판들이 있다. 국립공원지역답게 금지행위에 대한 게시판의 내용이 사뭇 엄중하다.

▲ 칠보산 산행은 소나무와 암릉이 어우러져 산행이 지루할 새가 없다.
계류를 가로지른 목조다리를 건너 지계곡을 따라 걷기 시작하는데 산길 초입에 노란망태버섯이 얌전히 피어 있다. 어디 한군데 다치지 않은 온전한 노란망태버섯의 자태가 고맙기까지 하다. 송이버섯 산지로 유명한 칠보산에 노란망태버섯을 시작으로 버섯축제라도 벌인 듯 다양한 버섯들이 속속 모습을 보인다. 달걀버섯, 운지버섯, 싸리버섯, 그물버섯, 우산버섯, 무당버섯, 광대버섯, 기와버섯… 일행의 입에서 버섯 이름 아는 건 다 나온다.

▲ 돌고래 바위를 지나 살구나무골로 내려서는 길의 철계단. 시설물이 설치되기 이전의 자연미와 짜릿한 스릴이 그립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버섯을 발견한 사람은 자신의 닉네임을 붙이다가 나중에는 버섯의 모양이나 색깔에 따라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붙이기 시작한다. 결버섯, 바람꽃버섯, 리산버섯, 테리버섯, 캔디버섯… 카스테라버섯, 곰보빵버섯, 슈크림볼버섯, 맘모스버섯… 꽃 못지않게 예쁘고 화려한 버섯들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고 지나치려니 후회가 막심하다. 무더위는 물론 말발굽소리를 내며 쏟아질 소나기에 대비해 메인카메라 대신 서브카메라를 들고 나왔으니 버섯접사는 불가능하다. 아쉬움에 몇 컷 당겨 담아보지만 접사는 어림도 없다.

▲ 거북바위 주변. 곳곳에 펼쳐지는 조망터의 풍광이 무시로 산객의 발길을 잡는다.
울창한 숲 사이로 지계곡을 두 번 건너고 목조계단과 바윗길을 지난다. 조망점 하나, 바람 한 점 없는 오르막길이다. 그러나 길 양쪽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다양한 버섯들과 바위와 어우러진 노송들로 인해 지루한 줄 모르고 걷는다. 오늘은 최대한 땀을 아껴 느리게 걸으며 여름 산을 만끽하자고 작정한 날. 떡바위에서 정상을 거쳐 살구나무골을 따라 절말(쌍곡계곡 주차장)까지 약 8km의 거리로 보통 걸음으로 4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고무줄처럼 늘려 걷는다.

오래 전 어느 과학자가 마추픽추를 탐사하던 중에 있었던 일화다. 갈 길은 먼데 한 무리의 짐꾼들이 걸음을 멈춘 채 움직이지를 않더란다. 마음이 급한 과학자가 거듭 재촉을 해도 소용이 없더란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다시 걷기 시작하는 짐꾼들에게 이유를 물으니 그들이 대답하기를, 그렇게 빨리 걸으면 영혼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대답하더란다. ‘충청도의 산’팀은 마추픽추의 짐꾼 같다. 산에 들면 특별한 일이 없는한 느긋하게 자연을 소요한다. 자연에 깃들어 있는 순간순간의 황홀을 온 몸으로 느끼며 감격하며 느리게 걷는다.

청석재 턱밑까지 끈질기게 따라오던 맑고 어여쁜 계류가 슬그머니 사라진다. 가지버섯, 광대버섯, 그물버섯들이 자주 눈에 띄는 길은 어느새 청석재에 다다른다. 사방 조망이 터지면서 가파른 경사에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노송과 고사목이 자아내는 절경은 동양화가 따로 없다. 청석재는 보배산과의 갈림길이다. 멋지게 늙은 10여 그루 노송이 나아갈 방향을 일러주듯 한 줄로 늘어서 있다. 노송 앞을 지나 우측 능선으로 접어든다.

▲ 살구나무골에서 주차장으로 이어진 하산길.
청석재에서 정상까지는 고작해야 0.6km지만 쉽지 않은 난코스다. 풀숲에서 고개를 길에 빼어든 노란 원추리 꽃송이의 자태가 곱다. 안장바위에서는 보배산 능선이 코앞에 버티고 있고 좌측으로 군자산이 보인다. 중절모바위에 이르면 덕가산의 품에 안긴 천년고찰 각연사가 한눈에 조망된다. 각연사에서 청석재로 오르는 길은 지역주민들의 식수원보호를 위해 폐쇄한 구간이다. 식수원보호, 위험구간, 또는 휴식년제 등을 이유로 폐쇄된 등산로에 원망보다 먼저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는 비로소 인간의 발길에서 놓여나 평화 속에 자연의 본성을 회복할 저들의 엄청난 자생력을 믿는 때문이다.

▲ 살구나무골은 신선폭포, 강선대, 쌍곡폭포 등 여러 폭포가 산객의 더위를 잊게 한다.
버선코바위에 이르면 누구라도 배낭부터 내려놓는다. 멋들어진 노송에 둘러싸인 기암의 절경 속에 여기 저기 자리 잡고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산객들도 그대로 한 점의 풍경이 되고 만다. 여기까지 올라온 수고를 달래주려는 듯 잠시 평탄한 길이 이어지다 정상에 닿는다. 산객들은 정상석 주변이 아닌 반대쪽에 몰려 있다. 폐쇄된 구봉코스의 비경이 발아래 펼쳐지는 곳이다. 거기 시야를 가로막으며 사방을 둘러친 흰 줄. ‘탐방로 아님’, ‘위험’, ‘추락주의’를 알리는 표지판이 주렁주렁 매달린 저 울타리만 없다면… 그러나 나도 알고 그대도 안다. 위험지대와 안전지대의 경계에 놓인 저 흰 줄 한 가닥의 엄중한 힘을.

멀리 운무 속에 봉우리를 감춘 백두대간의 희양산과 구왕봉, 장성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배경으로 낙락장송과 기암 앞에 유아독존 인증 샷을 찍는 일은 주변의 바위에 둘러쳐진 흰 줄의 방해로 인해 여기선 재미가 없다. 그러나 실망은 금물, 정상을 지나 살구나무골로 하산을 시작하면서 정상에서의 서운함은 몇 곱절 보상받는다.

암릉지대에 가파르게 놓인 철계단을 내려서기 시작한다. 동양화 화폭 같은 길이 굽이굽이 급경사길이다. 국립공원관리구역답게 곳곳에 안전을 위한 설치물이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마당바위 조망터의 절경이 다시 한 번 산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저만큼 앞서가던 윤이 묵은 낙엽더미에서 무언가를 찾아내 일행을 불러 모은다. 윤의 손바닥에 놓인 동충하초 뿌리 부분엔 썩어 흙이 된 노린재의 두 눈이 그대로 선명하다.

절말과 각연사와 악휘봉으로 갈리는 사거리 안부는 마당바위에서 20여 분 거리다. 각연사와 악휘봉 방향 등로 역시 폐쇄구간이다. 가지 말라니 더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후일 황홀한 만남을 기대하며 미련을 버리고 살구나무골로 접어든다.

고도를 완전히 낮춘 산은 울창한 숲길로 이어진다. 달걀버섯군락과 세발버섯의 출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일행은 얼마 안 가 탄식의 비명을 내지른다. 누군가 노란망태버섯군락을 참혹하게 짓밟아 놓은 것이다. 보기도 아까운 것을 저리 짓밟아 뭉개놓은 심리가 궁금하다.

살구나무골 계류를 따라 내려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차고 맑은 물 속으로 뛰어든다. 하산길은 서너 번 계류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신선폭포와 강선대, 쌍곡폭포를 만난다. 탐방지원센터의 화장실은 정갈하기 이를 데 없고 맞은편 쌍곡폭포의 물빛은 여전히 차고 맑다.

 산행길잡이

○ 떡바위~문수암골~청석재~정상~마당바위~안부사거리~신선폭포~강선대~쌍곡폭포(탐방지원센터)~쌍곡휴게소(절말)

산행가이드  일곱 개의 봉우리가 보석처럼 아름답다 하여 칠보산, 옛날에는 칠봉산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쌍곡구곡 매표소를 지나면서부터 숨이 막히는 절경이 펼쳐진다. 속리산 국립공원지역으로 입산통제구간이 많다. 보배산에서 칠보산으로의 연계산행도 2017년 2월까지 불가능하다.

각연사에서 청석재까지의 구간도 식수원보호를 이유로 통제되어 있다.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환상의 구봉코스 역시 통제구간이다. 떡바위에서 청석재, 정상, 정상에서 각연사와 덕가산, 악휘봉으로 갈리는 안부사거리를 거쳐 살구나무골(절말)로 내려오는 구간과 장성봉 구간만 열려 있다.

빠른 걸음으로 3~4시간, 느린 걸음이면 5시간 이상 걸리는 짧은 코스이나 큰 산의 위용을 아낌없이 갖추고 있는 산이다. 살구나무골을 기점으로 오르게 되면 고개를 뒤로 젖혀야 보이는 가파른 바위산의 위용에 지레 질릴 것이나 노송과 바위가 빚어내는 동양화 같은 절경에 힘드는 줄 모르고 오르는 산이다. 위험구간엔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노약자나 가족산행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단 노약자의 산행시에는 충분한 식수와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

산행 후 쌍곡계곡에서의 물놀이와 주변 드라이브까지의 하루 일정이 황홀한 곳이다. 봄가을 건조기에는 입산이 통제된다. 산에 오르지 못하는 일행을 배려한 쌍곡휴게소 원점회귀 산행도 좋으나 떡바위에서 쌍곡휴게소까지의 거리가 불과 1km이므로 절말을 기점으로 떡바위로 하산해 합류하는 것도 좋다.

교통

○ 대중교통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괴산시외버스터미널간 버스가 1일 18회(1시간 50분 소요) 운행한다. 괴산터미널에서 칠성 쌍곡행 버스는 1일 4회(30분 소요) 06:20, 08:30, 13:45, 18:40 버스가 있고 쌍곡에서 괴산으로 나올 때는 06:50, 09:00, 14:15, 19:10 버스가 있다. 아성교통(043-834-3354)

○ 승용차

중부고속도로~증평IC~괴산~칠성~쌍곡 / 중부내륙고속도로~괴산IC~가물(장연)~칠성~쌍곡

숙식 (지역번호 043)

숙소는 송화펜션(832-5595), 서당골사랑방펜션(832-1253), 떡바위산장펜션(832-9984)이 있다. 식당은 토종닭도리탕, 오리탕, 산채정식이 주메뉴인 덕암식당(832-5696), 백숙, 오리탕이 주메뉴인 한수식당(832-5596), 도마골식당(832-5783), 자연산 버섯찌개와 매운탕이 별미인 쌍곡휴게소가든(832-6667)이 있다. 괴산방면으로 유명한 맛집이 많다. 매운탕, 민물고기찜, 쏘가리회 전문인 괴산매운탕(833-7984), 오리탕, 민물회, 민물매운탕 전문인 괴강관광농원(832-8877)


/ 글·사진  차은량 수필가. 산문집 <꽃멀미>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