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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천년의 숨박꼭질 속에 만난 그대와 나 - 이정하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2. 19.
 

                                                   

 

 

   

 

 

 

 

 

 

 

 

천년의 숨박꼭질 속에 만난 그대와 나 - 이정하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던 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 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 때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