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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다도해 기행] <6>완도 청산도 - 코스모스 따라 돌담 따라 걸어라… 최대한 느리게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9. 12.

[그 섬에 가고 싶다, 다도해 기행] <6>완도 청산도

코스모스 따라 돌담 따라 걸어라… 최대한 느리게

  • 청산도=권경안 기자 
  • 입력 : 2013.09.12 04:00
 
전남 완도 청산도 당리 언덕배기에서 내려다본 도청항 전경. / 웹진 ‘남도진’ 제공

고대 동아시아 바다를 주름잡았던 장보고의 동상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전남 완도항.

제주행 여객선과 크고 작은 배들이 완도항을 드나들고 있었다.

철부선은 푸른 바다를 가르며 청산도를 향해 나아갔다.

호리병처럼 깊숙하게 자리한 청산도의 관문 도청항에 닿았다.

항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도청항 미항길을 따라 올라간 당리의 언덕배기. 그 앞에는 한 폭의 그림이 펼쳐져 있었다.

온통 푸른 산과 바다가 발밑으로 병풍을 두른듯했다.

지금의 이름 '청산(靑山)'도 좋고, 예전에 불렀다는 '선산(仙山)'도 좋았다.

노송들 사이로 가을 바람, 바닷바람이 불었다.

그 언덕배기가 '뷰 포인트'였다.

가을의 청산도는 푸르렀다.

당리 언덕배기는 코스모스로 가을의 서정을 물씬 뿜고 있었다.

당리는 코스모스뿐 아니라 돌담(청진산성)이 에워싸고 있었다.

성곽을 밟으면 소원 한 가지씩 떠올리는 재미도 있었다.

당리 언덕에서 화랑포(花浪浦)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란도란 얘기하며 산허리를 걸었다.

화랑포로 가는 길은 느리게 걸을수록 좋았다.

'먼바다에서 파도가 치면 꽃처럼 일렁인다'고 화랑포라 했다 한다.

'느린 섬(슬로 시티)' 청산도는 섬 어디를 걸어도 그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가꿔놓은 길이 11개나 된다.

고인돌길, 범바위길, 돌담길, 구들장길, 들국화길, 해맞이길, 단풍길, 노을길 등등.

청산도 보적산 정상 아래에는 '범바위'가 불쑥 솟아 있다.

범바위는 강력한 자기장이 흘러나와 나침반이 방향을 잃는 곳.

이곳에서 '기(氣)'를 받으려고 오르는 이가 많았다.

범바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수평선이 아스라이 멀어 보이고, 멀리 구름 속에 섬(여서도)이 떠 있었다.

청산도에서는 '느리게 천천히 걸어야 한다'.

절경에 취해, 청산도를 다 걷고야 말겠다는 욕심은 내려놓아야 한다.

청산도 마을 곳곳에는 돌담이 구불구불했다.

지붕은 푸른색과 빨간색 두 가지가 어울려 수채화 같았다.

마을 앞이나 산비탈에는 다랭이논이 많았다.

계단식 다랭이논들은 한 뼘이라도 농지를 넓혀보려는 땀방울의 산물.

 "청산도 큰애기는 쌀 서 말도 못 먹고 시집간다"는 말이 있듯 쌀이 귀했었다.

그래서 산비탈의 크고 작은 돌을 걷어내고, 평지를 만든 다음 구들장 돌을 깔았다.

그 위에 진흙으로 틈을 메우고, 다시 흙을 덮어 논을 만든 것이었다.

 이 구들장논이 국가농업유산 제1호다.

청산도에는 민박과 펜션이 마을 곳곳에 들어서 있다.

소라와 전복, 함초와 미역 맛이 으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