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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다도해 기행] <3> 보성 장도 - 여자만(汝自灣) 고운 뻘엔 꼬막과 역사가 숨어있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5. 12.

여자만(汝自灣) 고운 뻘엔 꼬막과 역사가 숨어있다

  • 보성=권경안 기자 
  • 입력 : 2013.05.09 04:00

[그 섬에 가고 싶다, 다도해 기행] <3> 보성 장도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 움직이려면 이 뻘배를 타야 한다.
왼쪽 무릎 관절을 널빤지에 고정하고, 오른발로 뻘을 박차면 앞으로 나간다.
여수와 고흥반도로 둘러싸인 여자만 깊숙한 곳 장도 주위에는 갯벌이 고와 참꼬막이 생산된다. / 잡지 ‘남도진’ 제공

 

벌교 갯벌에 연하여 불쑥 뛰어나온 뭍이 장암리다. 장암리 대룡마을에 딸린 항이 웃나루(上津·상진항). 이곳에서 배 타고 30분가량 물살을 갈라도 바다는 여전히 포근하다. 순천만이라고도 부르는 여자만(汝自灣) 깊숙하게 박혀 있는 섬 장도를 찾아가는 길은 아늑했다. 양쪽으로 여수반도와 고흥반도가 만을 꼭 껴안고 있는 듯했다.

전남 보성에는 유인도가 4개다. 그 중 장도가 가장 크다고 했다. 한때는 왁자지껄했을 학교가 이젠 전교생이라곤 2명. 두 군데로 마을이 나뉘어 200여명이 옹기종기 살고 있었다. 간척지에는 마늘과 땅콩이 자라고, 모판에는 벼가 싹트고 있었다. 조선 세종 때 코끼리가 한때 살기도 했다. 류큐(琉球·오키나와) 왕국이 코끼리를 보내오자 이곳에 놓았더니 눈물 흘리며 먹이를 먹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주민들은 주로 꼬막을 잡아 살림밑천을 삼아왔다. 부수마을 앞이 꼬막 잡는 갯벌. 억척스러운 어머니들은 뻘밭을 누비며 자식들을 키웠고, 살림을 늘려왔다. 전라도 토속 별미의 한자락을 차지하는 쫄깃쫄깃한 꼬막의 본산이라는 자존심이 배어 있었다.


	장암리 앞 갯벌 꼬막 채취 모습과 꼬막
1 장암리 앞 갯벌에서 꼬막을 채취하고 있다. 일정한 크기가 된 것만 갈퀴에 걸려 남게 된다. 이것을 용기에 담아 뻘배에 싣고 뭍으로 나온다. / 2 보통 5년가량 커야 성패(成貝)가 돼 식탁에 오른다. / 보성군청·잡지 ‘남도진’ 제공
다시 장암리로 돌아왔다. 찾아간 곳은 장암리에서 장도가 보이는 갯벌지대. 여자만 깊숙한 갯벌에서 장암리와 대포리 앞바다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 여정은 '꼬막의 길'.

"이곳은 참뻘이오."

그냥 갯벌이 아니라 한다. 모래 알갱이가 전혀 없는 '순수한 점질 갯벌'이란다. 장도 쪽으로 펼쳐진 갯벌이 넓고도 넓은 평야 같았다. 물이 빠진 평야에는 곱디고운 뻘밭이 아득했다.

"어떤 갯벌보다도 입자가 작아요. 깊이는 또 어떤데. 뻘을 쑤셔보니 21m까지 들어간 적도 있었어요."

장암리 '뻘박사' 장동범씨는 "건강한 자연환경에서 자라는 이 뻘꼬막과 한평생 살아왔다"고 했다. 아예 그는 꼬막·갯벌체험장을 운영하며 외지인들에게는 더 할 수 없이 충실한 안내역을 맡고 있었다. 그는 "갯벌체험이 '뻘짓거리'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벌교 갯펄축제를 처음 제안하고 10여년 실행해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되돌아온 벌교 읍내. 역전에서는 꼬막을 도소매하는 업소들이 즐비했고, 시장은 떠들썩했다. 여전히 붐비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는 이보다 더 잘나가던 때가 있었다. 일제가 전남 동부권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일본으로 실어나르기 위해 개발했던 포구도시가 벌교였다. 식민개발도시 목포·군산과 같았다. 갯마을 벌교는 전남 동부권 사람들이 이합집산하고 일본인들이 득세하는 도시로 발전했다. 1930년대 무렵이 전성기였다. 읍내 거리 곳곳에 꼬막 맛을 알리는 간판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

"벌교에 왔으면 꼬막 맛을 봐야제."

꼬막 음식점들 사이로 일제강점기의 건물들이 곳곳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풍경만 보아도 숱한 역사의 이면이 속삭이는 듯했다. 위승환 전 벌교읍장은 "이곳의 별미 꼬막 요리를 정식화해서 솜씨가 더 발전했다"며 "음식의 맛, 꼬막의 맛으로 지역에 얽힌 역사를 되새기게 된다"고 했다. 장도와 장도 앞 장암리 주변의 여자만 깊숙한 갯벌에서 나는 꼬막은 지역의 또 다른 상징어였다.


	장도 위치 그래픽
여행 수첩

장도와 가장 가까운 뭍이 벌교읍 아래쪽에 딸린 장암리다. 벌교읍에서 승용차로 장암리 상진항으로 가서, 배를 탄다. 물때에 따라 오전 7시 또는 9시 출항하고, 다시 오전 11시 또는 오후 3~4시 배가 뜬다. 30분 걸려 도착하면 정박하지 않고 곧바로 돌아온다. 사선(私船)을 이용하면 언제라도 가능하다. 일반선은 3000원, 사선은 5만원. 문의 보성군 문화관광과 (061)850-5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