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백리길② 비진도 산호길, 연대도 지겟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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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을 대면한 날 통영이 낳은 서정시인 김춘수의 대표작 ‘꽃’이 떠올랐다.
달아길, 산호길, 지겟길, 역사길, 해품길, 등대길.
2011년 봄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김수정 계장이 섬마다 본래 있었던 길에
특색과 사연을 담은 이름을 부여하자 6개 섬은 ‘바다백리길’이라는 어여쁜 별꽃으로 피어났다.
◆ 비진도 산호길, 미인의 치맛자락에 길을 놓다
비진도는 ‘견줄 비(比)’ 자와 ‘보배 진(珍)’ 자를 쓴다. 보배와 비교될 만큼 아름답다는 의미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는 바다백리길 기획 당시 비진도의 콘셉트를 ‘아름다운 여인’으로 정했다.
실제로 예전 비진도의 또 다른 이름은 미인도였다.
비진도(통영시 한산면 비진리) 산호길은 외항 선착장에서 시작된다.
선유봉(312m)에 오른 후 하산해 용머리바위, 비진암을 지나 비진도 해변(목메기)에 이르는 4.8㎞ 코스로 약 3시간이 소요된다.
외항 선착장에서 선유봉까지 2㎞ 구간은 초입부터 가파르다.
등산로 좌우로 비탈지를 개간한 다랑이밭이 눈길을 끈다.
비진도 주민들은 어른 머리만 한 크기의 돌을 계단식으로 쌓아 밭둑을 조성해 농사를 짓고 있었다.
봄에는 비진도 특산물인 땅두릅나물과 마늘을 재배한다.
비진도 산호길은 한려수도 섬들의 생태를 익히기에 좋다.
동백나무, 소사나무, 굴피나무 등 대표적인 수종에 대해 설명해 주는 안내판이 등산로 곳곳에 설치돼 있다.
안내판은 기둥 줄기에 벨크로 테이프(일명 찍찍이) 또는 스프링 철사로 고정돼 있어 나무의 성장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선유봉에 이르기 전 망부석 전망대, 미인도 전망대를 지난다.
망부석 전망대에선 시선을 아래가 아닌 위로 향해야 한다. 비진도를 상징하는 미인바위를 볼 수 있다.
망부석 전설을 간직한 미인바위는 콧날이 오똑한 여인의 옆얼굴을 연상시킨다.
망부석 전망대에서 10분 정도 오르면 비진도 산호길의 최고 절경 감상 포인트인 미인도 전망대이다.
선유봉이 있는 남쪽 섬과 내항, 외항마을이 있는 북쪽 섬을 연결하는 목메기를 비롯해
미륵도, 한산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목메기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중심으로 서편에는 모래해변이 자리하고,
동편에는 주먹만 한 몽돌부터 어른 몸통만 한 바윗돌이 지천이다.
미인도 전망대에서 목메기를 내려다보면 왜 비진도 트레킹 코스를 산호길로 명명했는지 알게 된다.
물빛이 그야말로 영롱한 산호색이다.
선유봉에서 용머리바위까지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때죽나무, 자귀나무, 후박나무, 천남성 자생지를 지나면 용머리바위가 나타난다.
용머리바위에서 외항 선착장까지의 구간은 남쪽 섬을 반 바퀴가량 도는 코스로 비진암과 동백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외항 선착장 도착 후 시간 여유가 있다면 목메기를 건너 내항마을까지 걸어보는 것도 좋다.
평지 길로 약 30분이 소요된다.
◆ 연대도 지겟길, 정감 어린 섬마을 이야기
연대도 지겟길은 그 이름처럼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다녔던 길이다.
산으로 땔감을 구하러 가거나 밭으로 농사일을 나갈 때 이용했다고 한다.
바다백리길 사업에 따라 새롭게 정비돼 탐방객들이 오가는 트레킹 코스로 변모했다.
연대도(통영시 산양읍 연곡리) 지겟길은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 연대봉(220m), 옹달샘을 지나는 2.3㎞ 코스로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선착장에서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로 향하는 400m 구간은 풍성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풍광을 품고 있다.
우선 연대마을 집집마다 걸린 문패를 들여다봐야 한다.
연대도 모양의 문패 43개에 집주인의 이름과 함께 짧은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 ‘연대도에서 유일한 점방(구멍가게)이 있었던 집’,
‘연대도 최고의 금실부부가 사는 집’ 등등 집과 주인의 내력을 말해주는 글귀를 볼 수 있다.
세상 유일한 연대도 문패의 문구는 통영시 지방의제 추진기구인
‘푸른통영21’의 윤미숙 사무국장이 지난 수년간 연대도 주민들과 동행하며 뽑아낸 것이다.
윤 사무국장은 2007년부터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사업’을 위해 300회 이상 연대도를 찾았다.
지금은 집집마다 숟가락이 몇 개인지를 알 정도로 주민들의 삶에 동화됐다.
‘연대도 유일한 담배집 - 가장 오래된 밀감나무와 시원한 우물이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는
백또성아(93) 할머니 댁은 낮에는 대문이 항상 열려 있다.
널마루에 앉아 용돈벌이 용으로 담배를 파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
18세에 결혼해 4남매를 둔 할머니에게 할아버지에 대해 묻자 “벌써 없어졌다(돌아가셨다)”고 했다.
“대구에 사는 아들이 자꾸 같이 살자고 하는데 안 간다.
도시에 가면 만날 하는 일 없이 우두커니 있을 텐데 뭐 하러 가노. 여기서 놀고 이바구하면서 살란다.”
연대마을을 지나면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까지 해변가에 나무 데크가 조성돼 있다.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는 에코아일랜드 사업의 일환으로 2011년 조성됐다.
에코아일랜드 사업은 연대도를 화석에너지 사용이 전혀 없는
‘탄소배출 제로 섬’으로 만들어 생태보존형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추진됐다.
이를 통해 섬 주민들에게 전력을 제공하는 150㎾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패시브 하우스(에너지 절약형 건축물) 공법으로 지은 비지터 센터(마을회관)가 탄생했다.
현재 에코아일랜드 체험센터에는 자전거 발전기, 태양열 조리기,
자가발전 놀이기구 등 탄소배출 제로 체험 시설이 설치돼 있다.
또 폐교를 리모델링한 숙박시설이 운영된다.
연대도는 현재 80여 명이 어업과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미륵도 달아선착장에서 섬나들이호가 하루 4회 운항한다.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ㆍ글/장성배 기자(up@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4/10 09:3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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