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이 추천하는 코스5] 서울, 90分 걷기… (1) 강남 속 숲길
- 입력 : 2014.05.15 04:00
12시엔 걷자 숲길·물길·꽃길로
주말매거진팀이추천하는 코스 5
빌딩 숲 벗어나 강남 한복판 숲길… 점심 후 나른함 날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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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점심 무렵 한 직장인이 양복에 스니커즈 차림으로 서울 삼성동에 있는 선·정릉을 걷고 있다. 강남 빌딩 숲 사이에 있는 진짜 숲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넥타이가 뒤로 젖혀졌다.
강남에도 숲이 있다. 빌딩 숲이 아니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선·정릉이다. 코엑스와 한국종합무역센터가 있는 2호선 삼성역 5번 출구에서 테헤란로를 따라 750m쯤 직진하면 포스코 사거리가 나온다. 길을 건너 두 블록을 지나 우측 골목으로 들어가면 난데없는 부채꼴의 녹지가 하나 보이는데, 선·정릉이다.
강남 노른자위 땅에 있는 약 20만㎡(6만평)짜리 이 거대한 숲에 들어서면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백목련이나 산딸나무에 핀 뽀얀 꽃송이를 감상하거나 아름드리 향나무·참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양껏 들이마시며 걸으면 점심식사로 무거워진 몸이 산뜻해진다. 지천이 소나무고, 풀이라 시력이 돌아오는 기분이다. 울창한 나무가 직사광선을 가려 조명도 좋다. 한옥 보기 힘든 강남에서 재실(齋室·능이나 종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지은 집) 같은 전통 가옥은 소풍 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재실 옆엔 500년 묵은 은행나무가 있다. 24m로 웬만한 건물 높이다.
- 코스: 삼성역 5번 출구→포스코 사거리→선·정릉→둘레길→봉은사→코엑스 시간/거리: 1시간30분/6㎞
둘레길을 돌고, 봉은사로를 따라 15분쯤 걸으면 봉은사가 나온다. 맞은편 코엑스의 휘황찬란한 외관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이 절은 신라시대에 창건돼 역사만 1200년이 넘었다. 조선시대 성종의 계비였던 정현왕후가 성종과 중종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선·정릉의 원찰(願刹)로 삼았다고 한다. 선릉에서 봉은사를 돌아 코엑스까지 거리가 2㎞ 정도인데, 직장 상사의 닦달을 피하려면 경공술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점심은 여기서
대치동 포스코 빌딩 뒤편 '반룡산'이라는 북한 함흥 음식 전문점이 있다. 주력 음식은 '가릿국밥''〈사진〉이다. '가릿'은 함경도 말로 갈비를 뜻하는데, 갈비와 양지로 육수를 내 선지·양지·두부를 곁들인 함흥식 국밥이다. 국물은 목 넘김이 부드럽고 시원해 해장에 그만이다. 어른 손바닥만 한 왕만두도 유명한데, 두부와 호박, 숙주나물, 닭고기, 돼지고기를 으깨 반죽한 소가 푸짐하다. 가릿국밥 8000원, 왕만두(5점) 7000원. 서울 강남구 대치동 894-4번지. (02)3446-8966
걷기 정보
조선 9대 임금 성종과 11대 임금 중종, 정현왕후가 묻힌 선·정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음료는 마실 수 있지만, 도시락을 싸와 식사를 할 순 없다. 입장료는 성인 1000원이지만 '점심시간 관람권'을 끊으면 10회 입장에 3000원이다. 입장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주 월요일엔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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