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이 추천하는 코스5] 서울, 90分 걷기… (5) 수성동 계곡길
- 입력 : 2014.05.15 04:00
12시엔 걷자 숲길·물길·꽃길로
주말매거진팀이 추천하는 코스 5
도시락 먹는 재미에 푹… 꿈같은 1시간이 후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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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역에서 20분만 걸으면 안평대군이 사랑했던 절경(絶景) 수성동 계곡이 나온다. 점심을 먹고 계곡의 정자에 걸터앉으면 왕자도 부럽지 않은 기분이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인디 팝듀오 가을방학의 노래 '속아도 꿈결'의 한 자락이다. 맞다. 산책은 이런 것이다. 쏟아지는 일 때문에 당겨진 실처럼 팽팽한 정신줄을 잠시 놓자. 점심때만이라도 잠시 꿈결 같은 산책길에 속아보는 것도 좋다.
일단 경복궁역 2번 출구 앞에 서자. 큰길을 따라 500m쯤 걸어가다 보면 통인시장이 나온다. 이 산책의 첫 유혹은 이 시장 명물인 도시락 카페. 시장에서만 통용되는 엽전(개당 500원)을 구입한 뒤 빈 도시락통을 들고 가게를 돌아다니며 맘에 드는 반찬을 고르고 엽전을 준다. 반찬당 엽전 1~2개면 살 수 있다. 반찬을 고른 뒤 시장 내에 마련된 카페에서 밥과 국(각 1000원)을 사서 먹으면 된다. 이 재미에 빠지면 산책은 여기서 끝이다.
옆길로 새지 않고 골목길을 따라 나오면 수성동 계곡이 기다리고 있다. 풍류를 아는 왕자 안평대군이 집을 짓고 살았고, 겸재 정선도 '장동팔경첩'에 담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계곡 중간에 있는 정자에 앉아 물소리를 들어보자. 그들이 이곳을 사랑했던 이유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왔던 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배화여고 방향으로 방향을 살짝 틀면 체부동 홍종문 가옥이 나온다. 서울시 민속자료로 지정된 전통 한옥이다. 큰길을 건너 통의동 서촌 한옥마을도 한 바퀴 둘러보면 꿈결 같은 산책도 막바지다. 서촌은 개화기에 소설가 이상 같은 예술가들이 살았던 곳. 한옥도 1910년대 이후 대량으로 지어진 개량 한옥이다. 회벽 대신 콘크리트 담이 있고, 기와와 양철 지붕이 맞붙어 근현대와 과거가 뒤섞인 모습이 정감 간다. 이곳에서 이상의 단편 '봉별기'의 구절을 떠올린다.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 질러 버려라.' 맞다. 산책의 꿈에서 깨니 마음에 불이 타오른다. 오후도 힘차게 일해볼까!
걷기 정보 이 산책 코스를 100% 즐기고 싶다면 월요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 박노수 미술관 등 이 코스에 있는 많은 명소가 월요일에는 열지 않는다. 힘들게 걷는 일 없이 한달음에 수성동 계곡에 안착하고 싶다면 경복궁역에서 종로 9번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종점에서 내리면 바로 앞이 수성동 계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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