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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의 사람과 길] 폭포를 따라, 흘러간 봄의 끝자락을 쫓아서 - 포천과 철원, 마지막 봄 여행

by 맥가이버 Macgyver 2014. 5. 15.

[박종인의 사람과 길] 폭포를 따라, 흘러간 봄의 끝자락을 쫓아서

  • 박종인 여행문화 전문기자
  • 입력 : 2014.05.15 04:00

포천과 철원, 마지막 봄 여행

 
직탕폭포 거친 물결에 봄날이 떠내려간다. 폭포 아래 있던 태공이 말했다. “나라가 잘돼서 우리 마을에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폭포수처럼, 다 지나가리라. /박종인 기자
제대로 본 적도 없이 봄이 가니, 허망타. 헛헛한 마음 추스르며 그 봄의 꼬리를 찾아서 떠났다. 대한민국 북단,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 사이에 남은 봄의 흔적이다. 수도권에서는 하루 나들이로 충분한 거리고 욕심부리지 않는다면 서울에서는 저녁식사 전에 돌아올 수 있는 거리다.

◇산정호수와 평강식물원

산정호수 옆 우물목 골짜기에 평강식물원이 있다. 한의사인 이환용 박사가 만든 식물원이다. 자생식물원, 고층습지, 고사리원, 암석원, 이끼원, 습지원, 들꽃동산 등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산과 들에 자라는 희귀 식물들을 60만㎡ 계곡에 모아놓았다. 암석원에는 해발 2500m 이상 고산에 자라는 식물들이 살고 있다. 지금 가면 백두산 두메양귀비, 서양말냉이 같은 키 작고 흰 꽃들을 볼 수 있다. 꽃잎 다 떨구고 어둠 속에서 사람들을 응시하는 할미꽃들도 볼 수 있다.

그 식물들이 자라는 데 방해되지 않는 동선으로 산책로가 나 있다. 풀과 나무들이 사는 마을에 인간이 조용히 방문하는 격이다. 굳이 식물에 대한 관심이 없더라도 비탈을 깎아 만든 숲속 탐방로 산책은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다. 숲은 여름, 그리고 눈높이 주변은 아직 봄이다.

5월 한 달 세계고산식물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출구 쪽 마지막 전시관에 가면 한방에 쓰이는 약용식물들을 볼 수 있다.

 	[박종인의 사람과 길] 폭포를 따라, 흘러간 봄의 끝자락을 쫓아서
평강식물원 암석원에 핀 할미꽃.
◇폐허로 남은 노동당사와 도피안사

평강식물원에서 노동당사로 가는 드라이브코스에는 녹음이 짙다. 근흥교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들어가면 강변에 화적연이라는 큰 바위가 보인다. 볏가리를 쌓은 것 같다는 뜻이다. 좁은 강폭과 어울리는 풍경을 감상하고 길을 이으면 막 모내기를 끝낸 철원평야가 펼쳐진다.

그 끝에 노동당사가 나온다. 6·25 전쟁 전 노동당 철원군당이 있던 건물이다. 이곳에서 무수한 '인민'이 죽음을 당했고, 전쟁 중에 벌집이 된 건물은 뼈대만 남아 21세기를 맞았다. 폭격으로 구철원 읍내가 몽땅 사라졌는데 단단한 뼈대가 남았으니, 사람들은 이 건물 짓는 데 희생된 인민의 고혈에 또 몸서리를 친다. 길을 더 이으면 백마고지가 나온다. 노동당사에서 느낀 계절, 기이하게도 가을이다. 노동당사 가기 전에 도피안사라는 절이 나온다. 현역 장교가 꿈에서 본 곳을 파보니 철불이 나왔다는 절이다. 원래는 고즈넉한 공간이지만 지금은 대웅전을 새로 짓느라 어수선하다.

◇직탕폭포와 가버린 봄날

노동당사에서 나와 길을 돌리면 한탄강에 갑자기 폭포가 나타난다. 폭은 80m지만 높이는 3m에 불과하다. 하지만 폭포 아래로 내려가 보시라. 그 3m 낙폭으로 떨어지는 거친 한탄강 강물에 '과연 폭포!'라는 말이 슬그머니 나오고, 아까 실망했던 마음이 민망해지니까. 폭포 하류 태봉대교에는 50m짜리 번지점프대가 있다. 거센 폭포와 아찔한 번지, 이곳은 여름에 접어들었다.


	철원 노동당사
 
철원 직탕폭포
그런데 폭포 아래에서 낚시를 하던 태공이 이러는 것이다. "나라가 이리 되다 보니 우리 마을 찾는 사람도 없다"고. 그래, 어디 가면 뭐가 좋고 어디 가면 뭐가 맛있는 거 대한민국 사람들 다 안다. 그런데 이 좋은 봄날 다 가는데도 그 좋고 맛있는 곳에 사람이 드무니, 언제 다시 봄날이 올 것인가. 봄의 꼬리를 밟자마자 서둘러 발길 돌린 여행이었다.

일정(수도권 기준) 평강식물원-(화적연)-노동당사-직탕폭포 ①평강식물원:(서울외곽순환도로 퇴계원IC→)47번국도 진접, 내촌 방향→일동 지나서 387번지방도→일동사이판 지나 38교삼거리 우회전→다리 하나 지나서 좌회전 387번지방도 이후 평강식물원 이정표 ②노동당사:식물원에서 나와 좌회전→운천2교차로 우회전→송정검문소삼거리 좌회전→초과사거리 직진→월하삼거리 좌회전 1.5km ③직탕폭포:월하삼거리에서 반대 방향 2km, 삼거리에서 고석정 방향 좌회전 463번 지방도 5km→이정표 따라 좌회전 1km

 
먹을 곳

①레스토랑 엘름: 평강식물원 내. 한방을 기준으로 고른 산채 음식을 낸다. 산채정식 1만2000원, 쌈밥 1만원, 비빔밥 8000원. 계절 메뉴로 아스파라거스냉면은 7000원. 미리 예약하면 원하는 시간에 먹을 수 있다. (031)531-7751 ②메기매운탕:직탕폭포 위에 있는 직탕가든(033-455-6560)과 폭포가든(033-455-3546) 추천. 메기와 꽃게를 끓여 만든다. 샘물매운탕(031-533-6880·관인면 냉정리 231-2)도 추천. 2만원부터.

묵을 곳 평강식물원 및 산정호수 주변에 숙소 다수. 평강식물원 홈페이지 참고.

기타 여행정보

①평강식물원: 성인 8000원, 청소년 5000원. 잘 꾸며진 원예식물원이 아니라 자연 생태를 그대로 보존한 자연식물원. 해발 2000m 이상 고산식물을 모아놓은 암석원, 고산습지원을 비롯해 학습에 도움이 되는 공간이 많다. 해설사도 있다. 연중무휴. www.peacelandkorea.com, (031)531-7751 ②포천 관광 홈페이지 tour.pcs21.net, 문화관광과 (031)538-2067 ③철원 관광 홈페이지 tour.cwg.go.kr, 관광문화과 (033)450-4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