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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전라 도보후기☞/☆ 거제도의 산&길

[근교산&그너머] <985> 거제 망산 둘레길

by 맥가이버 Macgyver 2020. 6. 23.

[근교산] 거제 망산 둘레길

<985> 오감 깨우는 '육락'(六樂·6가지 즐거움) 해안·숲길에 가득

- 거제도 동남쪽 해안 일주코스
- 15㎞ 거리 짙푸른 바다와 숲길
- 와현고개서 외도·해금강 한눈에
- 망산 초입 1.6㎞ '숲터널' 이어져
- 정상서 가덕·다대포 손에 잡힐듯

경치는 여섯 가지로 즐길 수 있다. 형상·색깔·감촉·소리·냄새·맛이 그것이다. 시각·촉각·청각·후각·미각 등 오감(五感)의 작용 결과인데, 시각은 형상과 색깔로 세분화할 수 있다. 바다를 예로 들어 보자. 바다는 육지와 맞닿은 해안선의 상태에 따라 형상이 달라진다. 리아스식 해안처럼 굴곡이 심할 경우에는 그 자체로 독특한 볼거리가 된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망산 정상에 조성된 와현봉수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최고 절경인 해금강과 외도, 내도 등 명소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의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색깔은 또 어떤가. 빛의 스펙트럼이 가장 다채로운 시간대의 바다는 가히 환상적이다. 감촉의 쾌감도 크다. 특히 여름 바다는 촉감이 다른 감각을 압도한다. 후텁지근한 몸의 열기를 단번에 날려버리는 시원하고 부드러운 바닷물의 일렁임을 고대하며 한 해를 견디는 이들이 있는 연유다.

소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해안이나 뱃전에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사라진다면 여름 바다의 쾌감은 반감될 것이다. 소리를 통한 연상작용은 추억의 주요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냄새도 마찬가지다. 바람이 실어 오는 짭조름한 갯내음이 없다면 무슨 재미로 바다를 찾겠는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맛의 쾌감 또한 각별하다.



공곶이 몽돌 해변.
이번 주에는 '육락(六樂)'을 누릴 수 있는 산행지를 소개한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달 22일 다녀왔던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와현리의 망산(305m) 둘레길이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 다리를 담근 기암괴석들이 성곽처럼 쌓인 해안과 아름드리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짙푸른 숲에서는 형상과 색깔이 선사하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몽돌해변의 맑은 바닷물과 이끼 덥수룩한 나무와 돌의 감촉은 비단결이다. 낙엽 수북한 숲길은 스펀지처럼 푹신푹신해 맨발로 걷는다면 감촉의 쾌감은 배가된다. 소리는 '음향 백화점'이나 다름없다. 파도·물새·산새·매미 소리부터 낙엽 밟는 소리, 지나가는 어선의 엔진 소리까지 자연·인공 음향이 어우러져 향연장을 연출한다.

냄새의 쾌감 또한 그에 못지않다. 숲길 가득한 싱그러운 솔향과 바람에 희석돼 있는 듯 없는 듯 연해진 갯내음은 도시의 공해에 찌든 폐부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싱싱한 해산물이 지천인 청정해역 거제도이니 맛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여섯 가지 쾌감은 서로 스며들면서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쾌감의 확대재생산이다.



공곶이 숲터널.
산행은 와현고개에서 출발해 망산에 오른 뒤 서이말등대와 돌고래 전망대, 공곶이, 예구마을 등 거제도 동남쪽 해안을 돌아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다. 총거리는 약 15㎞로 6시간가량 걸린다. 와현고개에서 초소 쪽으로 400m쯤 걸으면 오른편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이곳에 서면 동쪽 해상에 거북이 외도를 향해 떠가는 모습을 한 내도와 한국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외도,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해금강 등 명승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포장도로를 따라 500여 m 더 가면 초소에 이른다. 초소는 '숲의 나라' 입국장이다. 해안과 마을을 제외하곤 여기서부터 산행 구간 내내 숲터널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초소에서 1.6㎞가량 평지를 걷다 삼거리에서 망산 정상 가는 길로 접어든다. 500m쯤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에는 와현봉수대가 들어서 있다. 봉수대 꼭대기에 오르면 거제 지역 명승지들은 물론 가덕도 다대포 등 서부산까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서이말 등대.
삼거리로 다시 내려와 서이말등대로 나아간다. 2.2㎞가량 가면 등대에 닿는다. '서이말(鼠耳末)'은 '쥐 귀를 닮은 거제도 동남쪽 해안의 끝'이란 뜻이다. 서이말에서 대마도까지 직선거리로 54㎞에 불과해 날씨가 맑으면 대마도가 뚜렷하게 보인다. 서이말에서 1.2㎞쯤 되돌아 나오다 삼거리에서 공곶이 쪽으로 방향을 튼다.

800m가량 걷다 갈림길에서 왼쪽 자드락길로 내려선다. 15분쯤 가면 돌고래 전망대가 나온다. 왼쪽 해안에는 서이말로 이어지는 바위벼랑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오른쪽엔 내도와 외도가 종전보다 더 가까이 다가와 있다. 발길을 돌려 공곶이로 향한다. 갈림길 두 곳과 삼거리 두 곳에서 모두 공곶이로 길을 잡아 1.2㎞가량 걸으면 목적지에 닿는다.



와현봉수대.
'공곶이'는 궁둥이처럼 튀어나온 지형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는 수선화 동백나무 등 50여 종의 나무와 꽃을 심은 계단식 다랭이 농원이 가꾸어져 있다. 공곶이에는 너비 300여 m의 몽돌해변이 형성돼 있다. 해변에서는 내도가 지척이다. 오른쪽으로 해변을 가로질러 벼랑 위로 올라간다. 1.2㎞가량 자드락길을 오르내리면 포구가 있는 예구마을에 다다른다. 마을을 지나 와현해수욕장에서 오른쪽 도로를 따라 출발지로 돌아온다.


# 주변 가볼만한 곳

- 동백 뒤덮힌 지심도
- 태고의 원시림 간직
- 낚시 명소로도 유명




이번 산행지와 같은 행정구역에 명품 섬 지심도(只心島·사진)가 있다. 지심도는 섬 전체가 거대한 숲이다. 후박나무 소나무 동백나무 등 모두 37종의 식물이 자라는데, 그 중 60~70%가 동백나무다. '동백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발 고도 97m의 지심도는 선착장에서 마을로 가는 길이 꽤 비탈지다. 하지만 이 길에 이어지는 섬 일주 산책길(3.7km)은 평지처럼 순탄하다.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와 태고의 원시림이 번갈아 나타나 2~ 3시간 걸리는 도보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지심도는 조류의 흐름이 빨라 고기 맛이 좋고 조황도 좋다.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은 샛끝벌여, 높은여, 노랑바위 말뚝밑, 마끝 등 10여 곳이다. 여름철에는 농어 자리돔 참돔 벵에돔 전갱이 등이 잘 잡힌다. 지심도에 가려면 장승포에서 배를 타면 된다. 오전 8시30분, 10시30분, 낮 12시30분, 오후 2시30분, 4시30분 등 하루 5차례 운항한다. 운항시간은 20여 분이며, 요금은 왕복 기준으로 대인 1만2000원, 소인 6000원이다.


# 교통편

- 시외버스 타고 거제 장승포 내려
- 61번 버스 이용 와현고개 하차

부산 사상구 괘법동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장승포행 시외버스를 탄다. 장승포행 버스는 오전 6시1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장승포터미널에서 내린 뒤 인근 문화상가 정류장으로 이동해 구조라행 61번 버스를 갈아탄다. 출발시각은 오전 10시10분과 11시10분께다. 와현고개에서 내리면 산행 출발지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출처 :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