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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전라 도보후기☞/☆ 거제도의 산&길

근교산&그너머 <1018> 거제 가조도 옥녀봉

by 맥가이버 Macgyver 2020. 6. 23.

근교산&그너머 <1018> 거제 가조도 옥녀봉

상쾌한 바람 살랑살랑…남도 섬산 설레는 '春心'

 

- 거제도 주변 섬 중 두 번째 큰 섬
- 약 7㎞ 거리 백석산~옥녀봉 코스
- 시 조성 '노을길' 중간 가로막혀
- 돌아간 길에 만난 해안 조망 감탄
- 중요지점 이정표 없는 점 아쉬워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봄맞이 섬 산행을 위해 경남 거제 가조도를 찾았다. 자고로 가을 산행은 북쪽에서 시작하고 봄 산행은 남도의 섬부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거제도를 보좌한다는 뜻을 가진 가조도는 거제도 부속도서 중 칠천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으로 중앙의 좁은 지협부에 의해 남북이 구분된다. 산행은 남쪽의 아담한 백석산(206m·현지 신전산)과 북쪽의 옥녀봉(333.2m·작은 화산 분화구 모양)을 잇는다. 옥녀봉은 옥황상제의 딸인 옥녀가 약수터에 내려와 목욕한 뒤 사슴과 놀았다 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고 산세가 여성을 닮았거나 주위에 여성 관련 지명이 많을 경우 붙여지기도 한다. 옥녀봉은 전국에 수십 곳이 있고 거제도에도 장승포·칠천도·가조도 등 세 곳에 있으니 가조도를 꼭 기억하자.



거제 가조도 옥녀봉 허리춤에 조성된 널찍한 전망대에서 기자가 풍광을 수첩에 옮기고 있다. 정면에 삼성조선이 보이고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인 계룡산 왼쪽으로 또다른 옥녀봉인 '장승포 옥녀봉'과 국사봉이 보인다. 오른쪽 튀어나온 섬은 가조도 일부다.
산행 코스는 가조도 논골 버스정류장~백석산~도로~'노을이 물드는 언덕' 전망대~사등면 가조출장소~옥녀봉 들머리~임도 갈림길~옥녀봉~신교마을 버스정류장으로 약 7㎞ 거리에 순수 산행시간은 3시간30분가량 걸린다.

산행은 가조연륙교(길이 680m·2009년 7월 개통)를 건너 약 400m를 직진해 만나는 논골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한다. 논골마을 입구와 동백관광 버스차고지 사이에 있다. 약 200m를 되돌아 우창블루오션 맞은편으로 오른다. 금룡정사 이정표를 따라 100m가량 오르면 백석산 들머리가 나온다. 거제시는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길이라는 뜻으로 '노을길'을 만들어 이정표에도 새겼다.

기분 좋게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초기 어미와 새끼 노루 두 마리와 마주쳤다. 먼 거리였지만 순식간에 모자 노루는 사라졌다. 섬에 들어서니 공기가 상쾌하다. 이래서 봄이 되면 섬산을 찾나 싶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 외부에서도 많이 찾을 것 같은데 리본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자체에서 노을길 조성을 위해 붙인 것 같은 빨간 띠만 간간이 보인다. 아기자기한 봉우리를 몇 차례 오르고 내리지만 크게 힘들진 않다. 어느새 백석산 정상이다. 정상석도 없고 별다른 조망도 없어 서둘러 하산길로 접어든다. 저 멀리 이날의 최고봉인 옥녀봉이 보인다. 정상 부근의 경사가 가팔라 보인다. 백석산에서 가파른 내리막을 걸으면 도로로 내려선다. 도로 맞은편 112m 봉 능선을 따르면 된다.



이창우 산행대장이 산행 초기인 백석산(신전산)의 너덜구간을 지나고 있다.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생겼다. 들머리가 나뭇가지로 막혀 있고 옥녀봉 이정표에 '폐쇄'라고 쓴 종이가 테이프로 붙여져 있다. 개인적으로 산행에 나섰다면 무시하고 진입했을 텐데 독자들이 뒤따를 것을 생각하니 정확한 이유를 알아야 할 것 같다. 확인 결과 '폐쇄'라는 글을 써 붙인 주체는 믿기 어렵지만 거제시였다. 벌이 많은 데다 산주가 최근에 집을 지으면서 노을길을 폐쇄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란다. 이해되지 않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 벌이 많아 길을 폐쇄할 정도라면 노을길 조성 때는 이런 사실을 확인도 하지 않았던 것인지, 산주를 설득해 길을 열 노력은 해봤는지, 이도 저도 아니라면 '폐쇄'라고만 붙여놓을 게 아니라 대체 노을길을 안내라도 해주든지. 어떤 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취재팀은 이런 내용을 확인하는 데 1시간을, 또한 대체 산행로를 찾느라 1시간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우려했던 대로 도로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무책임한 행정에 화가 치밀었다. 애초에 백석산 입구에 이런 사실을 공지했다면 다른 산을 택할 수도 있었고 폐쇄 구간에 접어들었더라도 대체 노을길을 안내했다면 이런 불편함을 겪지 않았을 것 아닌가. 취재팀은 아예 다른 산을 올라야 하나 심히 고민했지만 되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노을이 물드는 언덕'으로 가다 만난 동백꽃.
결국, 도로에 내려선 뒤 울며 겨자 먹기로 길을 따라 왼쪽으로 이동한다. 백석산에서 제대로 된 조망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아스팔트 길을 걷는데 뜻밖에 해안선 조망이 괜찮다. 30분가량을 걸으면 '노을이 물드는 언덕'을 만난다. 화장실과 2층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해안을 조망한 뒤 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가다 실전마을 삼거리에서 사등면 가조출장소 오른쪽으로 빠진다. 가조보건진료소, 119와 한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약 300m를 직진하면 옥녀봉 들머리다. 옥녀봉까지 1㎞임을 알려주는 이정표도 서 있다.

절반인 500m까지는 어렵지 않게 나아간다. 임도 갈림길이 나오고 간단한 운동기구와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 직진해 전망대로 오른다. 밑에서 볼 땐 별 전망이 있겠는가 싶었는데 불과 5~6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니 시선이 나무 높이를 살짝 넘으면서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500m인데 이제부터 된비알이다. 괜스레 다리가 뻑뻑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500m가 높이가 아니라 거리라는 점이다. 숨이 가빠지려고 할 무렵 이정표가 나타난다. 정상을 지나면 신교마을(1.2㎞)과 계도마을(1.3㎞)로 갈 수 있단다. 30m 앞이 옥녀봉이다. 정상에는 정상석과 작은 문이 달린 팔각정이 마련돼 있다.

하산길은 신교마을과 계도마을 두 곳이 있는데 내려서는 곳은 다르다. 취재팀은 신교마을로 하산한다. 팔각정 너머 하산길에서는 쥐가 파먹은 듯 보이는 취도(떠나기 전에 참조)와 멀리 동쪽에 보이는 쌍봉인 앵산을 바라본다. 절묘한 각도로 세워진 흔들바위도 보인다. 약 900m를 내려가면 신교마을(0.3㎞) 이정표가 나오며 이어 갈림길에서는 왼쪽을 택한다. 신교마을 버스정류장으로 내려선다. 신교마을 쪽에는 옥녀봉 들머리를 알리는 어떤 표지도 없다. 정상 팔각정에 문 달지 말고 적재적소에 이정표를 세워주면 어떨까 생각하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 떠나기 전에

- 러일전쟁 승전기념탑 '우뚝'…일제강점기 아픔 간직한 취도



일제가 포탄 연습장으로 썼던 취도. 가운데에 취도기념탑이 보인다.
가조도 인근에는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간직한 '취도'가 있다. 쥐가 파먹은 듯한 섬으로 옥녀봉에서 신교마을 쪽 해상으로 바라보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러일전쟁(1904~1905년) 때 일본군은 총탄과 포탄으로 연습 사격해 취도를 쑥대밭을 만들었다. 그 후 일본 해군이 러시아 동양함대 '마카로'호 등 37척과 3000명의 병사를 전멸시킨 기념으로 소화 10년(1935년) 러일전쟁 승전기념비인 취도기념탑을 세웠다. 높이 4.17m, 폭 2m의 하얀 탑 상단에는 포탄이 하늘을 보고 박혀있다. 일본 군인들의 사기 진작과 일본 영웅(침략자)을 신격화시키는 작업이 전부로 우리에게는 뼈아픈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경술국치일(1910년 8월 29일)에 맞춰 2010년 8월 28일 취도기념탑에 평화의 돌탑을 쌓았으나 누군가 무너뜨려 원래의 모습이 남아있다.

한편 거제 송진포에 세웠던 전승기념탑에는 도고 헤이하치로가 러일전쟁 당일의 기록을 직접 새긴 화강암을 부착했다고 한다. 해방과 동시에 마을 주민들에 의해 파괴돼 거제 장목면의 파출소 계단으로 이용되다 1980년 거제경찰서로 옮기던 중 일부 파손돼 현재 거제시청에서 보관하고 있다. 박물관으로의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


# 교통편

- 거제 고현버스터미널서 43·43-1번 시내버스 타고 논골 버스정류장 하차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오전 6시부터 10~20분 간격 출발)를 타고 거제 고현버스터미널로 향한다. 고현터미널에서 가조도로 갈 때는 시내버스 43번과 43-1번(오전 6시10분, 8시25분, 10시25분, 12시25분)을 이용해 논골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산행 후에는 신교 버스정류장에서 방향 상관없이 버스(오후 3시, 5시, 7시, 10시)를 타고 종점인 고현터미널에서 하차해 부산행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차량 이용 시 내비게이션으로 동백관광(거제시 사등면 가조로 216)을 검색하면 된다. 돌아올 때는 위와 같이 신교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자신의 차량이 있는 논골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출처 :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