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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준비하기 - 의류(4)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2. 24.

악돌이 박영래의 만화등산백과(월간 山)

 

등산 준비하기 - 의류(4)

 

   이번 호에는 작으면서도 야외생활에 있어서 한몫 하는 모자와 장갑에 대해서 "계산"해 보겠습니다(등산은 '계산된 모험' 이라는 것 아시죠?).


   모자는 일상생활에선 패션에 액센트를 주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소품으로 취급됩니다만, 등산이나 트레킹에 나서려면 인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인 머리를 보호하는 가장 기초적인 안전용품입니다(특히 노인들께서 모자를 쓰시면 중풍예방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한여름에 나무 없는 능선을 상상해 보세요. 모자가 없다면 일사병에 쓰러질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자에 관한 뿌리깊은 편견 중 하나는 '한국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그건 잘못이지요. 모자는 오히려 얼굴의 결점을 보완해주고 한국인 특유의 납작한 두상을 가려준답니다).


   물론 오랫동안 모자를 착용하면 땀이 나고 답답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럴 땐 잠시 벗었다가 다시 쓰면 됩니다(특히 겨울에는 귀까지 보온이 가능한 게 더 좋습니다). 겨울철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용품으로 대두됩니다. 인체에서 가장 열손실이 많은 부위가 바로 머리이기 때문입니다(발이 시리면 모자를 쓰라는 말도 있습니다).


   모자 하나면 웬만큼 두꺼운 옷 한 장 몸에 두른 것만큼 보온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보온력이 확실한 모자를 준비하는 것이 겨울산행 준비의 기본이죠. 여름이나 겨울에만 모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계절에도 비가 내리면 웬만한 빗방울 정도는 막아줍니다(요즘에는 산성비가 많이 내리니 모발 손상이나 건강을 위해서도 모자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잡목숲 헤치고 나갈 때도 요긴합니다. 이마나 눈을 향해 날아오는 회초리 같은 나뭇가지의 공격을 막아주니까요(머리를 나무나 바위에 부딪혔을 때 모자를 쓴 것과 안 쓴 것은 피를 보고야 마느냐, 아니면 혹만 나고 끝내느냐로 차이가 많이 납니다).


   모자는 보호기능과 함께 휴대성과 편의성도 있어야 합니다. 배낭이나 주머니 어디라도 구겨 넣을 수 있고, 다시 꺼내 써도 구김 없이 원형이 되살아나는 것이 좋은 등산용 모자입니다.


   모자의 종류는 크게 캡(cap), 햇(hat), 보닛(bonnet), 후드(hood)로 구분합니다. 캡형은 흔한 야구모자형으로, 챙이 앞으로만 달린 것입니다. 햇은 중절모나 사파리모자처럼 둥근 테를 이룬 것입니다. 보닛형은 턱 밑으로 끈을 둘러매는 어린이용 챙 없는 모자를 말하는데, 겨울철에 벙거지처럼 뒤집어쓰는 스타일도 보닛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후드형은 머리 뒤에서부터 뒤집어쓰는 형태로 윈드재킷이나 우모복에 달려 있는 고정식 모자를 생각하면 됩니다(햇볕을 가리기 위한 것은 캡형과 햇형이 주를 이루고 있죠).


   겨울철 보온용으로는 캡형에 귀마개를 덧댄 것이나 보닛형에 턱끈을 없앤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캡형을 고를 때 워킹산행이나 트레킹처럼 장시간 걸어야 한다면 챙이 길고 큰 것이 유리합니다(뒤에 천으로 차양을 댄 것도 있습니다). 암벽등반이나 잡목숲을 뚫어야 하는 오지산행일 경우 챙이 짧고 부드러운 것이 좋습니다(거추장스러우면 뒷주머니나 배낭 포켓에 찔러 넣었다 빼도 구겨지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캡형은 머리 크기에 맞추어 조절할 수 있는 조임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바람에 벗겨져 날아가는 모자를 잡으려다 암릉에서 추락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파리, 혹은 캐러밴 모자라고 불리는 햇형은 크기 조절장치가 없으므로 자기 머리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역시 턱끈이 있어야 안전하고, 뒷부분이 더 넓은 것이 목이 햇볕에 타는 것과 비가 목으로 흘러드는 것을 보호합니다).


   겨울용 보온모자는 니트나 플리스 소재의 벙거지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강풍을 막기 위해 겉감을 고어텍스 같은 방수투습 원단을 사용하고, 귀마개를 덧댄 혹한용 캡(고소모자)도 있고, 가면처럼 뒤집어쓰는 바라클라바(안면모, 또는 목출모)도 있습니다. 악돌이의 경우 그다지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써야할 추위라면 벙거지형을 쓰다가 볼이 얼어올 정도로 추우면 발라클라바를 안에 받쳐 씁니다(그러다가 폭풍설이 몰아치면 윈드재킷을 입고 여기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써야겠죠. 그래서 후드 없는 윈드재킷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장갑입니다. 우선 얇은 장갑이 필요합니다. 장갑을 벗으면 손이 시린 기온 하에서 수통을 열거나 과일을 깎거나 버너를 켜거나 사진을 찍거나 등산화를 고쳐 매거나 아이젠을 찰 때 등 허드렛일을 하려면 얇으면서 부드러운 장갑이 긴요하게 쓰입니다(그다지 춥지 않은 경우 손가락장갑도 편리합니다).


   두터운 장갑을 끼고 버너를 켜다가 비싼 장갑을 그슬리거나, 귀중한 순간을 촬영했는데 장갑에 가려 망치지 마세요. 또 장갑 벗은 손으로 아이젠 같은 쇠를 만지면 동상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부피도 많이 나가지 않으니 한 켤레 정도는 항상 배낭에 넣어두세요).


   운행 중에도 별로 춥지 않으면 보온성이 좋고 땀이 쉬 배출되지 않는 것보다 통기성이 좋은 얇은 울이나 플리스 소재의 장갑이 적합합니다(최근 시중에 선보이기 시작한 윈드스토퍼 소재의 장갑도 활동성과 땜 배출 측면에서 만족할 만합니다).


   한겨울 높은 산은 히말라야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바람도 세게 불고 춥습니다. 당연히 방풍성과 보온성이 좋은 두터운 장갑이 필수죠. 예로부터 보온용 장갑의 대명사는 순모장갑이었습니다. 젖어들어도 보온력이 크게 감소되지 않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합성섬유가 등산용 보온재 분야를 완전히 점령해 버려 장갑도 대부분 자연소재보다는 합성섬유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소재가 파워스트레치나 폴라텍, 윈드스토퍼와 같은 플리스류입니다.


   이러한 소재들은 원단 자체의 보온력에 활동성이 좋아 단독으로 사용해도 훌륭한 보온성능을 기대할 수 있지만 단(單) 소재만으로는 극심한 한파를 이겨내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윈드스토퍼나 고어텍스 겉감에 신슐레이트와 같은 보온재를 넣어 보온력을 높인 것이 좋습니다.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선 기온이 높고 낮음과는 별개의 상황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눈길을 헤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손발을 이용하며 온몸으로 길을 뚫어야할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당연히 장갑이 젖지 않게 어떤 방도를 강구해야죠(여기서도 방수투습성 원단이 효력을 발휘합니다).


   보온용 장갑 위에 착용하는 덧장갑(over gloves) 스타일과 보온용 장갑 겉감에 방수투습성 소재를 적용한 것이 있습니다. 덧장갑은 보온성능은 기대할 수 없지만, 팔꿈치까지 올라올 정도로 길고 손목과 밑단 등에 조임줄이 달려 있어 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줍니다. 평소에는 활동성이 좋은 속장갑을 이용하다가 눈이 많은 곳에서는 덧장갑을 착용하면 유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