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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준비하기 - 의류(3)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2. 24.

악돌이 박영래의 만화등산백과(월간 山)
 

등산 준비하기 - 의류(3)

 

   혹한을 막아주는 보호의류(악천후차단층)로 우모복이 있습니다. 한때 겨울철 캐주얼 의류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지요(GNP 7,000달러 수준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여기서 설명하려는 우모복은 캐주얼 수준의 것이 아니니 일반 의류매장에서 산 것은 잊어주세요(등산용은 반드시 전문등산장비점에서 구입하세요).


   캐주얼 우모복이 등산용과 다른 점은 우선 겉감에서 차이가 납니다. 캐주얼 우모복은 디자인과 색상에 중점을 두고, 보온기능은 우모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기능에만 의지합니다. 캐주얼은 입으면 두터워 갑갑할 것이라는 느낌을 감추기 위해 디자인을 될 수 있는 대로 날렵하게 보이도록 노력합니다.


   그래서 겉감은 디자이너의 패션감각에 맞아떨어지는 원단이기 쉽고, 악천후에 대비한 기능성은 다음으로 밀리게 됩니다. 배낭에 넣었을 때 차지하는 부피나 엉덩이를 덮을 정도의 여유, 머리를 보호하는 후드의 중요성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지요.


   등산용 우모복은 혹한 방지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제작됩니다. 게면 아주 작아지면서도 펴면 한껏 부풀어오르는 최상질의 우모(down), 우모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치밀하면서도 부풀어 오른 우모에게 충분히 공간을 제공해줄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조직의 겉감, 엉덩이까지 덮는 넉넉한 품, 얼굴을 거의 다 커버하는 후드 등 모든 점이 혹한에 대비해 제작됩니다.


   우모복에 사용되는 보온재는 주로 오리나 거위의 앞가슴털입니다. 한 마리에 몇 그램이나 나오겠어요? 오리털보다는 거위털이 보온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원정용과 고산용은 대부분 거위털이 사용됩니다. 원정용과 고산용 거위털(구스다운)의 경우 가슴털 8:깃털 2의 비율로 만들어집니다. 최상급은 가슴털 9:깃털 1의 비율입니다. 최상급 중에서도 구스가슴털 100%도 있지요.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가격도 비싸답니다. 우모복 공장에서는 털을 선풍기 바람에 날려보아 가장 멀리 날리는 털을 최상급으로 고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우모의 양을 많이 넣어야 하고, 원단의 무게도 일반 우모복 원단보다 무겁기 때문에 그만큼 옷이 무거워집니다.


   겉감에 우모를 담을 공간의 형태도 매우 정교해 요즘은 누빈 것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방수투습원단을 겉감으로 사용한 우모복이 있습니다. 다만, 고산원정이 아니라면 그다지 소용이 닿지 않습니다. 이 원단은 뻣뻣하기 때문에 우모가 충분히 부풀어오르는데 장애가 됩니다.


   이제 하체에 입을 의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름에는 면팬티에 면 반바지도 상관없습니다만, 폴리프로필렌이나 폴리에스터계 흡습속건성 팬티를 사용해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겨울철이나 고산에서는 면팬티나 청바지, 골덴바지는 반드시 피하세요). 겨울철이나 고산에서는 긴 내의가 필요합니다. 보온내의, 또는 고소내의라고도 부르는 긴 내의는 합성섬유나 폴리프로필렌계 상의와 한 벌로 마련해 두면 좋습니다만, 다시 강조하는데 면내의는 피하세요.


   겉에 입는 바지 역시 이제는 합성섬유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활동성을 주기 위해 스판이나 스트레치 성능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 니커보커즈를 많이 입었습니다만, 이런 성능이 도입되면서 자취를 감췄습니다(등산장비점에 거의 진열되어 있지 않고요... 지나친 표현 같지만 골동품화 된 것 같아요).


   다만 합성섬유계 원단은 나뭇가지에 걸리거나 땅바닥에 넘어지면 보풀이 잘 이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무릎과 엉덩이 부위에 나일론천을 댄 제품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하나의 천인데, 외부는 매끄럽고 내부는 부드러운 천으로, 여기에 스트레치 성능까지 보탠 고급 원단이 개발돼 바지 디자인도 매우 세련되게 나옵니다(결과는 산행이 한결 자유롭다는 긍정적인 면과 지갑이 얇아진다는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생기겠죠).


   한겨울이라도 보온내의와 두터운 합섬계 바지면 충분합니다. 여기에 강풍이 불거나 눈보라가 친다면 오버트라우저즈(보호의류, 즉 악천후차단층)를 껴입으면 됩니다. 그 이상의 대비는 과잉입니다.


   오버트라우저즈는 등산화를 신은 채로 입을 수 있도록 정강이 부분을 지퍼로 여닫을 수 있는 것을 고르세요(특히 겨울철 이 장치가 없으면 엄청 불편합니다). 오버트라우저즈도 윈드재킷과 같이 방수투습성 원단으로 마련하세요. 대개 윈드재킷과 오버트라우저즈 한 벌을 같은 색상과 같은 디자인으로 마련하세요. 보기 좋습니다. 숙련돼 보이고요.


   상체와 하체를 옷으로 감쌌다면, 이제 양말을 신을 차례입니다. 등산용 양말의 기능은 충격완화, 보온, 땀 흡수, 그리고 등산화와 발의 마찰을 줄이는 것입니다. 충격완화와 보온을 위해 대개 두 켤레의 양말을 신습니다. 안쪽에는 약간 얇지만 땀 흡수기능을 가진 양말을 신고, 바깥에 충격흡수를 위해 두터운 양말을 신는 것이 적절한 배합이죠.


   하지만 한겨울에 두터운 양말 두 켤레를 신는다고 만사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너무 두텁게 신으면 등산화에 맞지 않아 피 순환이 잘 되지 않고, 따라서 동상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죠(따라서 보온을 고려해 제작한 동계용 등산화를 신어야 합니다).


   양말의 재질은 예전에는 대개 울이나 울과 아크릴을 섞은 것이었습니다만(물론 싼 것은 아크릴로만 만들어 뒤축이 까지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만), 요즘은 부드럽고 흡습속건성의 폴리에스터나 폴리프로필렌계 제품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폴리에스터나 폴리플로필렌계 제품을 속양말로, 울이나 두터운 합섬계 양말을 겉양말로 함께 신습니다.


   양말 두켤레를 신고 등산화를 신었을 때 발가락을 움찔거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특히 혹한에는 동상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세요. 양말을 신기 전에 뒤축을 일회용 반창고 같은 것으로 감싸주면 까지고 물집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특히 새 등산화나 두터운 동계용 등산화를 신고 산행에 나설 경우 그렇습니다).


   관절이 특히 약하다고 생각되거나, 나이가 들어 관절에 무리가 갈 것이 염려되면 깔창을 충격흡수용으로 등산화에 깔아도 좋습니다. 한겨울에는 언 땅에서 등산화를 통해 올라오는 한기도 막아주므로 보온기능도 있습니다.


   혹한이나 고산 등반에서는 양말과 양말 사이에 방습막(vapor-barrier liner)을 신기도 합니다. 땀이 겉양말을 적시는 것을 막아 땀발산으로 인한 체열손실을 막아주기도 하는데, 문제는 속양말에 남은 습기입니다. 매일 발을 건조하게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죠(돈보다도 발 건강이 제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