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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준비하기 - 야영 (1) 막영수칙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2. 24.

악돌이 박영래의 만화등산백과(월간 山)

 

등산 준비하기 - 야영 (1) 막영수칙

 

   등산에서 야영(camping)이라 함은 텐트를 이용한 막영과, 텐트 없이 자는 비박 뿐만 아니라, 텐트를 치거나 말거나 들어가 잘 수 있는 침낭, 매트리스 등의 침구류와, 굶고는 견디지 못하므로 코펠 버너 등의 취사구와 식량을 다루는 종합용어입니다.


   야외에 일시적인 주거공간을 확보하려면 텐트나 타프를 신속하게 설치할 줄 알아야 하고, 안전하고 포근한 막영지를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하며, 따뜻한 침구와 열량이 충분하면서도 맛있는 식량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자연보호입니다. 야영을 하게 되면 당일산행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식량, 연료, 장비를 가지고 산에 들어가게 되어, 음식찌꺼기와 포장지 등은 물론 결국은 배설물까지 생기게 됩니다.


   또한 텐트에 깔린 지면과 주변의 식생도 나쁜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편안한 야영' 보다 '깨끗한 야영'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식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적인 막영지(캠프사이트)는 눈밭이나 너럭바위, 또는 모래밭이나 자갈밭입니다.


   숲속에 자연적으로 드러난 토사지대나 풀이 드문드문 난 곳도 차선책입니다. 고산의 수림한계선 위의 초원은 그림 같은 곳이라 더없이 좋아 보이지만, 약한 충격에도 생태계가 파괴되는 곳이기에 야영하기에는 가장 나쁜 곳입니다(한 곳에 일주일만 텐트를 치고 있으면 텐트에 깔린 식생은 1년 생장의 기회를 잃게 됩니다).


   계곡가에서도 많이 야영하게 되는데, 당연히 수질오염이 염려가 됩니다. 적어도 50m 이상은 떨어져 야영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죠. 그러므로 지형이 허용하는 한 물가에서 최대한 먼 곳에다 막영지를 고르세요.


   평평하게 고르거나 물길을 내지 않아도 되는(인위적으로 지형을 변형시키지 않아도 되는) 곳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샘 등 수원에서 좀 멀지만, 이미 닦여 있는 막영지를 발견했다면, 샘 가까이에 막영지를 또 닦을 것이 아니라 그곳을 이용하세요.


   캠프파이어는 불이 번지지 않도록 주위를 돌로 두르고, 될 수 있는 대로 작게 피우고, 법적으로 허락된 곳에서만 하세요. 불이 꺼지고, 재가 식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마세요. 땔감은 낙엽이나 죽은 나무만 사용하세요, 잘 탄다고 생나무 가지를 자르거나 겨울철 마른 나뭇가지를 자르지 마세요.


   낭만적인 캠프파이어도 이제는 그만 둘 때가 되었습니다. 불탄 자국이 지저분하고, 오래 남습니다. 예전에 버너가 발달하지 못한 시절의 유물입니다. 그래도 정 캠프파이어를 하시고 싶다면, 화로처럼 화목과 지면을 분리시키는 불판을 사용하세요. 그러나 이 장비는 오토캠핑용이지 등산용은 아닙니다.


   식기세척은 비누나 세제를 사용하지 마세요. 생태계에 치명적입니다. 대신 끓인 물로 헹군 다음 휴지로 물기와 기름기를 깨끗하게 닦아 냅니다. 헹군 물은 물가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먼 곳에 버리세요. 음식찌꺼기가 남으면 물가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땅을 20~30cm 파고 묻습니다. 물론 음식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취사량을 조절하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주말 1박 야영산행이라면 코펠을 대충 물로 헹군 뒤 귀가해서 닦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모래나 풀로 코펠을 닦으면 보이지 않는 음식찌꺼기가 그것들에 묻어 파리나 기타 해충이 꾀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국이나 찌개가 따라야 하는 우리 음식문화를 등산에서만큼은 바꾸는 것도 좋습니다. 즉 취사할 때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지요. 또한 쌀이나 야채 등을 미리 집에서 씻어서 가는 방법도 있고요. 사람은 씻지 않고도 1주일 정도 지낼 만하므로 비누나 어떤 형태의 세제도 산으로 들여놓지 마세요. 깔끔은 집에서 떠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쓰레기용 봉투(잘 터지지 않는 강화 비닐봉투)를 미리 준비해 뒀다가 쓰레기를 담아 산 밖으로 가지고 나옵니다. 진정한 등산인은 캔 뚜껑, 사탕봉지 하나 남겨두지 않고 가지고 나옵니다. 누가 버렸던 간에 말입니다.


   사용인구가 많은 야영장에는 대개 간이화장실이 있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산중에는 적어도 물가에서 50m 떨어진 곳에 15cm 정도 파고(더 깊어도 좋지 않습니다) 실례한 후 흙으로 덮고 살짝 다져줍니다.


   눈밭에서는 신설이 내리기 전에 모든 쓰레기를 눈에 띄는 곳에 모아 두었다가 막영을 철수하면서 수거하거나 태웁니다. 야영의 철칙은 '당신이 사용하기 전보다 더 깨끗하게 만들고 떠나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