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준비하기 - 의류(2)

악돌이 박영래의 만화등산백과(월간 山)

 

등산 준비하기-의류(2)

 

   지난 호에서는 의류와 원단 전반에 대해 설명해 보았습니다. '껴입기'의 개념과 그 기본으로서 내의(피부접촉층), 보온의류(데드에어층), 보호의류(악천후차단층)로 기능을 나눠보기도 했습니다.

   내의(피부접촉층)는 흡습속건성을 주요기능으로 삼고, 보온의류(데드에어층)는 움직이지 않는 공기층(dead air) 확보를 주요 기능으로 삼으며, 보호의류(악천후차단층)는 비, 바람, 혹한을 막아주는 것을 주요 기능으로 삼는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 기능 분류를 다시 강조하는 것은 다음에 설명할 신체부위별 껴입기와 연관이 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배낭을 꾸릴 때 이러한 기능분류를 염두에 두시면 민첩하고도 느긋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제 상체부터 입어 보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제 면내의는 아예 뇌리 속에서 지워 버리세요. 땀에 젖으면 잘 마르지 않아 칙칙합니다.

   요즘에는 폴리프로필렌이나 폴리에스터로 만든 흡습속건성 원단 러닝셔츠가 다양하게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Cool Max, DRY-ZONE, Aerocool, Ceramichi, Coolon, DRY flo, ODLO 등등).

   겨울용(고산용) 긴팔내의(보온내의) 역시 원단 소재는 비슷합니다. 폴리프로필렌이나 폴리에스터 극세사는 부드럽고, 탄력이 있으며(스트레치), 통기성이 좋고, 땀을 빨리 흡수해 밖으로 내보냅니다.

   보온내의는 원단의 두께가 얇은 것(겨울 당일산행용)부터 두터운 것(혹한용이나 고산 원정용)까지 여러가지로 나와 있습니다. 당연히 두터운 것이 데드에어층을 많이 확보하겠죠.

   보온내의는 대개 검은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밝은색이 더 유리하다는 경험담도 있습니다(겨울인데도 날씨가 포근해 보온내의만 입어도 괜찮을 경우 어두운 색보다는 밝은색이 햇볕을 천천히 받아들이고 천천히 방출해 더 쾌적하다는 것이죠).

   날씨가 추워지면 여벌로 옷을 더 준비해야 합니다. 긴팔 셔츠, 스웨터, 또는 파일재킷은 반드시 모(Wool)나 합섬파일원단이어야 합니다. 젖어도 보온력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또 강조합니다. 면제품은 젖어도 잘 마르지 않으므로 아무짝에 쓸모 없습니다. 여름철 당일산행 이외에는 면제품은 아예 손도 대지 마십시오.

   소매나 통은 격렬하게 활동해도 팔이 드러나거나 바지 허리춤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길어야 합니다. 바지와 상체 사이의 틈에서 체열이 많이 빠져나가니까요.

   마찬가지로 터틀넥 스웨터나 티셔츠는 상체에서 체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줍니다. 터틀넥만으로 3~5°C의 보온효과를 본다는 실험결과가 있습니다.

   이제 보호의류(악천후대비층)로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윈드재킷(방풍의 또는 윈드브레이크)에 대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말 그대로의 뜻은 바람막이 옷입니다만, 이것은 방수투습(防水透濕)성 원단이 개발되기 이전에 붙은 영어입니다.

   방수투습성이란 물기(비나 눈 녹은 물)는 통과하지 못하지만, 습기(체열이 오르면서 생기는 땀의 증발)는 통과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합니다. 물분자보다는 작고 습기 분자보다는 큰 구멍을 원단에 수없이 내면 이런 기능이 가능해집니다.

   윈드재킷에 방수기능과 투습기능을 동시에 부여한 원단이 개발되면서 용어의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방수방풍의라고 해도 투습기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방수방풍투습의라고 하면 누가 이런 복잡한 용어를 쓰겠습니까?

   비옷은 우의라고도 하는데, 역시 투습기능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지는 못하고, 완전방수되는 비닐옷을 연상시켜 등산용 용어로는 적합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래도록 사용해온 윈드재킷을 일단 사용하겠습니다.

   윈드재킷을 통해 빠져나가는 습기의 속도가 땀 발생 속도보다 느리면 윈드재킷 내부에 습기가 차게 되므로 방수투습성 원단이라고 해서 무조건 믿을 것은 못됩니다. 결국 땀 배출량을 조절하며 산행에 임해야 합니다(운행속도 조절).

   용어야 어쨌건, 현재 유명등산장비점에 걸려있는 윈드재킷은 디자인과 원단제작사만 틀릴 뿐 대부분 방수투습성 원단으로 제작한 것들입니다. 그러니 그것이 그것 같아 고르는 데에도 혼란스럽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반 윈드재킷 앞지퍼로 물과 바람이 새들어오는 것이 싫어 아노락(anorak, 앞지퍼가 없는 풀오버재킷)을 더 좋아하기도 합니다. 무릎까지 덮는 캐굴(cagoule)도 있습니다. 펀초(poncho)는 바람 앞에선 무용지물이고, 비가 내릴 때에도 행동이 불편해 요즘은 우의로 사용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