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래의 만화등산백과(월간 山)
등산 준비하기 - 보행방법
등산의 기본은 걷는 것입니다. 인간의 손의 자유를 얻기 위해 다리의 균형감각과 힘의 고도로 진화되어 걷고 뛰는 동작을 능숙하게 합니다. 보행방법을 등산의 기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산행 중의 보행은 평지보행과는 여러 면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산길 걷기에 필요한 체력과 요령을 갖추지 않으면 등산 자체가 곤란해집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수평이동만 하지만, 등산시에는 경사지대를 오르내려야 하므로 운동량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경사진 길을 약 9kg의 배낭을 메고 걸으면 쉴 때에 비해 산소 소모량이 8.8배로, 하산시에도 5.7배나 늘어날 정도로 운동량이
커집니다).
산소와 기압의 차이도 등산을 힘들게 합니다. 고도가 높아질 수록 산소가 희박해지고, 기압도 낮아지기
때문입니다(산소가 희박해지면 산소가 폐를 통해 혈액으로 들어가 신체조직 속속들이 공급되는 일이 어려워집니다).
산행 중 겪는 첫 번째 고통은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숨이 차 오르는 것입니다. 이것은 운동량에
비해 산소와 혈액의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인체현상입니다.
경사진 산길을 걸으면 심장박동과 호흡이 빨라지게 되는데, 운동량이 자신의 심폐능력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 숨이
가빠지고 심장은 터질 것 같아집니다. 이런 경우에는 속도를 늦추고 심호흡을 충분히 하여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는 아주 천천히 걷는 것이 좋습니다.
안정시 1분 동안 마시는 공기의 양은 10리터 정도지만, 격렬한 산행 중에는 1분에 약 150리터까지도
공기를 마시는 경우도 있습니다(1분당 코로 들이마실 수 있는 공기 최대량은 50리터 정도에 불과합니다). 숨이 차 오를 때 코로만 숨을 쉬지
말고 코와 입으로 필요한 만큼 충분한 공기를 실컷 들여 마시는 것이 지치지 않는 요령입니다.
1분당 60m의 속도로 걸을 때 산소 소비량이 가장 적기 때문에 일명 경제속도라고 합니다(따라서 시속
3.6km가 나오는데 산의 경사도, 자신의 체력, 보행속도, 배낭의 무게에 따라 체력소모가 달라집니다).
산행 중 휴식에 대해서는 흔히 '30분 운행 5분 휴식'이 바람직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람마다 체력과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보행할 수 있는 능력은 같을 수 없습니다(30분 걷고 5분 휴식은 잘 단련된 전문등산인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몸이 너무 지쳐버린 다음에 휴식을 취하면 기력을 다시 원상태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지치기 전에 잠깐 쉬고 다시 걷는 것이
좋습니다.
보행 중 어느 정도 피로감을 느끼면 배낭을 벗고 편안한 자세로 5분 정도씩 쉬면서 기력을 회복시켜 주세요.
숨이 가쁘고 힘든 이 과정을 극복해 자기 페이스를 찾아 적응하면 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기 시작합니다.
발걸음을 옮기는 요령은 등산화 바닥 전체가 지면에 닿도록 하여 걸어야 안정된 체중 이동이 가능하고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놓여 있는 작은 돌멩이를 뒤꿈치로 밟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계단식이 아닌 요철이 없는 경사면을 오를 때 등산화 바닥
전체를 억지로 디디면 오히려 힘들어 집니다(산길의 상태에 따라 등산화 바닥 전체와 앞부분을 적당히 사용합니다).
보행 중에는 시선을 멀리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오르막에서 발 밑만 보고 걸으면 걸음걸이에 대한 부담감으로
힘만 더 듭니다(좀 멀리 보며 경치도 즐기고 진행하는 보행선을 경제적으로 선택하는, 즉 지름길 선택 요령도 키우시고요). 위쪽 발에 힘을 빼고,
아래쪽 발에 모든 체중을 싣고, 2~3초간 휴식을 취하는 레스트 스텝(rest step) 보행법은 긴 오르막을 꾸준히 오르는 데 효과적입니다(이
경우에는 아래쪽 발에 체중을 모두 실으세요).
내려갈 때는 상체를 조금만 구부리고 몸에 힘을 뺀 자세로 시선을 약간 멀리 두면 몇 걸음 앞 지형상태를
예상할 수 있으므로 균형을 잡는 동작이 자연스러워집니다. 주저앉듯이 걸으면 균형이 깨져 더 위험합니다.
정신적인 면도 매우 중요합니다. 동료와 가끔 좋은 이야기도 나누고 주위의 경치도 즐기며, 사진도 찍고,
등산지도와 컴퍼스로 지형을 비교해 보며 걷다 보면 힘든 것을 잊은 채 어느새 목적지에 닿게 됩니다.
노련한 산꾼들이 어깨춤을 추듯이 가볍게 어깨를 좌우로 움직이며 덩실덩실 오르는 것은 오랜 경험에 의한 힘을
절약하기 위해서 취하는 몸에 밴 습관에서 나오는 모습입니다(몸을 약간 움츠려들었다 펼 때 나오는 탄력과 리듬에 체중과 짐을 실어 유연하게 오르는
것이지요).
흔히 의욕이 앞서 초반부터 빠른 속도로 걸으면 금방 지치게 되고, 페이스조절에 문제가 생겨 산행 후반에
녹초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등산은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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