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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준비하기 - 환절기와 안전산행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2. 24.

악돌이 박영래의 만화등산백과(월간 山)


등산 준비하기 - 환절기와 안전산행

 

   봄기운에 젖어 긴장감이 풀어진 상태에서 산행에 나서게 되므로 환절기에는 연중 등산사고가 가장 많이 납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등산복장, 장비, 산행대상지 등이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집중호우와 급류에 의한 조난이 발생하는 여름철 등산이나 겨울철 동사를 가장 위험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등산경험자들은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가 산행에 가장 까다롭고, 위험한 것으로 꼽습니다(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환절기는 변화 적응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환절기의 요소는 산의 동서남북과 높이, 지역적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를 환절기라 할 수 있습니다(해발 1,500m 안팎인 산에서는 철쭉이 피는 5월에도 엉뚱하게 눈이 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절기 때는 새벽이나 아침에는 기온이 영하이었다가 낮에는 포근한 영상의 날씨가 되고,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다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따라서 겨울과 초여름의 기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 환절기입니다(눈과 얼음이 녹는 해빙기인 이 시기는 눈과 얼음이 녹는 기간이 짧지 않기 때문에 안전에 위협이 됩니다).


   기후의 변화가 극심한 환절기 때라도 해발 500m 안팎의 낮은 산에서는 그저 봄기운만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해발 1,000m 안팎인 정상과 산행기점이나 기슭과는 기온차가 10°C 가까이 나므로 모든 상황이 달라집니다.


   산 아래서는 미풍이나 바람 한 점 없다가도 높은 곳에서는 강풍으로, 산행기점은 비가 왔는데 주능선은 진눈깨비나 눈이 내리는 것입니다. 이런 기후의 변화로 복장이 부실하면 동사할 위험이 있으며, 통계로 보아도 저체온현상(하이포서미아)에 걸릴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따라서 산행대상지는 낮은 산을 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되도록 계곡 코스와 위험한 바위코스도 피하고요 육산이 좋습니다).


   높은 지대에 쌓여 있던 눈은 단단했던 한겨울과 달리 맥없이 푹푹 꺼져들 어가 보행이 매우 불편해집니다. 썩은 눈이 지겹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날은 저물고 행동식도 동이 났다해서 무턱대고 계곡쪽 사면으로 내려서면 위험합니다. 계곡에도 여전히 썩은 눈과 얼음이 있어서 잘못 밟으면 물에 빠져버리는 악순환이 거듭되기도 합니다.


   잔설이나 얼음층은 한낮에는 축축이 녹아 내리다가 오후 늦게 기온이 내려가면서 한겨울보다 더 미끄러운 빙판길로 변합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등산용 스틱이나 워킹용 아이젠을 사용하면 진흙 반 얼음 반인 비탈길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특히 사면을 가로지르는 경사지고 얼어붙은 지점을 통과할 때 꼭 필요합니다).


   따라서 산행코스를 잡을 때는 급경사 코스로 올라가고, 완만한 경사로 하산하는 것이 미끄러짐을 다소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오를 때는 남동쪽, 하산은 남서쪽이나 긴 능선코스가 좋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흙속에 함유된 습기가 얼면서 부피가 늘어 흙위에 떠 있는 돌을 뜨게 합니다. 이것이 녹으면서 균형이 깨져 구르는 것이 낙석입니다(낙석은 큰소리에도 균형이 깨져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헐겁게 얹혀 있는 바위나 돌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므로 급경사나 절벽 아래 길은 피해야 합니다(부득이한 경우에는 한 사람씩 조용히, 빠른 걸음으로 통과하세요).


   낙빙 역시 조심해야 하는데, 특히 협곡을 지날 때 어느 순간 균형이 깨지면서 떨어지는 얼음조각은 예고가 없습니다. 조심성 없이 얹혀 있는 바윗돌이나 나뭇가지를 덥석 잡아당기다가 바위와 함께 또는 나뭇가지가 부러져 굴러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환절기는 등산로 상태가 연중 최악인 만큼 준비해야 할 장비도 겨울용을 그대로 사용하십시오. 축축한 습설이나 빙판지대에서 발을 보호하고 제대로 아이젠이라도 착용하려면 아직은 겨울용 중등산화를 신으세요. 높은 산 북사면에는 아직도 묵은 눈이 많이 남아 있고,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눈에 젖은 바지 가랑이가 얼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스패츠를 챙기십시오(높은 산에 가는 경우 4월까지 항상 배낭 속에 넣고 다니세요).


   환절기 등산의류는 여벌옷을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을 나서는 아침이나 새벽에는 쌀쌀해도 한낮의 기온은 운동(산행)으로 인해 체온이 올라간다는 것을 염두에 두십시오. 따라서 기온이 오르면 얇은 긴팔티 한 장 정도를 준비하고, 기상악화에 대비할 모자와 장갑도 배낭 속에 넣어 두세요. 포근한 날씨만 믿고 준비 없이 나섰다가 겨울을 맞는다면 고생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조난으로 이어집니다.


   환절기... 여벌옷이나 방수방풍의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자신에게는 물론 옆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것이 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