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래의 만화등산백과(월간 山)
등산 준비하기 - 가을에 조심해야 할 동물과 곤충
산에서 자취를 감추어 가고있는 야생동물이나 곤충을 만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 산에서 생활하는 동물 중에는 만나기가 반갑지 않은 것도 있고,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맞닥뜨리면 매우 위험한 것도 있습니다.
외국의 산에서라면 곰이나 호랑이 등이 있겠습니다만,
우리나라 산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동물은 기껏해야 뱀이나 다람쥐 정도입니다. 산양과 수달, 오소리, 너구리, 고라니 등은 난개발 이후 일부러
찾아보려 해도 쉽지 않습니다.
뱀의 경우 사람이 그들의 영역을 침해하여 직·간접적으로
뱀에게 위해를 가했을 경우에만 위험합니다. 뱀은 비 갠 직후 산길이나 바위지대에 몸을 말리러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가을 뱀은 독이 가장 강할
때이기 때문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여러 명이 산행할 때 맨 앞사람이 뱀을 건드리고 지나치면
뒤를 따르는 사람이 뱀에 물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독사에 물린 경우에는 빨리 심장쪽으로 가장 가까운 곳을 묶어 피의 흐름을 둔화시킨 다음 물린
곳을 +자형으로 칼로 찢고 독을 빨아낸 다음,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즉각 산행을 중지하고,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아 의사의 진찰을 받으세요.
옛날 심마니들은 뱀에 물리면 마른 명태대가리 5개 정도 푹 달인 물을 마시고 해독을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산행 중에 땅에 풀썩 주저앉거나 드러눕지 마십시오. 맨
땅이나 풀잎에 묻어있는 들쥐 배설물로 인해 '유행성출혈열'에 전염될 수 있습니다. 또한 들쥐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도 조심하세요. 쥐의 피를 빤
진드기에 물리면 1~2주일 후 물린 부위에 종양이 생기고 고열이 납니다. 이 증세로 며칠 지나면 온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며 임파선이 붓는데,
그대로 두면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추석을 전후하여 기승을 부리는 벌도 가만히 있는데 먼저
와서 쏘는 일은 드뭅니다. 고의거나 부주의를 막론하고 벌을 먼저 건드렸을 때 쏘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산에서 식사 중에 몰려드는 파리는 정말 귀찮은 해충입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육식파리는 온혈동물의 상처부위에 알을 낳는데, 이 유충이 살과 뼈까지 먹어치워 4~7일이면 소도 죽인다고
합니다.
흡혈해충인 모기는 10월 하순까지 서식합니다. 모기는
대기의 탄산가스와 아미노산 냄새를 15~20m 밖에서도 맡는다고 합니다(특히 경기, 강원 북부에서는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말라리아 감염모기에 의해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감염될 수 있는 집단 말라리아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말라리아 모기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말라리아는 혈액원충이 적혈구나 간세포 내에 기생해 발병하는
급성 열성 감염증으로 '학질' 이라 불리던 병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휴전 이후 사라졌다가 1993년 환자가 생긴 뒤부터 매년 급증, 지난해에는
3,620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아무튼 경기도와 강원 북부지역으로 등산을 다녀온 후 발열이 있을 경우 반드시 병원을 찾아가 진단을 받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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