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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준비하기 - 겨울산 보온대책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2. 24.

박영래의 만화등산백과(월간 山)

 


등산 준비하기 - 겨울산 보온대책

 

 

   은백의 설원, 나뭇가지에 생긴 설화와 상고대... 아름다운 낭만의 세계가 펼쳐지는 겨울산이 산꾼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산의 아름다운 낭만 뒤에는 매년 어김없이 동사자를 발생시키는 복병들이 숨어 있습니다.


   겨울산에서 사고를 당하면 그 가족과 주위 사람들은 폭설이나 혹한 등 악천후에 탓을 돌립니다. 그러나 겨울산에서 눈이 오지 않는다거나 강추위가 없다면 그게 어디 겨울산입니까? 아무튼 눈과 강추위가 없는 겨울산을 원했다면, 그것은 대자연의 섭리를 무시한 넌센스일 뿐입니다.


   겨울산에서 사망사고의 원인을 캐보면 무지나 부주의가 사고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항상 추위가 상존하는 겨울산에서 사고가 나면 대부분 체온을 서서히 또는 급격히 빼앗기는 과정을 밟게 됩니다.


   결국 추위에 대한 준비 없이 산행에 나선 사람에게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인 하이포서미아(hypohtermia, 저체온증)가 발생됩니다. 겨울산에서는 4°~5°C에서 시속 30m의 바람만 불어도 인간은 저체온증에 걸려 사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찬 대기와 바람이 가장 무서운 겨울산의 적입니다. 쉬는 동안 찬 바위에 앉거나 무심코 만진 눈이 장갑에 녹아들면서도 체온을 빼앗깁니다. 또한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은 계속해서 열을 발산합니다. 특히 머리와 목, 그리고 손에서 열 손실이 큽니다(호흡하는 동안 코를 통해 들어온 찬 대기가 허파에서도 열을 빼앗습니다). 이렇게 피부나 호흡기를 통하여 열을 빼앗기면 찬 피가 심장으로 들어가 몸속의 온도를 내려가게 합니다(이 과정이 지속되면 체온은 점차 내려가 신체기능에 이상이 오는 저체온증에 걸리는 거죠).


   저체온증 초기증상은 마구 떨리고, 조금 더 심하면 말하기조차 어렵고, 사고능력이 저하되며 서서히 졸음이 옵니다(이런 상태가 더 진전되면 근육이 경직돼 움직임이 둔화되며 무의식 속에 숨을 거두는 것이죠). 저체온증을 방지하려면 체열이 나가는 경로를 차단해야 합니다. 피부에서 기화하면서 빼앗기는 열을 막을 수는 없지만 줄이는 것은 가능합니다.


   따라서 겨울산에서는 체온저하과정을 차단하는 보온성, 방풍성이 높으면서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의류를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체온을 지켜주는 의류로는 모직류가 여러가지 조건들을 대체로 만족시켜 줍니다(요즘은 방풍과 보온효과가 좋은 폴라텍 윈드스타퍼가 겨울의류 원단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요).


   보송보송할 때에는 보온성이 있지만, 젖으면 무용지물인 면직류는 겨울산 보온에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면직류는 젖으면 무겁고 보온력이 떨어지고 잘 마르지도 않아요). 일부 등산인들 중에는 면직인 청바지를 입고 양말을 바지가랑이 밖으로 내 신는 경우가 있는데, 청바지는 어느 계절에도 산에서는 거추장스런 의류입니다.


   양말, 모자, 장갑은 모두 모직이나 플리스제로 준비하세요. 양말의 경우 반드시 두 켤레를 신으세요(다른 계절에도 두 켤레를 신으면 그만큼 발의 피로를 덜어주지요. 한 켤레 더 비닐통투에 넣어 배낭 속에 넣어 두었다가 하산해서 갈아 신으면 좋습니다).


   머리에서는 온몸의 방사열량의 50% 안팎이 빠져나가므로 모자를 꼭 챙기세요(겨울철 모자는 반드시 귀를 덮는 것이 좋습니다). 혹한이나 강풍에 대비해 얇은 안면모 한 장을 항상 배낭 헤드나 윈드재킷 주머니에 넣어 두십시오. 장갑은 두터운 것 한 켤레에 얇은 것 한 켤레를 더 챙기세요. 장갑을 하나 더 준비하는 것은 젖었을 때를 대비하는 것입니다(장갑은 잡일을 할 때 맨살을 추위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배려입니다).


   땀, 즉 물기는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240배나 됩니다. 땀이 배어 있는 피부는 그만큼 추위에 노출되어 당연히 많은 열을 빼앗기게 됩니다. 등산용 스카프는 이마나 얼굴, 목 등에 흐르는 땀을 닦는데 필요하고, 목에 두르면 체온손실을 막아주기도 합니다(목으로 눈가루가 들어가는 것도 막아줘요).


   내복과 여벌 의류로는 보온성이나 마르는 속도, 무게나 착용감 등에서 뛰어난 원단으로 만든 것을 준비하세요(요즘 내복류인 팬티와 타이즈는 통풍이 잘되는 원단인 쿨맥스나 써플렉스 원단이 대부분입니다). 땀이 빨리 발산되어 옷이 말라 있으면 데드에어(dead air)라는 열전도를 막아주는 층이 생겨 보온기능이 발휘됩니다.


   예전에는 내복 위에 모직셔츠와 모직스웨트를 많이 입었으나 요즘에는 플리스T셔츠를 많이 입습니다(운행 중에는 모직셔츠나 플리스셔츠를 입고 플리스재킷은 쉴 때 입으세요). 강풍에 눈보라가 날리는 혹한에서는 플리스재킷 위에다 방수방풍의인 제대로 된 윈드재킷을 입어야 합니다(윈드재킷 사이즈는 손과 엉덩이를 덮을 정도로 소매가 길고 큰 것을 준비하세요).


   보온력이 우수한 여벌옷을 제대로 챙기면 어떤 추위에서도 떨지 않고 느긋하게 겨울산행에 나설 수 있습니다(준비가 안되어 마음이 불안하면 서두르게 되고 그만큼 더 위험이 가중되죠). 경치가 좋다거나, 날씨가 나빠져 좋아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마냥 기다리다가는 추위에 떠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