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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준비하기 - 눈(사태) 이야기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2. 24.

박영래의 만화등산백과(월간 山)

 

 

등산 준비하기 - 눈(사태) 이야기

 

 

   겨울산에서 겪게 되는 위험요소 중 가장 비중이 큰 요소는 추위와 눈입니다. 이번호에는 눈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걷기에 편할 정도의 눈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기에 눈보라, 폭설, 눈처마, 눈사태와 맞닥뜨리게 되면 매우 위험한 지경에 처하게 됩니다.


   평소 눈이 약하게 내릴 때는 가시거리가 약 4km 정도, 보통 눈이면 1km 안팎 거리까지 내다볼 수 있지만, 초속 10m 바람이 불면 내리는 눈은 눈보라로 급변합니다. 이 상황에서는 수십m 앞도 분간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경우에는 체온이 빨리 떨어져 허둥대면서 산길을 걷다가 독도법도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되고, 경우에 따라 조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폭설을 만나게 되면 더욱 난감합니다. 이 경우에는 침착하게 움직여야 하며, 목적지까지 거리를 계산해 보아 급히 하산하는 것이 좋습니다.


   눈보라나 폭설에서 몇 사람만 등산을 계속한다든지 몇 사람만 내려보내는 것은 위험한 결정일 수 있습니다. 올라왔던 길이니까 쉽게 길을 찾아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모두 함께 움직여야 하며, 한 사람이라도 체력이나 장비에 문제가 있다면 지체 없이 함께 하산하십시오.


   바람에 의해 겹겹이 쌓이는 눈처마지대에서는 아래쪽 안전지대를 러셀하며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눈처마가 크게 형성된 경우 눈처마 하단부로 가다가 자칫 무너져 내리는 눈처마에 묻힐 위험도 따릅니다. 어쩔 수 없이 눈처마 위를 지나가야 할 때는 스틱이나 피켈로 눈 깊이를 짚어 보면서 천천히 전진하되, 눈처마가 무너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눈은 가루와 같이 메마르고 가벼운 것부터 물기가 많고 무거운 것까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눈의 체적은 비의 약 20배에 해당되는데 예를 들어 눈이 1m 쌓였다면 대략 50mm의 비가 온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눈은 0도 이하에서 수증기가 응결돼 생기는 6각형 결정들이 모여서 만든 집합체입니다. 눈이 형성되려면 아주 작은 수증기들을 모아줄 핵이 필요한데, 이 핵 역할을 하는 것이 먼지입니다(눈을 먹는다는 것은 수많은 먼지를 드시는 것입니다).


   핵이 없어 영하로 떨어졌는데도 얼지 못하는 상태를 과냉각이라고 하는데, 과냉각 상태의 수증기는 먼지와 만나는 순간 달라붙어 눈 결정을 만듭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눈 결정들은 구름 속에서 서로 부착하면서 변화하는 온도형태에 따라 큰 눈송이나 싸락눈이 됩니다.


   눈은 온도와 습도 차이에 의해 판모양, 별모양, 기둥모양, 바늘모양, 나뭇가지모양 등 다채로운 눈 결정을 만들어 냅니다. 눈 결정의 세계에서는 다양성과 질서가 공존합니다. 조금씩 모양이 다르면서도 6각형 대칭구조가 반복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물이 얼 때 분자 6개가 좀 더 안정된 상태가 되기 위해 마치 강강술래 하듯이 손을 마주잡기 때문입니다.


   눈은 항상 위험을 안고 있는 불확실한 대상입니다. 눈은 위험요소들을 덮어 버리기도 하고, 포인트가 되는 지형지물을 덮어 벼려 길을 잃게 하기도 합니다. 수목한계선 상부에서는 눈으로 인한 위험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계곡을 덮은 눈 아래의 계류나 탕에서도 조심해야 합니다. 또한 불안정한 설사면에서는 눈사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기상상태에 따라 설질이 달라지므로 현재의 날씨와 등산일 전후의 날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등산에서 가장 좋은 눈은 눈사태 위험이 없고, 체중을 편안하게 지탱해 주어 마음놓고 킥 스텝을 할 수 있는 눈입니다. 지형적으로는 오후의 햇볕을 받아 표면이 적당히 녹아 걷기에 편한 남쪽이나 서쪽 사면, 또는 능선길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등산 준비하기 - 눈사태 이야기

 

 

   은백색 설경이 펼쳐지는 눈덮인 겨울산의 순수와 낭만은 다른 계절에는 느낄 수 없는 매력입니다. 그러나 그 황홀한 설경의 매력만큼이나 겨울산에는 여러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그중 가장 위험한 것이 눈사태입니다.


   눈사태 발생의 원인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분석은 고사하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초기단계입니다. 아직까지는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하면 된다는 교과서적인 이론은 확립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눈사태 발생가능 각도는 경사도 25°~55°가 가장 높지만 실제로 경사도 10°에서도 눈사태가 발생합니다).


   눈사태의 위험은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위험에 대한 '느낌'을 기른다는 원시적인 방법이 가장 정확하고 유효한 대책이라고 합니다. 눈사태가 일어나는 원인에는 자연발생과 인위적인 요인이 있는데, 어떤 경우에도 눈사태에 말려들었을 때의 위험도는 똑 같습니다(실제 조난사고로 이어진 눈사태는 자신의 행동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눈사태 조난의 원인제공이 등산인 자신의 조심성 없는 행동에 있다 하지만, 등산인의 행동은 그 계기가 된데 지나지 않습니다. 눈사태가 날 수 있는 위험한 적설상태로는 새 눈일 경우입니다. 묵은 눈의 표면이 낮에 햇볕을 쬐었거나, 또는 비를 맞아 녹았다가 그것이 밤이 되어 기온이 내려 언 데다 많은 새 눈이 그 위에 쌓이면 눈사태 위험이 있습니다(이럴 때는 매우 낮은 경사도에서도 눈사태가 발생합니다).


   등산화 아래서 푸석푸석한 새 눈 밑에 딱딱하게 언 빙판사면이 느껴지면 위험한 상황으로 보고 다른 곳으로 우회 하십시오(갓 내린 새 눈은 접착력도 적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특히 새 눈일 때에는 계곡이나 산허리의 비탈뿐 아니라 산등성이에서도 사태가 나는 일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이 경우 상단부에 큰 비탈을 가진 골짜기에 들어간다는 것은 자살행위 입니다).


   미리 내려 구설일 경우에도 눈사태는 일어납니다. 구설일 경우 전층눈사태가 보통이며 덩어리 눈사태가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이러한 눈사태는 흔히 기온이 올랐을 때 발생합니다).


   기온이 올라가 적설의 밑바닥이나, 급한 비탈, 또는 슬랩식 암반으로 눈 녹은 물이 흐르고 있는 상태가 가장 위험합니다. 덩어리 눈사태는 비탈 중턱에 매달려 있던 잔설이 기온 상승과 더불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발생하는 것입니다(좁은 골짜기 측벽에 걸려 있던 잔설이 떨어지면 피할 곳도 없습니다).


   눈사태의 위험을 알리는 징후로는 눈이 우는 경우입니다. 눈의 무게 때문에 죄여드는 소리로서 '뿌드득 뿌드득' 하는 소리가 나면 빨리 피하십시오. 비탈에 테니스공이나 축구공 같은 눈덩어리인 스노볼이 굴러 내려와 몇 줄기 자국이 보이면 주의해야 합니다.  스노볼이 보인다는 것은 능선 위에 생긴 눈처마가 무너질 징조이거나, 적설층이 무너질 징조입니다. 새 눈이나 오래된 적설에 균열이 있는 경우도 언제 눈사태가 날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징후입니다.


   눈사태 발생원인은 적설의 중량이 비탈의 유지능력을 초과할 때 생깁니다(선박이나 차량에 정원초과 되면 사고가 나는 것과 같은 원리죠). 돌풍이나 강풍이 눈사태 발생원인이 되는 일이 있습니다. 급경사에 많이 쌓인 새 눈이나 균열이 생긴 잔설 등에 칼바람 같은 돌풍이 불면 무너져 내리는 일이 뜻밖에 많습니다.


   눈사태는 인위적으로도 발생합니다. 이를테면 금이 간 비탈 밑을 지나가거나 새 눈을 가로질러 러셀 하는 것은 일부러 눈사태를 일으키는 짓이라는 것입니다. 균열이 있는 비탈을 오를 때는 되도록 똑바로 오르고, 조금이라도 충격을 주지 않도록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올라야 합니다(87년 설악산 건폭골 눈사태사고는 비행기의 음속돌파음이 눈에 충격을 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눈사태의 위험성이 있는 곳을 오를 대는 집단으로 행동하지 말고, 한 사람씩 또는 거리를 두고 행동해야 안전합니다(눈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를 최소한으로 그치게 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눈사태 위험지역은 설악산 일원인 죽음의 계곡, 설악골, 토왕골, 공룡능선, 백운동계곡 그리고 한라산 장구목 등입니다(설악산 백운동계곡에서는 언 계곡이 풀리면서 얼음사태도 종종 발생합니다).


   지표면을 덮은 1㎥ 눈의 무게는 200kg인데, 습설일 경우에는 10배의 무게가 나가는 것이 눈입니다. 대개 눈사태에 묻혔을 경우에는 대다수 그 자리에서 압사 또는 질식사해 버리지만, 운이 좋으면 살아나는 일도 있습니다. 눈사태에 휩쓸리면 눈 속에 갇히지 안도록 헤엄쳐서 조금이라도 표면으로 나오도록 필사적인 노력을 하십시오. 눈속에서는 먼저 질식하지 않도록 얼굴 주위에 공간을 만들고, 그 다음 손과 발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쪽을 우선적으로 움직여 공간을 넓히는 것입니다.


   운 좋게 눈사태에서 탈출했으면 다음에는 동료를 구출할 일입니다. 이때 직접 자기 손으로 파느냐, 아니면 구조대를 부르러 가느냐는 그 자리의 상황에 따르십시오. 구조를 요청하러 갈 때는 동료가 묻혀 있는 곳을 알아내기 쉽도록 표지물을 남겨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