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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등산사진후기☞/♤ 북한산·도봉산·사패산

[20030505]북한산에서 가장 긴 종주(상장봉에서 수리봉까지)를 다녀오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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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 - 상장봉에서 백운대 찍고 수리봉까지

 


맥가이버가 좋아하는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들으시면서...


5월 5일 휴가 아닌 휴가로 평일에 여유가 생긴다.

 

아침 6시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전날 배낭에 넣어 둔 대강의 짐들을 다시 정리한다.

 

대형배낭에 가득한 짐(지리산 1무 2박 4일 준비를 겸한)에

얼음물 세 통, 얼린 커피 1통, 따듯한 물 1통, 얼린 맥주 2캔, 삶은 계란 5개,

점심 도시락까지 넣으니 무게가 만만치 않다.

저울에 달아보니 25kg 조금 넘는다.

 

07시 40분 집을 나선다.

1호선 타고 종로3가에서 3호선 갈아타고 구파발역에 도착하여

156번 버스(송추방향)를 타고, 솔고개(또는 다리고개)에 내리니 09시 15분이다.

 

보너스 1.

솔고개라는 명칭을 요즘 젊은 기사들은 모른단다.

지금은 종로·중구교장(예비군)이라는 정류장명을 갖고 있다.

솔고개란 옛날 큰 길이 나기 전에 커다란 소나무가 지금의 도로에 서 있어서

그렇게 불러졌는데, 지금의 길을 내면서 그 소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겼단다.

그러나 그 소나무는 얼마 후 말라죽었단다.

제 터전이 아닌 곳으로 강제 이주 당한 소나무가 자살(?)을 했을까?

 

도로변에서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동네로 들어선다.

작은 묘목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늙은 부부가 기계(앞은 불도저 같고 뒤에는 쟁기를 단)로 넓은 고추밭을 일구고 있다.

옆에 고추모종이 쌓여 있기에...

 

산 초입에 닿았는데....

이런... 겨울과 달리 길은 있는데 나뭇가지가 무성히 뻗어 지나가기가 쉽지 않다.

허리를 구부리고 낮은 자세로 한참을 가니 조금 낫다.

그런데 이게 뭐야!...

송화가루다.

온몸과 배낭, 모자에 노란 송화가루가 묻어 끈적인다.

 

이런 계속된 좁은 길을 따라 걷는데 이번에는 거미줄이 장난이 아니다.

작은 막대기를 하나 주워 살며시 거미줄을 끊고 지나간다.

 

'이것이 환경파괴인가?'

'아니면 거미줄에 걸려 죽을 곤충을 살리는 은혜로움인가?' 잠시 갈등한다.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하나는 상장을 처음 타던 날 오른 길로 전망이 트이지만 약간 돌아가는 길이다.

하나는 전망은 트이지 않지만 길이 약간 짧다.

 

짧은 길로 오른다.

거미줄과 송화가루로 인해 악전고투....

 

드디어 폐타이어봉(325봉)에 오른다.

폐타이어로 군 참호를 쌓아 놓은 곳에 멋진 소나무가 서있다.

저 멀리 백운대와 인수봉, 숨은벽이 보인다.

잠시 배낭을 내린다.

어깨가 부서지는 고통을 느끼면서 매고 온 뒤라 벗어도 그 통증이 계속된다.

25kg의 배낭을 매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잠시 백운대를 바라보며...

저기를 지나 수리봉까지 이 배낭을 매고 갈 수 있을까...

괜한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다시 배낭을 매고 상장봉을 향해 오른다.

이제 어깨에 오는 고통은 포기를 강요하는 채찍질이 된다.

 

여기저기에 총소리가 들린다.

Aron이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총 맞는다고 했는데...

왼쪽에서도 총을 쏘고 있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든다.

빗나간 총알이 내게로 날아오는 것이 아닐까....

 

무서움에 떨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에 화들짝!

간이 콩알만해진다.

배낭에 닿은 썩은 가지가 부러진 것이다.

 

잠시 다시 전망이 트이는 비탈진 바위가 보인다.

상장 첫산행 때 눈 쌓인 그 곳 바위에서 포핀스가 약간 미끄러진 곳이다.

그 비탈바위 밑은 수십미터는 됨직하다.

 

뒤에서 누가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으며 조심스레 지나서 상장봉에 오른다.

봉우리 같지도 않은 곳에 삼각점이 바위 위에 얹어져 있다.

나무에 누군가가 상장봉이라고 쓴 코팅지를 매달아 두었다.

 

이제 조금 평탄하다.

능선길을 따라 조금 걷자 암봉이 눈앞에 나타난다. 545봉이다.

맥가이버 눈에는 숫사자의 형상이다.

사자봉으로 이름 지어본다. 맥가이버 맘대로...

 

여기서 잠깐!

사자봉이라는 곳이 아마 상장봉이 아닐까 싶다.

상장봉(上將峯) - 여러 장수(將帥)들 중의 장수(將帥)라는 뜻의 상장봉이

삼각점이 있는 볼품 없는 봉우리를 말함이 아니라

다른 봉보다 두드러지게 돋보이는 이 봉을 상장봉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사자봉 못미쳐 바위에서 배낭을 내리고 잠시 쉰다.

|하늘|이 가르쳐 준 병꽃이 바위틈에서 피어 있다.

두 시 방향으로 백운대·인수봉·만경대가 우뚝 솟아 북한산의 위용을 대표한다.

 

사자봉을 오르지 못하고 우회한다.

지난 번 산새와 주바라기는 올랐었다.

 

한참을 내려가다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이 시원하다.

이 순간에는 바람이 한없이 고맙다.

지난 겨울에는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는데...

 

다시 나타난 암봉을 우회하여 능선에 오른다.

소나무 밖으로 보이는 바위 위에 삼각점이 있으며 최고의 전망을 자랑한다.

숨은벽 백운대 염초봉 원효봉 인수봉 등등...

 

다시 암봉을 하나 우회하여 오르고 비탈길을 올라 능선에 서서 뒤돌아보니

지나온 암봉이 마치 투구를 닮았다. 맥가이버가 보기에...

그럼 투구봉이라 하자. 맥가이버 맘대로

 

좌우로 조망이 좋다.

왼쪽으로 멀리 사패산, 여성봉, 오봉 등 도봉산의 모습이,

오른쪽으로는 북한산의 위용을 드러내는 삼각산과 숨은벽 등이.....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정한다.

뾰족한 암봉(510봉)이 바라다 보이는 넓은 바위언덕에...

지난번 산새와 주바라기, 베베 母子와 같이 라면 끓여 먹던 곳이다.

 

바람이 싱그럽다.

햇살은 따스하다.

나 혼자만의 식탁이 외롭지 않다.

 

등산화를 벗고, 양말을 벗고, 또 벗고........, 또 벗고......., 또 벗고........

최대한 편하게 하고...

자연과 하나되기다.

 

맛난 점심을 먹고...

뜨거운 커피를 한 잔 한다.

차가운 커피가 있지만 그것은 주바라기 만나면 주려고

아니, 같이 마시려고 남겨두어야 하기에....

 

삶은 계란 5개 중에서 하나만 까먹는다. 4개를 남겨두고...

소금에 찍어서...

옆에 누가 있으면 까 줄 때까지 기다리는데..

안 까주면 안 먹으면 되니까...

 

이 곳도 조망이 좋다.

나중에 님들에게도 소개해야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짐을 정리한다.

쉴 때는 좋았는데...

 

무거운 배낭에, 먼 길에, 외로움에, 무서움에......

 

배낭을 매고 일어나 다시 길을 밟는다.

 

510봉을 우회한다.

이제 내리막길이다.

조심 조심, 천천히 천천히.......

 

철탑을 만난다.

바로 아래가 육모정 고개다.

열십자형 안부다.

 

보너스 2.

안부(鞍部) - 산마루가 말안장처럼 잘록하게 들어간 부분을 말한다.

 

보너스 3.

육모정이란?

이 주변 어딘가가 경치가 좋아서 옛날 일본인들이 별장을 짓고 호사를 부렸단다.

그들의 쉼터로 지붕이 육각형인 정자를 지었단다.

 

고개에는 화강암 기단 위에 까만 오석으로 만든 추모비가 있다.

 

趾玄 李昌烈博士

1917. 3. 25 生 1974. 8. 11 卒

님은 산을 그렇게도 사랑하더니

끝내 여기서 산과 하나가 되다

1974. 10. 10

한국산악회장 이은상, 글 서울산악회 동지들 세움

 

지난 첫 상장능선 산행시에 서로 소개를 위해 모였던 곳이다.

그 때 첨 만난 님들

그리고 다시는 보이지 않는 님들.......

언제, 어느 산에서 산행하시더라도 안전산행 하세요.....

 

잠시 스치고 지나간 님들을 생각하다가 다시 오른다.

 

흙(?)길, 푸석한 잔돌이라 미끄럽다.

조심 조심......

 

지난 겨울 눈 덮인 비탈 바윗길에서 어렵게 어렵게 오르던 영봉 가는 길이다.

 

언덕에 올라 밟아온 길을 되짚어 본다.

 

'사람이 발이 무섭다'는 말이 있다.

이 무거운 배낭을 매고 저 먼 곳에서 이 곳까지는 왔다.

 

그래,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가자.

 

한참을 오르니 영봉 700m 40분이라는 팻말이 나무에 걸려있다.

산에 있는 이정표상의 거리와 시간을 꼭 믿지 않아도 좋다.

 

헬기장이다.

저 멀리 영봉이 보인다.

이정표에서 20분만에 영봉에 도착한다.

 

보너스 4.

영봉(靈峰) - 그곳에는 비석(묘지)이 많다.

인수봉을 오르다, 아니면 다른 곳에서 사고를 당하였더라도

그들의 마음의 고향인 인수봉이 보이는 이 곳에 묻히기를 원해서...

아마 그런 영혼들의 안식처이기에 영봉이지 않을까....

 

저 아래 도선사가 보이고...

인수산장 위 이동식 화장실이 보이고...

인수봉에는 바위타는 사람들이 보이고...

멀리 위문이 보이고...

 

물 한모금 먹고 배낭을 맨다.

너덜길을 내려서면 하루재다.

조심 조심 내려서면 푸른 철망이 쳐져 있다.

철책이 끝나는 지점에서 우회하고 조금 더 내려가면

한 번 걸리면 끝장이라는 철조망이 낮게 깔려 있다.

 

조심스럽게 건너면 하루재다.

왼쪽으로 조금 오르다가 내려서면 도선사 주차장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잠시 내려서다가 오르면 인수산장이 나오고...

 

여기서 잠깐!

상장능선 내내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산은 온통 연두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뜨거운 햇빛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 짧았다.

그래서 여름산행지로는 제격이라는 느낌이 든다.

물론 겨울산행지로도 좋다.

 

이제 백운대를 향해 다시 오른다.

왼편 기슭에 낮은 축대 밑으로 물이 흐른다.

목수건을 적시고...

모자를 적신다.

시원함을 느낀다.

 

조금 걸으니 인수산장이다.

지나쳐 계속 오르니 야영장이 구역 구역 나뉘어 있고...

여기 저기 커다란 돌들이 놓여 있다.

 

어느 넓은 돌 위에 노부부가 앉아 인수봉에 매달린 암벽꾼들의 숫자를 세신다.

열, 열하나, 열 둘......

눈도 좋으시지...

 

그러면서 오이를 잘라 나눠 드시면서...

지나가는 나한텐 눈길도 주지 않으신다.

 

이동식 화장실이 있는 넓은 공터에서 보는 인수봉이 그럴 듯 해 보인다.

22년 전 바로 이곳에서 일주일간 야영하며 인수봉에 올랐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많은 추억이 있었지만...

이제 잊혀진 옛이야기가 되었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 있다.

커다란 배낭을 지고 땀이 무진장 흘리는 젊은 놈(?)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어깨의 고통은 더 이상 말로 할 수가 없다.

쇠난간을 잡고 끙끙대며 오른다.

폰이 짧게 울린다.

백산이의 축하 메세지다

큰 덩치답지 않게 이런 것까지...

고마워...

 

드디어 백운산장이다.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물병에 담는다.

3통에 가득히

 

그러면서 신기함을 느껴본다.

바위덩어리 산중턱에 이런 우물이 있고...

이렇게도 많은 물이 계속 나오는 이 우물에 대해...

아무튼 수량은 늘 충분한 것 같다.

 

다시 오른다.

 

이제 위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바람이 무척 시원하다. 더없이....

 

잠시 쉬고 있는데

옆에 있던 아저씨께서-리지화를 신고 있음.

운동화 차림으로 오른 젊은 아가씨들에게 리지화에 대해 설명하신다.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아직 그들은 바위도 산도 모르는...

그냥 놀러온 것인데... 왠지...

옆에 있던 아주머니는 사계절 등산화를 신으셨지만...

그 말에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을 뒤로하고 백운대에 오른다.

 

지방 산악회에서 온 듯 사투리를 써 가며 무전기 통화를 한다.

조금 시끄럽다.

 

백운대 정상은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산새와 함께 한 원효·염초봉에서 오르는 리지길과

숨은벽 옆으로 해서 호랑이굴로 오르는 리지길이 보인다.

맑은 날 북녘땅 개성의 송악산까지 보인다고도 하고...

서쪽으로는 서해바다도 보인다고 하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다.

조망은 좋다.

 

여기서 잠깐!

북한산은 서울 근방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백운대·인수봉·만경대(국망봉)의 세 봉우리가 주축으로 삼각을 이루면서

우뚝 솟아 있어 일명 삼각산으로도 불리어진다

 

백운대 소재지가 서울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산이다.

인수봉도.

그러므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이 백운대다' 하면 틀립니다.

 

다시 철난간을 붙들고 내려오니 왕복 30분이 소요된다.

 

위문을 통과하여 테크를 따라 내려간다.

우측은 산성매표소 가는 길이다.

좌측길로 만경대 우회하여 철난간을 붙들고 오르내리면서...

앞에서 오시던 아주머니가 길을 양보한다.

"올라 오세요."

"아니요, 제가 지쳐 그러니까 먼저 가시죠."

 

여기서 잠깐!

산에서는 아래에서 올라오는 사람에게 길을 양보하는 것이 통례다.

아래서 올라오는 사람은 시야도 좁고, 지쳐 있기 때문에...

반대로 내려가는 사람은 시야도 넓고, 올라오는 사람보다는 덜 지치기 때문에...

 

 

노적봉 안부다.

시원한 그늘에 자리 깔고 부부(?)가 누워 쉰다.

용암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조금 가니 지난 번 숨은벽리지를 하고 하산 길에 잠시 쉬던 바위가 보인다.

남은 음식들을 나누던 기억이...

요구르트...사과...방....초콜릿...

 

용암문이다.

주바라기의 걸음이 빠르니 이쯤에서 만나지 않을까?

예정된 시간이지만 아직 보이지 않고...

 

이제 북한산장(=북한산대피소)이다.

무너진 돌탑과 돌로 쌓은 지붕과 벽으로 이루어진 건물.

등산로에서 10여m 안쪽에 있다.

그래서 못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혹시 주바라기도 그냥 지나갈까 봐 산장 안에서 쉬지 못하고

길거리 바위에 앉아 쉬면서 기다려 본다.

남은 계란 중에 두 개를 먹는다.

가져간 떡 중에 두 개를 먹는다.

냉커피도 조금 마신다.

주바라기가 아직 보이지 않네...

 

저만큼 아래 예순 정도의 부부가 자리잡고 쉰다.

잠시 후 아저씨가 낙엽을 고르시더니 신문 두 장을 깔고 자리를 만들고,

아주머니를 부르신다.

여기 와서 누우라신다.

당신은 그 옆자리 맨바닥에 누우신다.

보기에 좋다.

 

이제 용암문이다.

이곳으로 하산하면 한 시간인데...

 

약해지는 마음을 주바라기 만나는 기쁨으로 누르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낑낑거리며 언덕을 오르니...

기와지붕이 보인다.

동장대(시단봉)다.

 

보너스 5.

동장대(東將臺) - 쉽게 말하면 전투지휘소 역할을 하던 곳.

성내의 행궁 유영 등 모든 곳을 살필 수 있는 요지에 건설한 2층 누각형태.

1915년 8월 호우 때 무너져 소실된 것을 1995년 11월~1996년 11월 서울시에서 복원되었다.

북장대와 남장대도 있었으나 동장대만 복원됨.

 

10분 정도 내려가니 대동문이다.

수유리 방향으로 하산하는 문이다.

아카데미하우스...

진달래능선...

4·19묘지...

 

문 주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여럿이다.

혹시 하고 살폈지만 아는 이가 없다.

쉬지 않고 다시 움직인다.

 

성벽이 문도 아닌데 터진 곳이다.

칼바위능선으로 가는 곳이다.

주바라기 이곳으로 간 것 아닐까...

마침 칼바위 정상에 두 남녀가 보인다.

그러나 주바라기의 빨간조끼가 아니다.

 

다시 지옥같은 언덕을 올라 내려서니 전망대다.

대형 그림이 있고 '주능선에서 바라본 북한산'이라는 제목에

백운대 인수봉 오봉 칼바위 자운봉 만장봉 등 각 봉우리들이 그려져 있다

 

보국문이다.

좌측은 정릉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30여년 전의 추억이 있는 곳...정릉.

 

다시 대성문까지 성벽을 따라 오른다.

힘이 들어 이제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다.

오르는 중간에 한참을 쉰다.

대성문이 나온다.

좌측으로 현제봉이 보인다.

두 봉이 형제처럼 나란히 서있다 해서...

형제는 서열이 있는데...

친구봉으로 이름짓는 것이...

 

오르고 또 오르면서 포기를 생각한다.

버리고 갈 것이 있다면 버리고 가고 싶다.

그러나 다시 맘을 고쳐 먹는다.

포기는 없다.

내 것을 버리고 갈 수 없다.

 

이제 대남문이다.

왠지 정이 가는 곳이다.

자주 갔고...

그곳에서의 하산이 많았기에....

 

다시 하산의 유혹을 느낀다.

대남문 위에서 여럿이 음식을 나누며 얘기하고 있다.

 

그들을 스쳐 지나 청수동암문으로 향한다.

청수동암문 중간에 수문장처럼 앉아 길을 막는 이가 있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단지 시원함에 예의는 버리고...

그의 일행들이 의상능선을 탔었는지 성곽에서 사람들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깔딱고개를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아래서 지팡이를 든 예순 중반의 할아버지께서 오르시며 묻는다.

문수봉이 어딘지?

대남문이 얼마나 가야 하는지?

 

"오른쪽에 있는 것이 문수봉이고요, 대남문까지는 20분 걸립니다."

고맙다고 하시며 오르신다.

 

조금 더 내려가니 이번에는 아주머니 두 분이 같은 질문을 하신다.

"아주머니 걸음으로 정확하게 18분 50초 걸립니다."

"의심나면 시간 재 보세요."

아주머니들 웃으시며 고맙다신다.

 

조금 더 내려가니 이번에는 두 젊은이들이

커다란 배낭을 매고 내려오는 나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저렇게 큰 배낭에는 뭘 넣고 다니지? 하고 친구에게 물으면서...

그들의 허리에는 힙색(hip sack)이 매달려 있다.

 

문수봉 우회로다.

계속 간다.

이제 올라오는 사람도 없다.

 

통천문 아래에서 잠시 쉰다.

통천문(돌문)으로 올라가는 바윗길이 흡사 여인의 음부 같다.

이곳을 오르내릴 때는 음부(?) 사이를 지나가거나, 양옆에 둔덕을 이룬 바위로 오르내리게 된다

 

통천문을 통과하여 승가봉에 오른다.

 

저 아래 승가사가 보인다.

 

보너스 6.

승가사 - 이 절은 비구니 도량으로 북한산에 있는 절 중에서도 몇 째 안가는

대가람이다

이 절은 산사면을 깎아 도로를 만들어 절 안 까지 차량이 들어갈 수 있다.

거대한 석불이 있다.

 

사모바위에 오른다.

오른쪽 위 매봉능선을 타고 온 여러 명이 사모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여기서 잠깐!

사모바위 정면 능선을 응봉능선이라 지도에 표기된 것이 있다.

매 응(鷹)자를 써서 응봉이라 이름하였는데...

일본식 한자죠.

그래서 매봉으로 바꿔 부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음.

님들도 산행 한 번 하시고 매봉을 느껴 보세요.

 

다시 사모바위라는 거대한 바위는

멀리서 보면 '사람이 결혼할 때나 쓰는 사모관대를 닮았다' 하여 그렇게 불린다.

 

혹자는 깊은 고뇌에 빠져 울고 있는 사람의 얼굴로 보인다해서

思慕바위라고 부르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멀리서 보면 불알 위에 성난 남근석이 하늘 향해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과도 같아 보인다.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성기, 그래서 북한산에는 항상 양기가 흐르고 있다한다.

믿거나 말거나...

 

넓은 헬기장 바로 아래 정상이 평평한 커다란 바위가 하나 있는데

그 정상으로는 올라 갈 수가 없다.

그 바위 밑으로 양쪽으로 맞뚫린 굴이 있다.

이 굴이 있는 바위를 김신조 바위라고도 하고...

김신조가 산줄기를 타고 넘어오던 중 바로 이 굴에서 하루밤을 잤다고 한다.

그 굴은 6∼7명이 누워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제 비봉을 향해 길을 밟는다.

아래에서 인기척이 나니 놀란다.

승가사 여스님 3분이 맨발로 오르신다.

손에 신을 들고...

앞에 서신 스님을 검은 털신이고 뒤에 두 분은 흰고무신이다.

맨발..., 개울님 생각이 난다..., 잘 계시죠...

시계를 보니 17시 15분이다.

 

이제 비봉이다.

우회하여 향로봉으로 간다.

 

새소리가 난다.

비봉의 새소리와 다르다.

표현을 못하겠네...

 

향로봉 안부에서 하산한다.

비탈길이 장난이 아니게 미끄럽다.

 

한발 한발을 신중하게 내딛는다.

왜 워킹산행에서는 내리막, 하산 때에 사고가 많기에...

내가 그럴 순 없지 않은가?

 

향로봉을 위회하여 내려오니 저멀리 한강의 물띠가 보이고...

월드컵경기장 앞의 분수대의 물길이 드높게 오르고 있다.

 

다시 수리봉을 향해 내려 간다.

철탑을 지나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서 마지막 코스 수리봉을 바라본다.

가슴 깊이에서 어떤 기분이 느껴진다.

뿌듯함일까...고집스럽게 산행을 한 후회랄까...

아무튼 잠시 바라보는 수리봉이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남은 물과 계란 두 개, 그리고 남은 냉커피를 모두 먹는다.

 

다시 배낭을 매고 내려간다.

음식을 모두 비웠는데도 배낭은 가볍지가 않다.

 

수리봉 우회길이다.

잠시 내려가니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누군가 그 문짝에다 '高 320'이라고 써 놓았다.

그곳 높이가 320m 정도 될까...

 

수리봉 오르막을 내려가니....

토북 님들...

이곳을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흐리고 했던가...

 

아! 이제껏 몰랐었던 깨달음...

저 아래 진흥로(구기터널 가는 길) 주변에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었다.

왜 몰랐지?

지난 주에는 못 봤는데...

 

철책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내려갈수록 아카시아 향이 짙어진다.

맥가이버는 아카시아 꽃이 팝콘처럼 느껴진다.

 

이제 철책 통과...

비탈길...

작은 텃밭...

삼환그린빌라 골목...

아스팔트 길...

도로...

차...

 

산행 끝이다.

솔고개에서 삼환그린빌라까지 정확하게 10시간이다.

25kg의 배낭을 지고...

포기할 수 없어 계속한 산행...

누가 돈 주고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외롭고 무섭고 힘들었던 산행...

 

또 해볼까?

 

여자들이 또 아이를 낳는 이유가 이럴 것이다.......

 

지하철 6호선 불광역 화장실 물 좋습니다.

머리 감고.. 발 닦고...

샌들로 갈아 신고...

지하철을 타고 간다. 집으로...

 

합정에서 갈아타고... 신도림에서 갈아타고...

목적지 전철문이 열리는 동시에 폰이 운다.

시계를 보니 20시 25분이다.

주바라기다.

"나 이제 집에 왔어..."

 

드디어 집에 도착한다.

집 나선 지 13시간만에...

 

이렇게 해서 북한산에서 가장 긴 종주의 가장 긴 산행기를 마칩니다.

 

다음에 같이 할까요?


 

++아래 글은 토북카페에서 맥가이버의 '북한산 종주' 후기에 대한 '꼬리말 모음'입니다.

 


 자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시작은 잘하지만 끝장을 보는 일에 소홀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제생각)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맥가이버님 훌륭하십니다. 부디 지리산 잘 다녀오세요  [2003/05/16]


 수호천사  맥가이버님! 존경스럽습니다. 정말 수고 많이 하셨고요 , 다음에 같이 산행하기를 기대해봅니다^^*  [2003/05/16]


 아낌없이 주는나무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꼭 해보고 싶네요.. (25kg의 배낭 메고...)  [2003/05/17]


 산칭구  맥가이버님 후기글 덕분에 북한산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글구 산칭구 경기도 고양시 시민입니다...토북님들은 매주 저희 동네를 찾아와 주시는 군요 ㅎㅎㅎ......맛난 것으로 대접을 해야겠다는 기특한 생각도 해봅니다  [2003/05/17]


 산칭구  그리고 지리산 산행시 외로웁고 힘드실 땐...토북식구들과 산칭구를 생각하세요 이렇게 외치고 있잖아요 '맥가이버님~~~~~~~~~~홧팅!!!!!!!!!!.....글구 닉네임이 맥가이버신데...그쯤이야 그쵸?  [2003/05/17]


 아낌없이 주는나무  벌써 읽었는데..제목에 아무나 읽지 말라는 글을 새삼 올리신 걸 보면서 마음이 뜨끔한 이유는 뭐죠? 제가 읽으면 안될 것을 읽은거 같은 느낌...그랬다면..ㅜ.ㅜ (다음부터는 그런 메세지가 있음 일찍 띄워주세요..)  [2003/05/17]


 시원해  호호호 나다봤어요 이재 어떠게 하죠 메메ㅎㅎㅎ  [2003/05/17]


 l하늘l  전 오늘 아침에 상장으로 해서 숨은벽으로 하산할 예정입니다......사나이 중에 사나이 맥가이버님...아자! 아자!...하자!!!  [2003/05/17]


 해피 바이러스^^*  수고 하셨습니다.  [2003/05/17]


 주바라기  형님께서 그렇게 절 기다리신 줄 알았다면 혼자서라도 갈 건데.. 잘못 했네요..ㅜㅜ 저두 형님과 마주치면 시원한 커피한잔 드릴려구 준비했는데... 지리산 잘 다녀오시구.. 좋은 추억 만들어 오세요^^ 다녀오셔서 멋진 후기도 부탁드릴게요... 오늘 후기 백점 만점 드립니다.^^ 넘 잘 읽었어요  [2003/05/17]


 岩友  ㅋㅋㅋ 재미있다. 지리산 즐거운 산행...^^  [2003/05/17]


 zoom  맥가이버님 수고하셨습니다 .... 깊게 각인된 자신감을 평생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2003/05/17]


 맥가이버  여러분들의 관심표명에 감사 드립니다....영등포에서 23시 29분 출발입니다...  [2003/05/17]


 맥가이버  수호천사!...에스테반!...6월 6일 상장능선 다시 하려고 하는데....같이 갈까요?...아낌도...  [2003/05/17]


 소프트  잘 읽고 갑니다 작년 상장봉에서 위문 통해 북한산으로 내려왔던 소프트가.....(같이 산행은 못해도 맥님의 안부는 잘 듣고있습니다)  [2003/05/18]


 케이투(k2)  음악이 좋군요  [2003/05/18]


 알알이  맥님 후기 읽고 있노라면 점점 뜨겁고 진하게 느껴지는 감동과 그 무엇이 있답니다. 축하드려요, 그리구 다음번엔 제가 그 배낭 속에 들어가 드리죠.. 참고로 두배 쯤 되겠습니다. ㅋㅋ  [2003/05/19]


 해피 바이러스^^*  투벅투벅,,,,,,,,,,,,,,,,,,,,,, /또 투벅 담엔 저두 데리고 가주세요  [2003/05/19]


 뚜벅이  잘 읽었습니다. 북한산 종주 산행 ....정말 멋있습니다. 한 번 해 보고 싶어집니다.  [2003/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