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가이버의 '홀로산행(백운대 낙조감상) 이야기
지금 흐르는 곡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입니다.
맥가이버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지요.
◈ 산행기를 쓰기 전에...
다음과 같이 참가신청란에 올리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 맥가이버의 홀로산행
조금은 힘들게, 조금은 벅차게, 조금은 부담스럽게, 그러나 안전하게...
토요일 오후 2시 불광역에서 오후산행팀과 인사를 나누고
수리봉까지는 땀을 흘리면서 같이 오르다가
그 이후는 계속 걸어보고자 합니다.
그러면 해지기 전에 백운대에 오르겠지요.
가다가 보면 어느 곳에서 상장능선을 타고 오는
오전산행팀도 만나게 될 것이고...
잠시 인사를 하고
다시 걷다보면 백운대...
백운대에 올라 서해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고
우이동으로 내려와야겠습니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는 '느낌'을 통해 '나'를 키우는 산행을 하고자 합니다.
◈ 백운대 낙조감상 산행기
13시 50분
불광역 1번 출구 의자에 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수호천사가 반갑게 맞이하고...
40대 핑크자매(?)가 꽃단장하고 나와 있고...
"등불과 푸른하늘은 나날이 예뻐지고 있네요, 옷만..."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봄빛이 반갑게 손을 내밀고...
항상 애쓰는 beauty와 멋적게 인사하고..
오랜만에 산을 다시 찾는 별희와 무척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무에서 유를 찾는 제로를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그외 새로운 님들을 만나 가볍게 인사하고...
참가 글을 달지 않고 온 네잎클로버도 만나고...
그외 님들은 즐거워님 대신 인원점검을 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세 번째 참가하신다는 자유로님
토북 첫산행! 열심히 쫓아 갈게유..의 낭자아닌 낭자님
천남성이 별이름이 아니라 식물의 뿌리이름이네요..의 천남성님
양파나 다마네기나 까면 눈물나기는 마찬가지라는 양파님
산의 정기를 받아 몸도 맘도 추슬러야겠다는 영우님
여유를 갖고 산행하면서 산새소리와 풀벌레소리를 듣고 싶으신 청풍명월님
토북에서의 첫 산행이라는 청옥님
가입한 지 이틀이나 되었다는 승승님
오전산행을 가고 싶은데 겁나서 못 가시고, 오후산행에 참석하신다는 아띠영님
가입은 4월에 했지만 산행은 처음이라는 발로디케이님
세상에 거칠 것이 없다는 앳된 처자 천하무적님
지난 주 산행을 못해 벼르고 나온다는 이쁜신부님
내 앞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하얗게 질리게 만들어 버린다는 white님
첫 산행이지만 아름다운 만남을 원한다는 내사랑님
그 밖에
아뿔사님와 그 친구
koo0님
공간님
영인님
모두 반갑습니다.
산에서 오래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닉과 얼굴의 연결이힘들던 순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닉을 외우기에도 벅차다.
오전팀이 약 40명 정도에 오후팀도 28명이다.
합해서 60명이 넘는 산행인원이 매주 토요일 움직인다.
불과 몇 달 전에 꼰니미가 산행인원이 12명이 되던 날
'산행인원이 농구팀에서 축구팀이 되었다'고 무척 좋아했었는데...
이젠 농구팀은 10팀이나 만들고, 축구팀은 6팀이나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꼰니미는 요즘 어디서 뭘 하고 있나?
l신선l은 많이 바쁘신가?
많은 님들이 궁금하게 소식이 없다.
두 세주 정도 토북 정기산행보다 홀로 번개산행을 하다보니까
새로운 님들의 얼굴과 닉을 연결시키기가 힘들다.
그래도 온라인에서 본 닉들이라 닉을 말하면 낯설지는 않다.
14시 10분
맥가이버를 빼고 28명이다.
불광역 9번 출구 밖으로 나오니 수리봉의 전위봉이 우뚝 솟아있다.
오늘따라 자신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려는 듯...
도로 옆 인도를 따라 길게 이어진 토북의 행렬...
앞과 뒤는 얼굴 익히기에 너무 먼 그대가 되어 서로 모르고 간다.
'잔디'처럼 적극적이지 못하면 몇 주가 흘러도 서로 말 한마디 못할 수도 있다.
14시 20분
산행들머리인 삼환그린빌라 골목길이다.
뒤따르는 님들을 기다렸다가 출발하자는 즐거워님의 말에 잠시 대기한다.
다시 뭉쳐지는 순간에 산을 향해 출발한다.
14시 23분
철조망 앞에서 님들을 기다리다가 한 마디..
"날이 무더우니 가능한 몸을 가볍게 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땀이 덜 나도록 옷을 가볍게 입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맥가이버의 생각은
살이 탈까봐 긴 팔, 긴바지를 입는 님들의 염려에 묻힌다.
님들이 원하는 데로...
첫 산행하는 님들이나 초보 수준의 님들에게 부담스러운 오름이 시작된다.
날도 무덥고 길도 가파르고 땀이 솟는다.
상장팀이 약간 지체된다는 연락을 받은 즐거워님이 오후팀을 천천히 진행시킨다.
14시 40분
오름길이 잠시 끊어지고 넓은 바위터가 나타나는 언덕에서 잠시 쉰다.
'산에'라는 닉을 쓰시는 님이 초행이라시며 같이 오르다가 옆에서 쉰다.
오후팀은 저 아래에서 즐거워님의 얘기를 듣고 있다.
불광동과 그 주변은 안개에 싸여 잘 보이지 않는다.
한강과 그 이남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14시 46분
아래 있는 오후팀이 움직인다.
'산에님'과 같이 오른다.
짧은 평지 길이 끝나고 가파른 바위 비탈길이 장벽처럼 버티고 있다.
저 꼭대기까지가 토북의 '수리-비봉코스'에서 제일의 난코스다.
가파른 오름길에서 맥가이버는 천천히 '갈지(之)자' 형태로 오른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을 목수건으로 닦으며...
14시 57분
수리봉 아래에 있는 산불감시초소이다.
오후팀은 도착하려면 상당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다.
'산에님'께 조금 기다리셨다가 오후팀이 올라오면 님들과 인사도 나누고
산행과 뒤풀이도 함께 하시라고 하고 맥가이버는 다시 출발한다.
15시 09분
수리봉 우회로에서 조금 올라가면 또 다른 우회로가 있다.
아래쪽 우회로는 정체와 지체가 있어도 이 길은 그런 적이 없다.
15시 04분
수리봉을 우회하여 능선에 올라선다.
'우회로'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님이 있는데, 그 말에 나쁜 의미가 없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멀리 돌아서 간다', '둘러서 간다' 이지요.
산을 타거나 차를 타고 길을 갈 때, 길이 막히거나 구경이나 여유로움을 위해서
잠시 돌아서 가는 것도 지혜의 하나가 아닐까요?
15시 08분
358봉이다.
능선길을 따라가다보면 나타나는 언덕 같은 곳이다.
정상부위에 있는 나무에 해먹을 쳐놓고 쉬는 분이 있다.
- 해먹(hammock)이란 달아 매는 그물침대를 말한다.
맥가이버도 여유롭게 산행을 할 때 '해먹'을 가져와서 쉬어보리라.
15시 13분
향로봉을 오르기 전에 있는 십자 안부다. 즉 4거리.
오른쪽은 탕춘대와 구기매표소 가는 방향이고...
왼쪽은 불광매표소...
홀로 산행 때는 갈림길에서 이리 갈까? 저리 갈까?를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은 좌우 눈치보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한다.
15시 20분
오르막을 한참 오르다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뒤돌아본다.
수리봉이 흐릿하게 보이고 정상에 많은 이들이 올라서 있다.
저들이 토북님들일까?
15시 26분
다시 오름막을 힘들게 올라서서 토북의 쉼터에 도착한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아는 얼굴이 있다.
'코난'님이다. 파트너 Big Sam님은 보이지 않고 다른 두 분과 같이...
닉이 미래소년 코난인지? 명탐정 코난인지? 다음에 알려 주세요.
오늘 산행 후 처음으로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마신다.
물은 충분히 준비했지만 일단은 아껴서 마신다.
홀로산행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15시 34분
향로봉을 우회하여 오르다가 나타나는 전망이 좋은 넓은 바위터
비봉이 보인다.
구기동은 뿌연 안개에 싸여 있고...
다시 갈증을 느껴 물 한 모금을 마신다.
코난 일행이 도착한다.
향로봉 중간봉을 향해 바로 오른다.
15시 41분
소나무가 정상에서 모진 풍파를 겪고 멋지게 자라고 있는 봉의 정상이다.
바람이 시원하게 땀과 더위를 날려버린다.
잠시 좌우를 살펴본다.
아래쪽은 뿌연 안개에 싸여 있고 비봉이 가까이 보인다.
15시 48분
오이바위를 오르고 향로봉 정상에서 물 한 모금과 냉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다시 코난 일행과 만난다.
비봉 거쳐 사모바위에서 매봉능선을 타고 진관사로 가신단다.
15시 55분
비봉 가는 길에 있는(거의 붕우리인줄 모르고 우회하는) 한백봉이다.
언젠가 누군가가 '한백봉'이라고 새겨진 작은 표지석을 세워 놓았던데..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정식 명칭이 아니기에 제거되지 않았을까..
정상과 그 바로 아래 넓은 바위터에 많은 이들이 쉬고 있다.
둘이서 '맞고'를 치는 이도 있다.
16시 02분
비봉 아래 헬기장이다.
많은 이들이 비봉을 오르기 위해 올라가지만 맥가이버는 우회한다.
16시 04분
비봉을 우회하고 능선을 탄다.
-우회가 더 시간을 단축하는 경우도 있지요.
비봉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야호'를 외친다.
북한산에서 야호소리를 오랜만에 들어본다.
아마 북한산을 처음 올라오는 사람들인 모양이다.
산을 알고 타는 이들은 이제 옛날처럼 야호소리를 크게 지르는 것을
호연지기를 기르는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
아래 글은 맥가이버가 언젠가 토북에 올린 글이다.
- zoom님의 산새사진소개에 대한 답글로 -
[산행은 천천히, 풀잎하나 작은 새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모든 이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야 할,
아니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라고 늘 생각합니다.
'산행은 천천히'...
얼마 전까지는 여럿이 같이 산을 오르다 보면
유독 산을 빨리 타는 사람이 있는데,
그를 쫓아가다 보면 산이 펼쳐놓은 풍광을 보지 못하고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보고 산을 오르곤 하였지요.
이제는 산을 오르면서 좌우를 살펴보기도 하고,
가끔씩 왔던 길을 되돌아보는 여유로움도 생깁니다.
'풀잎하나'...
풀잎하나, 나뭇가지 하나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무심코 잡아당긴 나뭇가지가 부러졌을 때 가슴이 무척 아팠답니다.
그래서 산에 스틱을 들고 다니면서 가급적 나뭇가지를 잡지 않으려 애쓰고,
가급적 아이젠도 차지 않으려고 애쓰지요.
'작은 새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산에서 '야호' 내지는 괴성을 지르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됩니다.
무척 거부감이 느껴지죠.
어느 사이트에서는 '산에서 야호 하지 말자'는 캠페인 벌이고 있더군요.
산새나 산짐승들이 놀라 짝짓기가 제대로 안된다나요.
그렇기도 하겠죠.
사람들도 누가 옆에서 크게 떠들면 짝짓기가 되겠어요.
어느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포기하죠.
'아름다운 산새의 자유로운 날개짓을 보기 위해서 산에서 야호하지 맙시다.'
이상 zoom님의 산새사진을 보고 느낀 글을 적습니다.
그리고 2월 2일 의상봉 번개산행,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 맥가이버 -
다시 낙조감상 산행이야기로 돌아가서....
16시 09분
사모바위 아래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앞으로의 가야할 백운대와
지나온 비봉과 수리봉을 바라다본다.
16시 16분
승가봉이다.
의상능선이 바로 앞에 다가선 듯하고...
부끄러운 듯 문수봉 뒤에서 얼굴을 내민 보현봉도 보이고...
16시 21분
돌문바위를 통과한다.
이곳을 통과할 때 느끼는 것이 있다.
비봉 쪽에서 내려갈 때는 잘 느낄 수 없지만 반대로 문수봉 쪽에서 오를 때는
그 모습이 확연하여 웬만한 관찰력을 가진 분이면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16시 27분
문수봉 위험표지판이 있는 바로 뒤편 넓은 터에서 김밥을 한 줄 먹는다.
물과 차가운 커피를 곁들여 마신다.
'산에서는 먹는 만큼 간다'는 맥가이버의 말을
배부르게, 배터지게 먹으면 오래 간다는 뜻으로 받아드리시는 분은 없겠죠?
16시 42분
휴식과 에너지 공급을 끝내고 배낭을 꾸린다.
다시 출발한다.
문수봉을 향해서...
16시 55분
문수봉을 정면 돌파하여 첫 봉에 올라선다.
국기봉에서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대남문 위 성곽으로 내려오는 이가 보인다.
오전 팀이 벌써 온 것은 아니겠지?
17시 03분
국기봉이다.
문수사가 보이고 보현봉과 대남문이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를
먼저 와있던 이가 내어 주어서 잠시 앉는다.
물 한 모금과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있는데 폰이 운다.
'여보세요', '여보세요'....끊어진다.
메세지 창을 보니 '통화권 이탈'이란다.
아마 소프트의 전화일 것이라 생각한다.
같이 산행을 할 것인가, '원효·염초 리지'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다가 일단 '원효·염초 리지'를 하고 만나지면 만나고...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다시 연락하기로 했는데...
맥가이버가 마침 '통화권 이탈'지역에 와 있었으니...
♡소프트에게!
지난 번 관악산 오를 때 맥가이버 핸드폰 고장난 것 기억하죠.
그래서 핸드폰 새로 장만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 안에 내장된 전화번호를 열지 못해서...
소프트의 전화번호를 몰라요.
수첩에 적어 놓지 않고 핸드폰에만 입력해 놓아서 이런 일을...
소프트에게 다시 전화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계속 산행했어요.
.........
혹시 아래쪽으로 가면 통화가 될까하고 바른 걸음으로 내려간다.
계속 통화불능이다.
대남문이다.
많은 이들이 주위에 모여 있다.
핸드폰을 다시 살피면서 잠시 구기계곡 쪽으로 눈을 돌리는데...
반가운 목소리로 들린다.
투덜이와 삐돌이, 히딩크와 조박사 등 오전팀 중 선발대다.
'만날 사람은 다 만나게 되나요?'
그들과 기념 사진을 한 장 찍고...
잠시 얘기를 나눈다.
17시 21분
후발대를 기다리는 그들을 대남문에 남겨 두고
맥가이버는 성곽을 따라 오른다. 백운대를 향해서...
가다가 후발대를 만나고 반가운 얼굴을 확인할 생각으로
잔뜩 기대하고 간다.
지쳐 있을 그들에게 '얼린 수박화채'도 나눠주고...
대남문에 먼저 도착한 님들에게는 주지 않고 왔지만...
왜? 그들은 체력이 되니까...
17시 28분
대성문이다.
소프트와 운우랑 같이 종주할 때 '쥐잡기놀이'를 하던 곳이다.
님들은 보이지 않네...
선발대와 이렇게 차이가 나나?
17시 35분
전망대다.
백운대와 만경대, 인수봉이 보이는...
아직도 오전팀 후발대가 안 보인다.
아마 성곽을 따라 오지 않고 숲길로 우회를 하였나 보다.
그들은 만나서는 안될 사람들인가?
얼려온 수박화채는 누가 먹나?
17시 39분
보국문이다.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부모를 따라온 여자아이들이다.
부모들은 산이 좋을는지 몰라도 아이들이 산이 좋다는 것을 알까?
17시 41분
헬기장이 잘 가꾸어져 있다.
다른 헬기장과 달리 지형을 최대한 이용해서 삼각형으로 만들었다.
17시 42분
칼바위능선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성벽의 한 곳을 뚫어 놓았다.
17시 48분
대동문이다.
성문 위에 몇 사람이 모여 있어 살펴보았지만 님들이 아니네...
18시 04분
북한산대피소 아래 있는 샘터에 도착한다.
한 때 '용암사'라는 절이 있었던 곳이다.
샘에서 물을 떠서 목수건을 적신다.
손으로 떨어지는 물에서 시원함이 전해진다.
18시 09분
용암문 옆의 쉼터에 도착한다.
이곳은 지난 번 '사패산·도봉산·북한산 연계 산행'을 할 때,
노적봉 안부에서 바삐 내려갔던 '운우'가 미리 자리잡고
미숫가루를 타고 있던 곳이다.
같이 힘든 산행을 하면서도 나 아닌 남을 생각하는 운우의 맘이
무척 고맙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잠시 배낭을 내리고 쉬면서 수박화채를 몇 개 꺼내 먹는다.
저 앞에서 여자아이 둘을 데리고 산행을 하는 이가 오고 있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운우다.
뜻밖의 장소에서 생각하던 이를 만나다니...
너무, 무척 반갑다.
딸과 조카에게 백운대를 보여 주고 용암문으로 내려가는 길이란다.
조금만 늦고, 조금만 빨랐다면 서로 못보고 지나쳤을 텐데...
아이들에게 수박화채를 몽땅 주고...
김밥 한 줄 남은 것도 주려고 하니 운우가 말린다.
자기들은 이제 내려가면 되고 간식거리도 남아 있다고.
또 만나겠지, 또 만나야지...
18시 30분
운우와 아이들은 용암문으로 해서 도선사 쪽으로 내려가고
맥가이버는 다시 백운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18시 41분
노적봉 안부다.
백운대까지 0.8km 남았단다.
지리산 종주할 때 0.8km의 악몽이 생각난다.
연하봉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 0.8km 남았다는 이정목을 보고
지친 몸을 끌고 장터목으로 가는데
가도가도 장터목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지친 몸과 마음이 거리감을 더 갖게 하였던 그 악몽...
그러나 지금의 0.8km는 체력이 남아있으니 별문제가 안된다.
철난간을잡고 오른다.
18시 50분
다시 폰이 울다가 끊어진다.
통화불능 지역인가?
음성메세지가 한통 와 있는 것으로 창에 표시되어 있다.
내용확인하니 소프트다.
위문으로 해서 하산을 한단다.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이미 적은 것처럼 전화번호를 모르니 원...
18시 55분
위문 아래 나무 계단이다.
19시 00분
위문 통과한다.
이 늦은 시간에도 올라가는 이들이 있다.
19시 13분
철난간을 부여잡고 오른 끝에 정상에 오른다.
정상아래 넓은 바위터에 많은 이들이 음식을 먹고 있다.
젊은이들이다.
정상에는 부부와 젊은 친구 둘이 있다.
낙조를 구경하기 위함인지 아주머니는 두툼한 잠바를 입고 있다.
아!...
이 광경을 말로 글로 어떻게 표현할까...
님들이 백운대 낙조에 대해 어떤 상상을 하고 있을 텐데...
이 모습을 설명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럴 때 '디카'가 필요한데...
글로 표현이 될지 모르지만 그 순간에 보고 느낀 것을 적어 본다.
아! 이게 바다야 뭐야?
아직 해가 떨어지기에는 시간이 남아 있다.
백운대 아래에 있는 그리고 보이는 주변의 모든 산들은
백운대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듯 낮게 엎드려 있다.
그 산들은 '이내'라고 해야 하나 엷은 구름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것들에 싸여 머리만 내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내'란 - 해 질 무렵에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을 말한다.
해 주변은 생각만큼 붉게 물들지 않았지만 해는 붉게 가라앉고 있다.
하늘과 땅을 가르듯 검푸른 빛을 띠는 구름이 띠처럼 길게 깔려 있다.
그 짙은 구름 위에 작고 하얀 구름이 떠 있는 모습이 마치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저 멀리 의상능선과 비봉능선, 원효-염초능선...
다시 우측으로 도봉산과 오봉, 그리고 멀리 사패산까지 보인다.
뒤돌아보니 만경대...
그리고 저 멀리 수락산과 불암산도 보이고...
좀 더 이 광경을 눈에, 가슴에 담고자 한참을 바라다본다.
옆에서 어느 카페에서 온 듯한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는다.
'그 카메라 '디카'인가요?'
아니란다.
그 일행 중 다른 이가 또 카메라를 들고 와 찍는다.
'디카'란다.
'혹시 어느 카페에서 온 거 아니냐?" 물으니 맞단다.
그 카페에 들어가서 사진을 보고 좀 빌려가겠노라 했지만...
그냥 이렇게 글로 쓴다.
토북 님들에게 낙조의 풍광이 전달은 제대로 안될는지 모르지만
맥가이버의 능력이 이것 밖에 안되니까...
'통일서원비'에서 낙조를 감상하고 있는데 조금 아래에서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왔다갔다하고 있다.
'니도 낙조 감상하러 왔니?'
19시 43분
짙은 구름 밑으로 빠져 버린 해를 두고 하산을 서두른다.
다시 위문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호랑이굴로 해서 갈 것인가?
맥가이버의 산행스타일은
'산행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입니다.
물론 '꼭'이라든가, '절대'라는 말은 붙이지 않고요.
해서 호랑이굴로 하산을 한다.
해질 무렵 아무도 가지 않는 이 길로 내려가려니 무섭다.
잘못해서 굴러 떨어지면 내일 아침에나 발견될텐데...
깊은 곳으로 떨어지면 장마 끝나고 산성계곡에서 발견되던지..
조심조심 비탈길을 내려간다.
인수봉에서도 자일을 잡고 하산하는 이들이 있다.
19시 52분
호랑이굴 앞에 도착한다.
배낭이 걸려서 갈 수가 없다.
배낭을 벗고 손으로 배낭을 밀면서 지나간다.
왼쪽 벽면이 축축하다.
컴컴해지고, 맘은 급하고, 몸은 빠져나가기 힘들고...
무섭다.
19시 57분
호랑이굴을 탈출한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더라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맞네...
죽는 줄 알았다.
20시 07분
어두워지는 산길을 타고 내려가다 보니 낯익은 길이 아니네...
'조난'이라는 말이 번뜩 떠오른다.
대략적인 위치는 알고 가니 걱정은 덜 되지만 무섭다.
그래도 길을 찾아 내려가다 보니 '백운산장' 화장실이 나온다.
'아는 길로 내려가자.'
백운산장 우물에서 물을 한 통 채운다.
20시 12분
백운산장 계단으로 하산한다.
익숙한 길이라 어두워도 걱정은 덜 된다.
헤드램프와 후레쉬, 그리고 여분 건전지가 준비되어 있으니...
그래도 조심조심 내려간다.
20시 20분
간이화장실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개울쪽에 야영객이 취사를 하고 있다.
습기가 느껴져서 맥가이버는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그들은 텐트를 쳐놓고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조금 아래에는 더 많은 가족들이 야영을 하고 있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아이들과 달래는 어른들...
어른 기분 따라 아이들에게 못할 짓을 한 게 아닐까?
아이들이 이런 분위기를 좋아 할 리가 있나...
20시 25분
인수산장이다.
어두운 실내를 밝히기 위해 가스등 하나를 천장에 매달아 놓았다.
20시 30분
하루재를 내려간다.
아래에 커다란 검은 물체가 움직인다.
인수봉 등반을 위해 야영을 하러 오는 이들이 큰 배낭을 매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무엇을 찾으려고,
또 무엇을 얻으려고...
저 힘든 고행을 할까?
도선사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동안 많은 암벽꾼들이 오른다.
그들이 내일 인수봉을 올라간다면...
인수봉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겠네...
해피바이러스는 설악산에서 바위 탄다고 했는데...
복잡한 인수봉을 피하기 위해서 인가?
20시 45분
도선사 주차장이다.
도선사 버스는 멈춰있다.
더 이상 운행을 하지 않나 보다.
그렇다면 택시를 타야겠네...
택시가 오려나 하고 걱정하는 순간 택시가 주차장에 진입한다.
커다란 배낭을 잔뜩 싣고서..
택시를 타고 버스정류장까지 가자고 하니 기사 왈,
"운동 삼아 걸어서 가시지 않고요." 한다.
맥가이버 왈,
"전철비 아끼려고 불광동에서 여기까지 걸어왔어요."
20시 54분
버스 정류장이다.
6번 버스를 타고 수유역으로 간다.
21시 02분
투덜이께 전화를 한다.
아까 대남문에서 만났을 때 농담반 진담반으로 백운대 들렀다가
5시간 후에 구기산장으로 올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게 맘에 걸려서...
그들은 맥가이버가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인데...
맥가이버는 이렇게 순진하다오.
마침 투덜이도 구기산장에서 나와 자기 갈 곳으로 가고 있단다.
아무튼...
수유역에서 전철을 타고 동대문에서 1호선 갈아타고 집으로 간다.
산행기는 여기까지..
◈ 산행기를 접으며...
조금은 힘들게, 조금은 벅차게, 조금은 부담스럽게, 그러나 안전하게...
이번 산행도 맥가이버에게 북한산에서의 추억 하나를 주었다.
혼자였지만 가는 길에 만날 사람을 만나고...
다음을 기약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산행을 꿈꾼다.
- 맥가이버 -
++아래 글은 맥가이버 후기에 달린 '꼬리말 모음' 입니다.
종이비행기 '만날 사람은 다 만나게 된다' 나도 성곽 따라 갈 것을...꼭 뵙고 싶었는데...선글라스가 바뀌셨네요. 어느 안경인들 어울리지 않겠어요. 다음 번엔 꼭 뵐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2003/06/23]
수호천사 맥가이버님!!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백운대 낙조 담아오시게 디카 빌려드릴 걸 영 잘못했네용,^^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2003/06/23]
Aron 또 산행보다 힘든 산행후기를 쓰셨군요. 감동의 물결~~~~~~.감사합니다. [2003/06/23]
코난 제 닉네임은 명탐정 코난에서 벤치마킹 했습니다. 그런데 글쓰는 솜씨가 작가 수준이네요. 다음 번엔 저도 낙조를 보고 싶습니다. [2003/06/23]
추임새 산행후기 감동 깊게 읽었습니다. 눈에 그려질 만큼 섬세하게~! [2003/06/23]
투덜이 저두 맥가이버님 오셨을까 궁금했었어요~~~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이라니요....언제나 기다리고 있답니다..^^ 글구 저두 얼린 수박 먹구 싶어요~~~ [2003/06/24]
나의별 정말 맥가이버님의 글을 읽노라면 내가 지금 산에 오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지금 다녀온 기분이네요. 휴~~우 *^^* [2003/06/24]
산이조아 잠깐 함께 한 오후팀을 언제 그렇게 파악을 다하시구 아무튼 대단한 맥가이버님 화이팅^^ [2003/06/24]
소프트 형님토요일 엄청 무더웠었쬬? 몇 번을 통활 시도했었는데 ...... 전 원효에서 염초봉~~~~~~백운대까정 형님하고 빨랑만 연락이 됐어도 그 멋찐 백운대 낙졸 같이 감상했을 텐데 아쉽네요.... 맥형님 줄려고 삶은 계란도 냉겨 놨었는데.....그 삶은 계란은 집에서 냉면에 넣어 잘 먹었답니다 ㅋㅋㅋ 담 산행을 기약하면서... [2003/06/24]
맥가이버 종이비행기도 활주로가 있어야 뜨고 내리나요?..다음 산행에서는 항로이탈 하지 마세요...수호천사!...관악산 낙조는 디카에 담아오자고요..아론!...후기 쓰는 시간이 산행하는 시간보다 더 걸렸어요..코난님!..언제 낙조 보러 같이 가요. [2003/06/24]
개울 맥가이버님 저는 대남문 아래 있었는데 뵙지를 못해서 아쉽네요 [2003/06/25]
맥가이버 개울님의 산행인도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네요...수고 많으셨습니다...다음에 좋은 코스 안내 부탁드립니다...산에서 뵙겠습니다. [2003/06/26]
아낌없이 주는나무 감동입니다.. [200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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