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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읍기행]수리산속 골짜기 벽화마을, 군포시 속달동 납덕골

by 맥가이버 Macgyver 2009. 11. 14.

[소읍기행]수리산속 골짜기 벽화마을, 군포시 속달동 납덕골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경기도 군포시 속달동 4통 납덕골 마을의 새로운 별칭은 ‘벽화마을’이다.

 사방이 산으로 뒤덮인 산골마을은 한 사람이 시작한 붓질이 번져 예술마을로 거듭났다.

오래된 집을 헐고 다시 짓는 것만이 마을을 가꾸는 방법일까.

경기도 군포시 수리산 자락에 위치한 납덕골 마을은 오랜 기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그래서 그 시간만큼 마을의 시계도 멈춘 듯 했다.

올해 초 개발제한이 풀리고 취락지역이 됐지만 마을은 동요하지 않았다.

대신 아름다운 그림이 집 벽과 담장을 채워갔다.

 수리산을 오가는 사람들은 이제 납덕골을 ‘벽화마을’이라 부른다.

주민은 물론 오가는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마을의 변화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납작골’이 아니고 ‘납덕골’ 입니다

‘납작골’이나 ‘납다골’이 아닌, ‘납덕골’이 마을의 정식 명칭이다. (이윤정기자)


경기도 군포시 산본은 대도시나 다름없다.

하지만 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수리산(488m)은 군포시민을 비롯해,

안양, 의왕, 시흥, 안산 등 인근지역민들에게 푸근한 휴식처가 되는 곳이다.

경기도에 위치했지만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터라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산의 정취가 등산객과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의 발길을 붙든다.



수리산 안쪽 수리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납덕골’이라는 마을이 있다.

지도상으로는 ‘납다골’ ‘납작골’ 등 잘못된 표기가 많지만 정확한 명칭은 ‘납덕골’이다.

산 속 넓은 골짜기라는 의미의 ‘넓다’에서 유래된 것인데 한자로는 ‘들일 납(納). 큰 덕(德)’으로 표기한다.

행정동으로는 군포시 대야미동, 법정동으로는 군포시 속달동 4통에 속한다.

 납덕골 주민 박봉덕(59)씨는 “원래 마을 이름이 납덕골인데, 사람들이 편하게 부르려고 자꾸 ‘납작골’이라 하더라고요.

요즘 지도에 보니 모두 ‘납작골’이라고 표기돼 있어서 시정 요청을 했습니다”라며 마을 이름을 제대로 불러달라고 호소한다.

변화를 향한 붓질, 벽화마을이 된 납덕골

“사랑해” / 속달동 4통 마을회관 옆집 벽에 그려진 그림이다. 앞쪽 벽에는 물고기 두 마리의 ‘사랑찬가’가 이어지고, 뒤쪽 벽에는 상상 속에 나올 법한 두 사람이 사다리를 타고 우주여행을 떠난다. 담 자체가 캔버스이고, 벽과 벽이 만드는 원근감이 또 하나의 프레임이다. 그냥 지나치기에 아까운 명작이다. 마을에 찾아오면 사랑하는 이들을 이곳에 세워놓고 카메라에 담고 싶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아낌없이 말해주겠다. (이윤정기자)


수리사를 가려다 혹은 갈치저수지나 반월저수지를 찾았다가

납덕골에 들르는 사람들은 모두 마을을 장식한 그림에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가볍게 등산을 하러 왔다가도 카메라를 꺼내 벽화 앞에 서서 셔터를 누르게 된다.

30가구 남짓한 작은 산골 마을에 화가 마술사라도 다녀간 것일까.

마을을 돌아다니며 그림의 사연을 물었다.

평생을 납덕골에서 살고 있는 김선애(72)할머니는

 “마을 아래 갤러리가 하나 있어요. 거기 화가 선생이 여기 마을을 다 칠했지”라고 설명해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에 들어선 ‘수리산갤러리’.

 마을 담장과 집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사람은 이 갤러리 대표 김형태(52) 서양화가다.

 “산골짜기에 파묻힌 듯 고요한 납덕골이 좋아 7~8년 전에 이곳에 갤러리를 지었어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오래된 집이 많았죠.

어떻게 하면 마을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겁니다.”

 김화가는 같은 동호회 화가 10여명을 불러 마을에 그림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작품 활동을 하듯이 직접 밑그림을 디자인하고 색을 연출했다.

지난해 가을 시작한 벽화 그리기는 올해 여름 완성단계에 들어섰다.

오래된 담벼락부터 가게 모퉁이까지 즐거운 상상이 깃든 그림이 현실 세계로 스며들었다.

마을가꾸기 추진위원회, 예술마을을 만들다

미술단체 예형회 회원이 마을 담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형태 서양화가 제공)


납덕골의 변화가 기분 좋은 이유는 마을 주민이 직접 앞장서서 추진한 것이라는 데 있다.

김형태화가를 중심으로 60세 이하의 젊은 주민 7~8명이 ‘마을가꾸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진위원회는 그림을 그리기 전 음악회를 열어 모금활동을 하고 작업비를 충당했다.

올해에는 군포시에서 마을가꾸기 사업비를 신청해 1200만원 가량을 지원받았다.

김형태화가는 거리낌 없이 재능과 시간을 마을에 내어주었고 주민도 기쁘게 마을꾸미기에 참여했다.

올해 여름 벽화 그리기가 완성되자 다시 기념음악회를 열어 축하의 마음을 나눴다.

주민 주영순(74)할머니는 “마을에 벽화가 그려지니 깔끔하고 아름답죠.

다른 마을보다 운치 있다고 할까요”라며 마을의 변화를 흡족해한다.

수리산 산림지킴이 고종헌씨는 “수리사로 올라가는 등산객이 벽화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물론 이곳을 매일 지나야 하는 저희도 그림을 볼 때마다 기분이 상쾌해지고요”라고 말한다.

주민 이재영(55)씨는 “벽화마을이 되고 나서 유동인구가 부쩍 늘었어요.

특히 가족 단위로 사진을 찍는 방문객이 늘어서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한 사람의 붓질에서 시작된 벽화가 마을 전체를 기분 좋은 변화로 물들인 셈이다.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가는길/
군포 대야미역에서 수리사 방향 갈치저수지 팻말을 따라간다.

저수지를 지나 삼거리에서 왼쪽길을 따라가면 덕고개마을이 나오고 여기서 1km정도 더 가면 납덕골이 나온다.

  납덕골에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벽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 2km 정도를 가면 수리사와 수리산 등산코스가 나온다.

MTB(산악용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도 많이 찾는 코스다.

요즘에는 벽화마을 출사객도 부쩍 늘었다.

기타정보/
납덕골 벽화마을 카페 cafe.daum.net/ldg2008



동심과 가을이 뒤범벅된 풍경/ 납덕골 벽화가 즐거운 이유는 하나하나 이야기와 테마가 다른 데에 있다. 어떤 곳에는 드라마틱한 풍경화가, 또 다른 곳에는 아기자기한 그림이 새겨졌다. 집을 호위하듯 낙엽으로 뒤덮인 담벼락에는 4학년 6반 김지현 학생의 동시 ‘연못’이 쓰여 있다. 사진을 찍다 말고 가만히 서서 큰 소리로 시를 읽어본다. 울긋불긋 단풍 덕에 멜랑꼴리(?)한 마음 속으로 한줄기 웃음이 비집고 들어온다. 동심과 가을이 뒤섞인 풍경이 ‘나 홀로 출사객’을 즐겁게 한다. (이윤정기자)


심심하지 않은 집 구석구석/ 취재를 하기 위해 시골 마을을 다니다보면 예기치 못하게 멋진 풍경을 만나 들뜰 때도 있지만 2% 부족한 듯한 심심한 풍경에 실망할 때도 있다. 그런데 납덕골은 마을 어떤 집을 찾아가도 심심할 틈이 없다. 조금 여유로운 공간이 있다 싶으면 저렇게 예쁜 그림이 손님을 반긴다. 어떤 사람은 이런 벽화 덕분에 마을이 “운치 있게 변했다”고 표현했다. 사진기를 들고 있다면 더욱 더 운치 있는 풍경에 빠져들게 된다. (이윤정기자)


마을버스 정류장/ 외지에서 지도를 찾아보면 속달동 4통은 ‘납작골’ ‘납다골’ 등으로 표기돼있다. 하지만 마을표지석에 새겨져있는 것처럼 분명히 ‘납덕골’이다. 사진 속 이 장소는 마을버스 정류장이기도 하다. 주민 유애자(가운데)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마을을 찾은 할머니 두 분이 마음씨 좋게 촬영에 응해주셨다. 왼쪽은 마포에서 온 김선애 할머니, 오른쪽은 안양에 사는 이창우 할머니다. (이윤정기자)


해바라기꽃 vs. 배추꽃/ 납덕골 벽화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글이글 타는 듯한 해바라기 그림 밑에 잘 익은 배추가 얼굴을 내밀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배추의 생김새가 꽃봉오리를 닮았다. 싱그러운 초록 잎이 탐스럽게 손을 내미는 것 같기도 하다. 한참을 서서 해바라기꽃과 배추꽃을 한 앵글에 담았다. 어떤 꽃이 더 예쁜가? (이윤정기자)


‘벽화마을 납덕골’ 카페를 검색하세요/ 벽화가 그려지기 전 마을 모습이 궁금하다면 ‘벽화마을 납덕골’ 카페를 검색해보라. 김형태작가와 미술협회 ‘예형회’ 회원들이 벽화를 완성해가는 과정이 상세히 담겨져 있다. 아낌없이 시간과 재능을 내어 마을을 가꾼 손길에 감사를 표하는 것은 아마 벽화를 즐겁게 감상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윤정기자)


담벼락을 캔버스 삼아/ 납덕골 벽화는 지난 가을에 시작해 올해 여름 완성됐다. 음악회를 통해 페인트 값을 마련하고 시간과 날씨가 허락할 때마다 담벼락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채워나갔다. 저렇게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면 양산과 모자를 쓰고 벽화를 완성했다. 한손엔 양산을, 또 다른 손엔 붓을 들고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렸을 화가들을 생각하니 절로 고맙다는 말이 나온다. (김형태 서양화가 제공)


갈치저수지/ 군포시 산본역에서 들어오면 갈치저수지를 지나 납덕골로 오게 된다. 저녁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 갈치저수지에 들러 사진을 찍었다. 반짝이는 물에 산이 고스란히 박힌 것 같다. 납덕골 근처에는 수리산, 수리사, 갈치저수지, 반월저수지 등 들를 곳이 많다. 여유가 있다면 납덕골과 함께 인근 지역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윤정기자)


가을걷이가 끝나고/ 납덕골에 서서 한 바퀴 빙 돌아보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하루 종일 등산객과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마을길을 지나간다. 납덕골 주민들은 대부분 논, 밭을 일구며 살아간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 옆길로 등산객이 발을 옮기고 있다. (이윤정기자)


해 뜨는 집/ 허름한 담벼락에 빨간 해가 힘차게 솟았다. 작가의 솜씨가 담벼락의 구조와 절묘하게 들어맞아 재미있는 벽화가 됐다. 카메라를 어디에 들이대도 그럴싸한 사진제목이 나온다. 그래서 납덕골에 벽화가 그려지자 방문객 수가 부쩍 늘었나보다. 실력 없는 사진가도 이곳에 오니 요리조리 앵글을 바꿔가며 셔터를 누르게 된다. 화가의 붓질이 마을에 마술을 부린 것 같다. (이윤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