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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읍기행]쪽빛 바다의 붉은 보석, 신안군 홍도 일구마을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9. 4.

[소읍기행]쪽빛 바다의 붉은 보석, 신안군 홍도 일구마을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외딴 섬을 일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손바닥만한 밭조차 허락되지 않는 바위섬, 홍도에서 자연을 벗하며 살아온 섬 주민을 만났다.

푸른 바다에 붉은 보석이 떴다.
목포항에서 바닷길로 115km 서해남단에 위치한 홍도는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섬이다.
자욱한 안개가 끼었다가 곧 따사로운 해가 비치는 섬.
해질녘에는 섬 전체가 붉게 빛난다하여 ‘홍도’다.
호리병처럼 이어진 본섬과 20여개의 부속 무인도로 이뤄진 홍도는 한번 보면 잊지 못할 신비로움을 안고 있다.

목포항에서 2시간 30분, 홍도 가는 길



“와~우. 와~우.”목포항에서 홍도로 가는 쾌속선을 탔다.
다도해상을 지나 본격적인 바다가 시작되자 잠잠했던 파도가 심술을 부린다.
승객들은 저마다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함성을 질렀다.
그러나 즐거운 비명도 잠시, 승객의 절반은 비닐봉투를 찾기에 급급하다.
그렇게 2시간 30분, 목포항에서 115km의 짧지 않은 바다길을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섬, 홍도는 뿌연 안개에 휩싸였다.
마치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 바위섬의 자태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배에서 내리고서야 시끌벅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선착장을 따라 이어지는 포장마차와 식당 사이로 수 백 명의 관광객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연간 20만 명의 외지인이 찾는다는 말이 절로 실감난다.

홍도 1구의 저녁풍경 / 이윤정기자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홍도. 총 면적 6.47㎢의 작은 섬이다.
몽돌해수욕장이 있는 남쪽의 1구와 등대가 있는 북쪽의 2구, 이렇게 두 곳에 마을이 있다.
외지인은 대부분 1구에 숙박을 한다.
2구까지는 다시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착장에서 1구까지는 외길이다.
바위섬을 따라 가파르게 난 좁은 골목. 그 옆으로 빼곡하게 집이 들어섰다.
1구의 주민 대부분이 관광업에 종사하다보니 어느 집이나 민박을 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삶을 일궜을까 싶을 정도로 척박한 땅이다.
마을에는 언덕의 한 뼘 땅까지 알뜰하게 집이 들어섰다.

매일 다른 옷을 갈아입는 천혜의 절경

“조선 숙종 4년(1678년) 제주 고씨가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고 해요. 현재 1구에만 131가구, 450명이 살고 있어요.” 1구 박상석(48)이장은 홍도 토박이다.
1965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170호로, 1981년에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제478호로 지정됐다.
‘개발’이 원천 봉쇄된 섬에서의 삶은 어땠을까. “옛날에는 섬이라고 하면 정말 외롭고 험악한 곳이라고 생각했죠. 비단 10년 전까지만 해도 목포에서 배 타고 6시간을 넘게 와야 했어요.”

해질녘 홍도 앞바다 / 홍도는 해가 잘 들지 않는 섬이라고 한다.

한 시간 동안 안개와 해가 오락가락한다. 배를 타고 홍도 앞바다로 나오자 해무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

잠시 구름 사이로 해가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이윤정기자


바위섬인 홍도는 좁은 텃밭도 허락하지 않았다.
섬사람들은 배를 타고 쌀이며 생필품들을 뭍에서 실어온다.
물도, 전기도 귀한 섬. 그래도 사람들은 섬을 떠나지 않았다.
“홍도는 며칠 와서는 다 담아갈 수 없는 곳이에요. 천년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고 하잖아요. 아름다운 풍경을 벗 삼아 살다보니 홍도를 떠날 수가 없어요.”
박이장의 말대로 홍도의 절경은 다채롭다.
섬 안쪽과 바깥 풍경은 서로 다른 섬이라도 되는 양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섬 안에서 보는 해안선의 모습과 언덕을 따라 오밀조밀 이어지는 마을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풍긴다.

홍도의 바깥 모습을 보기 위해 유람선에 오르면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 경관이 펼쳐진다.
홍도 주변의 크고 작은 20여개의 부속섬은 저마다 기이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위섬에 구멍이 뚫려 있어 소형 선박이 지나다닐 수 있다는 남문바위, 서울 독립문을 닮았다는 독립문바위, 홍도를 수호한다는 거북바위, 보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만 가지 모습으로 보인다는 만물상 등 자연이 깎아놓은 조각상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뿐만 아니라 바위절벽에 아슬아슬 생명을 피운 나무들은 마치 신이 분재를 해놓은 것처럼 멋들어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립공원다도해해상관리사무소 홍도출장소 김수희소장은 “해안선 20.8km따라 홍도 33경이 펼쳐집니다. 홍도는 사암과 규암으로 이뤄진 큰 바위섬인데 매일 색다른 옷을 갈아입는 듯 풍경이 변해요. 한 번 섬을 찾은 분들은 홍도를 잊지 못해 다시 찾곤 하죠.”라고 말한다.

사시사철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이는 섬, 흑산도

흑산도에서 바라본 홍도/ 흑산도를 찾은 날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저 먼 바다에 안개가 머무르고 있는 곳이 홍도다. /이윤정기자


홍도를 떠나오는 길목에는 흑산도가 있다.
홍도에서 쾌속선으로 30분 거리인 흑산도 또한 그냥 지나치기엔 아쉽다.
울창한 산림이 온 섬을 덮고 있어 사시사철 푸르다 못해 ‘검은색’으로 보인다는 흑산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서 ‘관광 섬’으로 유명한 홍도와는 달리 흑산도는 홍어잡이와 양식업을 하는 어촌마을이다.
여유롭고 한산한 풍경이 홍도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올해 3월에는 흑산도 일주도로가 개통돼 반나절만 할애하더라도 섬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
‘상라봉 버스투어’를 신청하면 상라봉 전망대, 일주도로변 해수욕장과 기암괴석, 정약전 유배지, 최익현 유허비,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등을 두루 훑을 수 있다.
산을 깎지 않고 길을 내 붕 떠있는 듯한 일주도로는 아슬아슬하지만 창 너머 푸르른 바다는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다.
특히 람사르협약습지로 지정된 장자도를 비롯해, 소장도, 홍도 등 흑산도에서 바라보는 섬의 모습은 파도 소리를 타고 가슴 속 깊이 새겨진다.

가는길/
아침 7시 20분에 용산역에서 목포로 가는 KTX열차에 오른다.
오후 1시에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홍도로 가는 배를 타면 약 2시간 30분 뒤에 홍도에 도착한다.
홍도에서 목포항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흑산도가 있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흑산도에서 반나절 정도를 할애하는 것도 좋다.

관련정보/
홍도는 개발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숙소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홍도의 절경을 보기 위해서는 유람선을 이용해야 한다.
시끌벅적한 유람선 안내와 해상 횟집 등 다소 불편한 점도 있지만 홍도를 둘러싼 20여개의 부속섬 풍경을 보기에는 유람선이 제일 편리하다.
코레일관광개발에서는 홍도-흑산도-진도를 아우르는 2박 3일 기차여행상품을 내놓았다.
KTX왕복열차비, 쾌속선료, 홍도유람선관광료 등이 포함된다. 가격은 26만 3천원. (문의: 1544-7755 www.korailtravel.com )


1구로 향하는 외길.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집이 옹기종기 들어섰다.




몽돌해변 선착장/ 몽돌해수욕장 바로 앞바다에 고깃배들이 묶여 있다. 섬 주변을 맴도는 안개가 해안가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이윤정기자



남문바위/ 홍도 주변에는 크고 작은 20여개의 섬이 장관을 연출한다. 홍도 제1경으로 꼽히는 남문바위는 바위섬에 구멍이 뚫려 있어 소형선박이 왕래할 수 있다. 이곳을 지나가면 행운을 얻게 된다는 전설이 있다. /이윤정기자



홍도는 동굴이다/ 유람선을 타고 홍도 주변을 돌다보면 깎아지른 듯 한 바위절벽이 끊임없이 만난다. 크고 작은 동굴을 형성하며 푸른 바다를 끌어안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윤정기자



독립문바위 / 홍도 북쪽에 있는 독립문 바위. 서울 독립문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에는 중국으로 드나드는 배들이 드나드는 ‘북문’으로 여겼다. /이윤정기자



안개 낀 1구/ 홍도는 바위섬이다. 남쪽의 1구, 북쪽의 2구 두 개 마을은 모두 언덕 위에 가파르게 들어섰다. 언덕을 따라 옹기종기 들어선 1구 마을 모습이 이국적으로 보인다. /이윤정기자



홍도 2구 등대/ 안개가 자욱한 홍도. 저 멀리 2구의 등대가 보인다. 섬을 이루고 있는 바위는 안개 속에서도 붉은 빛을 띄고 있다. /이윤정기자



장자도/ 홍도에서 쾌속선을 타고 흑산도로 넘어왔다. 일주도로를 지나다가 저 멀리 장자도가 보여 카메라에 담았다. 물이 풍부한 장자도의 습지는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이윤정기자



흑산도 일주도로/ 올해 3월 완공된 흑산도의 일주도로. 산을 깎지 않고 도로를 내서인지 길이 붕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버스투어를 신청하면 1시간 동안 일주도로를 따라 흑산도의 명소를 관람할 수 있다. /이윤정기자



한반도 지도바위/ 바위 속 구멍의 모양이 한반도의 모습과 똑같아서 ‘한반도 지도바위’라 불린다. 흑산도 서쪽에 위치해있다. /이윤정기자



옥섬/ 흑산도 죽항리에 있는 옥섬. 조선시대 수군진이 설치됐을 때 감옥으로 활용된 섬이란다. /이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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