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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산] <27> 군포 수리산

by 맥가이버 Macgyver 2011. 2. 6.

 

[도시와 산] <27> 군포 수리산
최고봉 태을봉에선 고려시대부터 산신제

경기 군포시 산본신도시를 누가 수리산 자락에 조성했을까. 매우 공평결정이라고 여길 만하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 5곳 가운데 하나인 산본은 분당, 평촌 등 다른 신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떨어져 주민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다.

대신 이곳 주민들은 울창한 숲과 신선한 공기를 뿜어주는 진산을 선물 받았다.

산본신도시를 병풍처럼 감싸 안고 안양과 안산에 걸쳐 있는 수리산은 3개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지 오를 수 있는 도심 속 ‘녹색섬’이다.

 인근 도시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연평균 140만명이 찾는다.

관악산, 청계산과 더불어 한강 남쪽에서 서울을 에워싸고 있는 수리산은 한남정맥의 한줄기로, 평지에서 갑자기 솟아 오른 듯한 산세를 지녔다.

사시사철 숲이 울창하고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무수한 굴곡을 이루면서 뻗어 있다.

계곡을 따라 곳곳에 산림욕장이 조성돼 있으며 약수터와 명상의 숲, 개나리 숲, 한마음 놀이터 등 다양한 휴식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 경기 군포시 산본신도시를 지켜주는 진산으로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수리산 자연학습장의 병목안 석탑. 자연석 5만 5700여개를 높이 7m로 쌓아 올린 석탑이 등산객을 지켜주듯 의연하게 서 있다. 정연호tpgod@seoul.co.kr

 

수리산이란 이름은 우선 산본이나 군포시에서 보면 독수리를 닮아서 지어졌다고 한다.

1864년에 편찬된 대동지지를 보면 ‘자못 크고 높은 취암봉(수암봉)이 있는데 독수리 취자를 일컬어 수리(修理)라고 한다.’고 기록돼 있다. 산 중턱에 자리한 신라 시대의 거찰인 수리사에서 이름을 따왔다고도 한다.

 

●연평균 140만명 찾는 수도권 남부 진산

 

수리산에는 군포시와 안양시가 선정한 아름다운 8경 가운데 4곳이 있을 정도로 두 지역주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최고봉인 태을봉(489m)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산신제가 행해져 마을의 안녕을 기원해 오고 있다.

태을봉을 중심으로 슬기봉(451.5m), 관모봉(426.2m), 수암봉(395m)이 연결돼 있다.

맑은 날 산 정상에 오르면 서해 인천 송도신도시와 수원시가지까지 볼 수 있다.

일출시 산 그림자가 태을(太乙) 형상을 연출해 군포의 제1경으로 꼽힌다.

태을’은 도교의 천제(天帝)를 지칭하지만 십간의 하나로 부귀의 근원으로 보기도 했다.

▲ 수리산 정상 태을봉은 산세가 부드러워 여성도 쉽게 오른다.

▲ 수리산 정상으로 가는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가을 산행의 정취를 더하고 있다.

군포시의 제2경인 수리사는 수리산 거룡봉 해발 225m 지점인 속달동에 있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했으며 전성기에는 대웅전 외에도 36동의 건물과 12개의 부속암자가 있는 거찰이었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전소됐다.

남아있는 건물로는 대웅전을 비롯해 삼성각, 나한전, 요사채 등이 있다.

군포시 속달동 ‘구렁터 당숲’은 음력 10월1일이면 이틀간 동제(洞祭)가 치러지는 전형적인 마을 숲이다.

조선 중기 문신인 정래륜이 조성했으며 100~300년가량 된 고목들이 우거져 2003년 산림청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수리산 안양 9동 ‘담배촌’에 조성된 최경환 성지(안양 제5경)는 2000년 순례지로 지정됐다.

최경환(1805~1839년)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신부가 된 최양업(1821~1861년)의 아버지로 담배촌에 정착해 천주 신앙을 전파하다 1839년 기해박해 당시 순교했다.

전국 각지에서 연간 3만여명의 천주교 신도들이 찾는다.

 

 

병목안 석탑(안양 제7경)은 병목처럼 마을 초입이 좁으나 마을에 들어서면 골이 깊고 넓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병목안 삼거리 부근 채석장 자리에 대규모 절개지 사면을 이용해 길이 65m, 넓이 95m의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폭포가 만들어졌다.

 

수리산은 편리한 교통망 때문에 군포·안양·안산뿐 아니라 인근 수원·과천·의왕 등 수도권 주민들로부터 각광 받고 있다.

전철 산본역, 수리산역, 대야미역, 안양역, 금정역, 명학역 등에서 내려 도보로 20여분 정도면 등산로에 닿는다.

 

3개 시에 걸쳐 있는 만큼 코스도 다양하다.

▲안양소방서~충혼탑~팔각정~능선삼거리~관모봉~태을봉~슬기봉~용진사~한양8단지

▲안양 병목안삼거리~능선삼거리~관모동~태을봉

▲성결대정류장~상록수약수~관모봉~태을봉

▲안산 수암파출소~수암봉약수~수암봉~335봉~창박골재~병목안삼거리 등으로 크게 나뉜다.

코스별로 1시간30분에서 2시간30분가량 소요된다.

 

●전철 산본·금정역에서 걸어서 20분

 

수원 세류초등학교 32회 산악회장 이필현(49·회사원)씨는 “산악회원들과 수리산을 자주 찾는데, 늘어선 봉우리들의 자태가 빼어나고 곳곳에 바위길을 가진 능선이 변화 있게 이어져 도심에 있는 산 가운데 몇 안 되는 명산으로 손색이 없다. ”고 소개했다.

특히 울창한 수림으로 조망이 좋고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의 산세가 험하지 않아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나 여성들에게 큰 부담이 없다.

산행 초입부터 송림이 울창해 상쾌한 느낌을 준다.

자외선 노출이 우려돼 야외활동을 꺼리는 여성들에게 수리산은 건강도 챙기고 취미생활도 살려주는 건강코스이다.

얼마전 수리산을 처음 다녀온 주부 최경민(48·수원시 영통동)씨는 “모처럼의 산행이어서 힘들지 않을까 겁부터 났으나 관모봉까지 30여분간을 빼곤 별 어려움 없이 산을 탈 수 있었다.”며 “명상의 숲 등 쉴 수 있는 공간도 많아 여성들에겐 안성맞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수리산 셀프카메라

 

군포 수리산이 지난 7월16일 경기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1971년 지정된 경기 성남시 남한산성 일대, 2005년 가평군 연인산 일대에 이어 3번째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수리산 면적 6.97㎢ 가운데 군포시가 4.3㎢(속달동)로 가장 넓고 안양시 안양동 관내 2.55㎢, 안산시 상록구 수암동 관내 0.12㎢ 등이다. 수리산은 전체 면적 가운데 75%가 도유지, 4%가 국유지, 16%가 사유지로 이뤄져 있다.

경기도는 2006년 10월부터 제3도립공원 대상지를 물색했다.

공모를 통해 신청된 도내 각 지역의 산을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를 벌여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수리산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소요산, 청계산, 명성산, 철마산 등 쟁쟁한 경쟁지를 물리친 것은 수리산이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고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립공원으로 만들자는 지역 주민들의 열기도 한몫했다.

 

수리산은 자연 생태계 측면에서도 한국 특산종인 변산바람꽃, 맹꽁이, 왕은점표범나비, 고려집게벌레 등 멸종위기 동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박쥐능선(태을봉~슬기봉)과 수리사, 속달동 바람고개 주변은 자연 경관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기도는 이달부터 도립공원 조성을 위한 설계에 들어간 뒤 내년 상반기부터 2011년 말까지 116억원을 들여 이곳에 주차장과 화장실, 방문자 센터, 등산로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노재영 군포시장은“수리산은 수도권 남부주민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도심 녹색공간”이라며 “도비를 지원받아 ‘자연을 지키며 숲을 배우는 공원’이라는 컨셉트에 맞는 도립공원으로 꾸며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서울신문 2009-10-05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