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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싶다☞/♤ 도시와 산

[도시와 산] (28) 영동 민주지산

by 맥가이버 Macgyver 2011. 2. 6.

 

[도시와 산] (28) 영동 민주지산

민주지산(岷周之山·1241.7m)은 충북 영동과 경북 김천, 전북 무주 등 3도에 걸쳐 있다.

전체의 70%가량이 영동군에 자리 잡고 있어 영동군민들의 애정이 각별하다.

동으로는 석기봉과 삼도봉, 북으로는 각호산이 우뚝 솟아 웅장한 기상을 펼치고 백두대간을 굽어본다.

훼손이 거의 없는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평가받는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물한계곡, 지역주민의 대화합을 상징하는 삼도봉, 독특한 산 이름 등 볼거리와 얘깃거리도 많다.국립공원은 아니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명산으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 충북 영동군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속 ‘치유의 숲’에서 한 가족이 산을 오르고 있다. 숲으로 향하는 황톳길 양쪽으로 태곳적 신비가 느껴지는 전나무들이 미끈하게 쭉쭉 뻗어 있다.
영동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이름을 빼앗긴 슬픈 산?

 

민주지산은 산 이름이 독특하다. 그래서인지 이름을 두고 두가지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주민들은 삼도봉에서 각호봉까지 산세가 민두름(밋밋)해서 ‘민두름산’으로 부르던 것을 일제가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민주지산’으로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영동군이 1982년 발행한 ‘내 고장 전통 가꾸기’ 책자에도 이같이 쓰여 있다.

민주주의(民主主義)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백운산으로 부르던 것을 일제가 산의 격을 낮추거나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민주지산으로 개명했다는 설이 있다.

일부 학자들은 조선 성종 때 편찬된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과 반계 유형원이 1667년에 쓴 ‘동국여지지’에 나오는 백운산을 지금의 민주지산으로 보고 있다.

산림청도 2004년 ‘우리산 이름 바로찾기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해당 시·군에 민주지산의 개명을 건의했다.

이 때문에 2007년 영동군 지명위원회가 개최되는 등 논의가 있었으나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민주지산 인근인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백운산(1010m)이 존재하고 있어 민주지산을 백운산으로 개명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역사서에 나오는 백운산이 무주에 있는 백운산이라는 주장도 있다.

군 관계자는 “논의는 중단된 상태”라며 “현재로선 백운산으로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지산은 영동군의 보배

 

이름을 두고 논란은 있지만 민주지산이 영동군민들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한다.

‘민주지산을 타고’라는 시집을 낸 향토시인 성백일씨는 “민주지산은 영동군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지역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어머니와 같다.”고 말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영동군이 자랑하는 관광명소와 특산품들을 얘기하다 보면 민주지산이 따라붙는다.

군의 대표적 관광지인 물한계곡은 민주지산에 둘러싸여 있다.

물한계곡은 물이 차다는 한천마을 상류에서부터 20여㎞를 흐르는 깊은 계곡이다.

폭포와 숲이 조화를 이뤄 등산객과 피서객들로 사계절 붐빈다.

원시림을 보존하고 있어 생태관광지로 손꼽힌다. 지난해 200만명이 다녀갔다.

민주지산 기슭에서 생산되는 상촌 호두는 명품 호두로 유명하다.

민주지산으로 인해 이 지역 일교차가 커 껍질이 얇고 살이 많으며 고소하다.

호두는 피부와 모발을 윤기 있고 건강하게 가꿔주는 비타민 B1과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노화를 막는 비타민 E가 풍부해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많이 찾고 있다.

민주지산에서 생산되는 고로쇠 수액 역시 인기가 좋다.

해발 500m 이상에서 위생적인 방법으로 채취하는 청정 음료다.

일반 천연수보다 칼슘은 40여배, 마그네슘은 27배 정도가 많다.

위장병, 고혈압, 피로회복, 숙취해소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주민의 대화합 상징 삼도봉

 

민주지산이 동쪽으로 품은 삼도봉은 태종 14년에 조선을 팔도로 나누면서 충북, 경북, 전북 등 3도의 분기점이 된 이후 이렇게 불린다.

 삼도봉 정상에는 돌무더기가 세 곳에 쌓여 있었다고 한다.

3도 사람이 각각 자기 동네 쪽으로 돌을 던져 돌무더기가 많이 쌓이기를 원했다고 한다.

돌이 높이 쌓인 지역이 대길한다는 전설 때문이다.

지금은 돌무더기가 사라지고 지역주민간의 대화합을 기원하는 기념탑(높이 2.6m, 무게 7.6t)이 세워졌다.

이 기념탑은 거북받침의 기단부와 영원한 발전을 상징하는 3각 용조각의 탑신부, 둥근 해와 달을 표현해 대화합을 뜻하는 원구의 상륜부로 구성됐다.

이 탑은 1989년부터 삼도봉에서 화합을 다지는 ‘만남의 날’ 행사를 갖기 시작한 영동군, 김천시, 무주군이 2회째 행사 때(1990년) 준공했다.

만남의 날 행사는 해마다 10월10일 3개 시·군 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자연생태계의 보고

 

물한계곡을 중심으로 한 민주지산 일대는 국립공원 못지않게 자연자원이 풍부하다.

군에 따르면 민주지산에는 국내 관속식물의 17%가 분포한다.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급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는 한국의 고유한 지적자산인 특산식물도 7종이 발견됐다.

식용식물은 233종, 약용식물은 218종이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물들도 많다.

민주지산은 또 올빼미, 솔개, 참매, 털발말똥가리, 붉은배새매, 소쩍새, 원앙 등 조류 7종의 번식지 및 경유지이기도 하다.

군 관계자는 “자연생태계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민주지산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등산로가 잘 정비된 편은 아니다. 물한계곡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정상에 오르면 2시간가량 걸린다.

 

영동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민주지산 안가면 후회할 곳!

해발 700m 휴양림… 숨쉬기도 큰 운동

 

자연휴양림은 충북 영동 민주지산의 자랑거리다. 전국의 자연휴양림은 대부분 해발 200~300m에 있다.

하지만 이곳은 700m에 자리잡고 있다. 황토로 만든 숙박시설은 750m에 있다.

단풍으로 유명한 전북 내장산 주봉인 신선봉이 763m, 충남 청양의 칠갑산은 정상이 561m다.

주변의 웬만한 산보다 휴양림이 높은 곳에 있다.

영동군이 자연휴양림의 위치를 강조하는 것은 해발 700m가 인간에게 가장 좋은 생활환경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해발 700m는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나면서 인체에 가장 적합한 기압상태를 유지해 인간과 동식물의 생체리듬에 가장 좋다고 한다.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멜라토닌도 증가, 5~6시간만으로 충분한 수면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혈류공급도 잘돼 젖산과 노폐물 제거에 효과가 있어 피로회복이 고·저지대보다 2~3시간 빠르다.

노화를 지연시키는 효과도 있다.

 휴양림 관계자는 “과음을 한 숙박객들이 다음날 아침 일어나 머리가 무척 가볍다고 하는 얘기들을 자주 들었다.”면서 “여기는 인간 최적의 생활환경을 갖춰 머무는 자체가 휴양”이라고 자랑했다.

군이 700m를 강조하지만 이곳에 계획적으로 휴양림을 조성한 것은 아니다.

 

공사하기 편한 곳을 찾은 것이지만 뒤늦게 이런 가치를 알게 됐다.

군은 부랴부랴 ‘HAPPY 700’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자연휴양림 홍보에 이용하려고 했지만 이미 강원 평창군이 ‘HAPPY 700’을 선점, 무산됐다.

군 관계자는 “철 따라 산행의 즐거움이 달라지는 등산로, 피톤치드가 풍부한 산림욕장, 13.4㎞의 산악자전거코스, 건강지압을 위한 맨발 숲길까지 있어 해마다

이용객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난 7·8월 두달간 8000여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군은 조만간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춘 숙박시설 1동과 찜질방을 건립할 예정이다.

하루 이용료는 6인용 표고방과 송이방이 비수기 3만 5000원, 성수기 6만 5000원이다.

 

영동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서울신문 2009-10-12  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