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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다도해 기행 <1>신안 안좌도] 사방 둘러싼 1000개의 섬 보며 김환기는 화가가 됐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3. 14.

사방 둘러싼 1000개의 섬 보며 김환기는 화가가 됐다

  • 신안=권경안 기자 
  • 입력 : 2013.03.14 04:00

그 섬에 가고 싶다, 다도해 기행 <1>신안 안좌도

 
다도해 신안 안좌도에는 섬들이 점점이 바다에 떠 있다.
안좌도에 딸린 섬 ‘박지도’에서 왼쪽 뾰족하게 솟은 반월도까지 이어진 나무다리 ‘천사의 다리’가 이채롭다.
다리를 걷노라면 푸른 바닷물과 바람결이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김영근 기자
자은, 임자, 팔금, 안좌, 장산, 비금, 도초, 하의, 가거…. 어떤 이는 마치 "난수표 암호어 같다"고 했다. 서남해에 떠 있는 전남 신안의 섬들이다. 신안은 섬들로만 이뤄졌다. 군이 조사했더니 유·무인도를 합쳐 거대한 '다이아몬드' 형태를 이루는데, 총 1025개더란다. 가장 상징적인 숫자 '1004'를 끌어내 신안을 '천사의 섬'이라 부른다.

이 멀고 먼 변방의 섬들에서 우뚝한 이들이 배출되었다. 다이아몬드의 오른쪽 꼭짓점이 '안좌'. 안좌에는 김환기(金煥基·1913~74)가 있었다. 이 '섬소년'은 미술사학자 유홍준이 말한 "20세기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화가"이다. 그의 예술 세계가 태동한 안좌를 찾아간다.

◇김환기의 고향 '아트 아일랜드'

 
김환기 화백이 즐겨 그린 여인상들이 들어선 김환기 공원. /김영근 기자

'그저 꿈 같은 섬이요, 꿈속 같은 고향'이었다. '겨울이면 소리 없이 함박눈이 쌓이고, 여름이면 한 번씩 계절풍이 지나는' 그 섬에는 '수천 석씩 나는 평야도 굽이굽이 깔려 있고… 안산에는 아름드리 청송이 숨 막히도록 총총히 들어차 있었다'(산문집 '그림에 부치는 시'중).

김환기는 그가 쓴 대로 '조선 지도에도 없는 조그마한 섬'에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동경에서 유학한 우리나라 1세대 추상화가. 1950년대 파리를 거쳐, 뉴욕에서 한국의 고유한 정서로 세계 미술 무대에서 평가받았다.

안좌도(면)의 중심 읍동리에는 1910년 백두산에서 자재를 가져와 지었다는 김환기 생가가 북방식 'ㄱ'자형 기와집 모습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곳간, 건넌방, 대청마루, 안방, 부엌이 가지런한 그 생가에서 바라보는 안산은 읍동리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가 즐겨 그렸던 산과 달, 새, 매화, 항아리, 여인들이란 이 읍동리와 안좌도에서 비롯된 '예술의 영감원'이었다. 미술의 중심지에서 '자기의 것'을 잃지 않고, 오히려 '세계성'을 얻은 것은 고향과 고국의 문화를 세계 미술의 흐름과 결합한 결과였다.

김환기가 즐겨 그렸던 사슴 조형물(읍동항).

생가 맞은편 앞집 담벼락 등 동네 곳곳과 어항주변에는 그의 그림들이 외지인들을 맞이한다. 올해가 김환기의 탄생 100주년. 신안군은 이를 기념해 생가 부근 아늑한 산자락에 김환기미술관을 세우려고 한다. 그는 선친이 작고하자 소작인들의 빚문서를 돌려주었다고 한다.

신안군 공무원이 서울 인사동에 들렀다 "안좌도에서 왔다"고 했더니, "수화(김환기)의 고향 아니냐"며 칙사대접을 하더란다. 그는 "안좌도에 와보시면 작가의 세계를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김환기 '섬소년'의 신화는 계속되고 있다. 안좌도에 딸린 사치도 내 사치분교는 1972년 제1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농구대회에서 준우승을 해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갯벌과 모래밭에서 이룬 기적이었다. 이듬해 '섬개구리만세'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 영화에 실제 주역들이 출연, 제10회 청룡영화제에서 신인연기상 등 4개 상을 받았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사치도에 선착장이 만들어지고, 배도 다니게 되었다. 지금은 안좌초등생들이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제2의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섬 잇는 '천사의 다리'

섬에서 섬으로 건너는 다리가 놓여졌다. '천사의 다리'란다. 안좌도에는 유인도 10곳, 무인도 53곳이 점점이 박혀 있다. 그중 박지도와 반월도는 안좌도에 딸려 있다. 안좌도에서 박지도까지 547m,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915m를 나무다리로 이었다. 다리를 걷노라면 갯벌에 푸른 물이 발아래로 움직인다. 김환기 작품 중 '여름달밤: 기좌도(안좌도)' '달밤의 섬' 등이 있다. 마치 꿈결에 물결이 넘실대고 작품 속 푸른 달이 흐르는 듯하다.

반달 이름을 가진 반월도를 한 바퀴 돌면 바닷바람과 물결을, 몸과 마음을 풀어놓고 느낄 수 있다. 반월도의 어깨산을 오르면 바다가 확 트여 보여 탄성이 절로 나온다.

 
농부들이 푸른색이 번져가는 마늘밭에 거름을 주고 있다. /김영근 기자

안좌도의 갯벌로는 한운리 갯벌이 유명하다. 이곳에서 게와 숭어 등을 잡으며 갯벌을 배울 수 있다. 이 섬에서는 독특하게 지주를 세워 양식하는 '지주식 김'이 유명하다. 파래가 섞여 있어 자연산임을 알려준다. 큰 새우가 많이 나고, 감성돔, 농어가 잘 잡힌다.

섬사람들의 원시문화도 남아 있다. 순풍을 희구하는 바람막이 구실을 하는 우실(나무나 담장)이 곳곳에 있다. 하늘을 향해 솟은 남근(男根石)과 음바위도 버티고 있다. 청동기 시대의 지석묘, 백제시대의 석실분, 가야·왜와의 교류를 엿볼 수 있는 무덤도 이 섬의 역사를 짐작게 한다.

여행수첩

안좌도 읍동 고분~방월리 고인돌~한운리 갯벌~대리 남근석~읍동 김환기 생가~박지도·반월도 ‘천사의 다리’

교통(서울기준)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매일 버스가 목포를 오간다. 오전 5시30분~자정까지 30~4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4시간 걸린다. 용산역에서는 오전 5시20분~오후 9시40분까지 KTX가 목포로 간다. 3시간 27분 걸린다. 목포에서 다리로 연결된 압해도에 있는 송공선착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목포역에서는 130번 버스가 송공선착장까지 오간다. 송공항에서 암태도(오도항)까지 차와 사람을 태우는 철부선으로 25분 걸린다. 오전 7시~오후 6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배가 뜬다. 요금 3300원(편도), 승용차 운임 1만5000원(편도). 암태도에서 차량으로 팔금도를 거쳐 안좌도까지 갈 수 있다. 암태, 팔금과 안좌는 다리로 연결돼 있다. 신안농협 송공매표소 (061)271-0090. 서울에서 갈 경우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IC를 거쳐 압해대교를 건너 송공선착장까지 가면 된다.

음식 안좌도를 둘러싼 갯벌은 영양분이 많다. 이곳에서 나는 김(해태)과 감태, 전복, 새우, 칠게, 낙지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태풍으로 갯벌을 파랗게 물들였던 감태(밭)가 사라졌다. 앞으로 몇년은 기다려야 한다. 우럭을 통째로 미역과 함께 끓여낸 우럭(강)국이 별미. 아주 자잘한 새우를 북새우, 참새우라 한다. 이 새우들을 냉동했다가 양념으로 버무려 낸 밑반찬이 유별나다. 면 소재지에 섬마을 음식점(061-262-2626) 등 몇곳이 있다.

숙박(지역번호 061) 안좌면 소재지에 유성모텔(261-1223), 정원장(262-0654) 등 숙박업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