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유적탐방후기☞/♣ 북한산성

[북한산성 종주 특집] 북한산 14개 성문 '도장 깨기'

by 맥가이버 Macgyver 2025. 2. 14.

[북한산성 종주 특집] 북한산 14개 성문 '도장 깨기'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의상능선~산성주능선~백운대~원효봉능선~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16km 원점 회귀
문수봉 정상.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더 잘 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뛰어간다.
 

 

14개 성문을 따라 오르내리며 원점회귀하는 보드게임을 했다.

험준한 바위산 북한산에는 서울의 요새라고 할 만한 산성이 있다.

북한산성을 따라 14개의 성문을 잇는 종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14성문 산행은 일종의 공식 같은 것이 있는데,

북한산성계곡을 시작으로 14개의 성문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다시 북한산성계곡으로 내려오는 것.

가장 효율적인 성문 종주 방법인 셈이다. 

 

의상능선을 타고 남릉의 최고봉 문수봉을 지나 다시 북쪽으로 백운대를 잇는다.

마지막으로 원효봉능선을 타고 원점회귀하면 14성문 종주가 끝난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걷는 재미가 있고,

지칠 때쯤 등장하는 성문을 하나 하나 만나다보면 심심할 틈이 없다.

이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산행이 있을까.

 

엎드려 자는 공룡의 등뿔, 의상능선

갑자기 내려진 ‘한파 경보’.

영하 12℃라는 매서운 날씨에 긴장감이 배가되어 어깨가 한껏 움츠러든다.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고비는 의상능선이다.

북한산의 공룡능선이라 불리는 의상능선은 14성문 종주에서 가장 험한 바윗길이다.

용출봉에서 시작해 여섯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한다. 심장 뛰는 소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시작부터 가파르게 치고 오른다.

거세고 험난하다.

두 손 두 발, 온몸에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조심스럽다.

무릎을 높게 올려 발자리를 찾고 손으로 바위를 짚어가며 암릉을 타고 오른다.

느낌만큼은 수직으로 솟은 벽이다.

지금 필요한 건 과감함이다. 

의상능선은 끝없는 바윗길의 연속이다. 뒤로 보이는 용출봉의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북한산은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머뭇거리다 발에 힘이 빠지는 순간, 탁하고 미끄러진다.

아차 싶을 때, 팔로 와이어 난간을 잡고 버틴다.

심장이 덜컥 하는 걸 부여잡고, 다시 오른다.

매순간 신중하고 과감한 발자국을 내딛으며 오르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동시에 따라오는 아찔한 쾌감, 바위의 매력이다. 

 

이 바위 저 바위에 오르내리며 사방에 펼쳐진 북한산을 바라보니 각도마다 다른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쨍하게 뜬 해에 산세가 더욱 빛난다.

멀리 보이는 백운대를 더 잘 보고 싶어 다음 봉우리,

또 다음 봉우리를 기대하며 공룡의 뿔을 오르내렸다.

오르다 뒤돌아보면 보이는 풍경에 매번 넋을 잃고 외쳤다. 

“봐봐! 방금 지나온 용출봉! 진짜 멋있다.” 

잠시 멈춰 되새겨 보면 오르락내리락 걸어온 길의 고도표가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그 모습이 신이 나 또 다음 봉을 웃으며 쳐다보게 된다.

증취봉에서 내려와 부왕동암문으로 향하는 길.
 

 

거친 바위를 덮은 포근한 하얀 카펫

쉴새없이 이어지는 봉우리를 넘어 나한봉에 도착하면 넓게 트인 공간이 나온다.

치성으로 둘러쌓인 공간이다. (치성은 성곽 일부분을 네모나게 덧붙여 쌓은 벽을 말한다.)

 

성곽에 쌓인 눈을 슬슬 털어 자리를 만들면 그곳이 바로 최고의 카페다.

서울 시내와 멀리 보면 한강 일대까지 보이는 멋진 조망이다.

뽀드득 뽀드득. 조금씩 올라가는 고도에 서서히 눈이 깔린다.

얼음장 같은 공기에 취재진들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연신 난다.

콧물이 얼어 숨을 쉴 때마다 코가 붙었다 떨어졌다 한다.

그야말로 강추위다.

다행히 바람이 거의 없어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눈이 내린 지 꽤 되어 산행에 지장이 없을 정도만 얕게 깔려 있다.

기온이 낮아 눈이 살짝 얼었는지 밟는데 나는 소리가 경쾌하다.

아삭아삭, 기분 좋은 발자국을 찍어가며 걷는다.

 

북한산은 서울시 은평구, 성북구, 강북구, 도봉구, 종로구와

경기도 의정부시, 양주시, 고양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북쪽의 도봉산과 함께 북한산국립공원에 속한 산이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도심 속 국립공원으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있는 명산이다.

 

최고봉인 백운대(836m)와 함께 인수봉(810m), 만경대(779m)를 묶어

삼각산三角山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원효봉능선, 의상능선, 칼바위능선, 오봉능선, 비봉능선 대표적인 암릉 능선들이 뻗어 있는 산이다. 

용출봉에서 내려와 다음 봉우리인 용혈봉으로 향한다.

 

한 칸 한 칸 전진하는 성문 종주의 매력

문수봉을 지나고부터는 심심하다 싶으면 문이 나온다.

눈이 소복이 쌓인 성곽을 밟기도 하고 벗삼아 옆에 두고 걷다 보면 중간 중간 나오는 성문들이 반갑다.

“문이다!” 앞서가던 동행은 성문이 나올 때마다 기다리던 손님이 온 것처럼 밝은 얼굴로 달려 나갔다. 

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 문들에도 특징이 있다.

대문들은 공통적으로 기와지붕을 가지고 있다.

지붕 아래로 걸어 들어가면 화려한 문양이 터널처럼 이어진다.

북문은 특이하게 이중의 아치형 통로가 연결된 형태였고, 용

암문·백운봉암문 등 대부분의 암문들은 창고의 입구처럼 네모 반듯한 모습이다. 

 

마주치는 성문 하나 하나 사진을 찍으며 걸으면 마치 퀘스트를 깨듯, 게임을 하는 것처럼 즐겁다.

게임판 위 말을 한 칸 한 칸 옮겨가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우리 몇 개쯤 지났지?”, “대남문 지났으니까... 이제 일곱 개 남았어!”

세어가는 재미도 있다.

 

대동문, 용암문, 백운봉암문, 북문, 서암문. 속으로 읊어보며 순서를 외우는 재미도 있다. 

문이 나오면 갈림길이 있기 마련이다.

잠시 멈춰 길을 확인하고 산행을 이어나갔다.

문마다 이정표가 붙어 있어 길을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잘 가고 있어!”

 

북한산의 최고봉 백운대의 카리스마

용암문을 지나 백운봉암문을 향해 가는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백운대의 모습에 말문이 막혔다.

햇빛이 쨍하고 비쳤다.

어느 부분은 빛을 머금고 어느 부분은 뱉어내며 바위산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 같다.

얕게 쌓인 눈 사이 한없이 거친 바위의 모습이 강인하고 웅장하다.

그냥 가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그림이다. 가방에서 사과 하나를 꺼냈다.

동행은 양갱 하나를 꺼냈다.

소복이 쌓인 바위 위에 사과와 양갱을 올려두고 우리만의 작은 시산제를 올렸다.

14성문 종주를 무탈하게 마치게 해달라고, 올해도 건강하게 산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백운대는 무슨 소원이든 들어줄 것처럼 거대하고 든든하게 서 있었다.

 

산에서 뱉는 아름답다는 말

원효봉은 성문종주의 마지막 관문이자 문수봉과 더불어 가장 큰 조망 터다.

오르막길 초입부터 설치되어 있는 난간을 붙잡고 줄다리기하듯 잡아당기며 오르는데

봉우리 위에 올라 보게 될 풍경에 설레 심장이 뛴다.

가파른 오르막이 끝나고 원효봉 정상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성큼 성큼 내딛는 발에 바위가 착착 붙는 맛이 좋다.

가장 좋아 보이는 바위를 골라 뛰어 올랐다.

멀리 노적봉, 만경대, 백운대에 이어 염초봉까지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북한산이 이렇게 컸던가.

바위에 우뚝 서 한 바퀴 뱅글 도는데 감동적인 산세에 한동안 말을 잃었다.

오늘 하루 돌아온 길이 한눈에 담긴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차곡차곡 읊어나가면 뿌듯한 마음이 함께 쌓인다.

종주의 맛이다.

 

북한산과 맞닿아 있는 서울 강북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주말이 되면 산을 올랐다.

가을이면 단풍 구경하러, 겨울이면 눈사람을 만들러 북한산에 올랐다.

그동안 얼마나 작은 부분만을 봐왔던 것인지 이제야 깨닫는다.

동네 뒷산이라 불러온 이 산이 품은 어마어마한 모습에 한없이 겸손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공룡의 등을 넘어왔지만 저 멀리 호랑이의 맹수 같은 모습도 보인다.

반대편엔 한 마리 용의 신비로운 모습도 보인다. 

의상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인 문수봉 정상. 문수봉을 오르면 사실상 성문종주의 힘든 구간을 끝냈다고 볼 수 있다.

 

“아름답네요.” 

아름답다는 말을 뱉어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도시에 살다보면 아름답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어떤 것을 오래 쳐다볼 일이 없다.

실제로 아름다운 것을 마주치게 될 일도 많지 않다.

아마도 내 눈앞에 있는 무언가가 완벽하게 조화로워 기분이 좋아질 경우 나오는 말일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북한산의 모습이 바로 그랬다.

새파란 하늘 아래 뾰족하게 솟은 바위산, 그 위 초록의 침엽수들,

군데군데 보이는 거친 암부와 사이사이 쌓인 새하얀 눈이 그야말로 아름다웠다.

속으로 그 말을 되뇌며 마지막 성문인 서암문으로 향했다. ‘정말 아름다운 산이야.’

서암문을 지나며 14성문 종주가 마무리 되었다.

문을 통과한 뒤로는 편안히 내려앉은 꼬리같이 완만한 하산길이 이어졌다.

성문종주는 북한산을 제대로 즐기는 데 단연 최고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봤던 끝도 없는 산세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문이 나올 때마다 반갑게 뛰어가던 순간도 생생하다.

종주의 시작 마주친 국녕사 대불과 나한봉에서의 커피 한잔,

대남문에서 만든 눈사람, 백운대 앞에서의 시산제,

원효봉에서의 파노라마까지 14개의 문과 함께 추억으로 대롱대롱 매달아 들고 돌아온다.

 
문수봉을 내려오면 나오는 대남문.
문을 통과할 때면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 이 게임 한 판 더 하고 싶다. 

산행길잡이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한다.

임도를 따라 올라 대서문을 지나고 법용사 쪽으로 올라가서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조금 가면 중성문을 만날 수 있다.

왕복으로 돌아와 법용사 사이 계단 길로 올라가면 국녕사 대불이 나온다.

가사당암문을 지나 용출봉 쪽으로 가면 의상능선에 오를 수 있다.

용출·용혈·증취·나월·나한봉을 차례대로 지나고 의상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인 문수봉을 오른다.

대남문으로 내려와 백운대 방향으로 산성길을 따라 가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백운대 초입 백운봉암문에서 원효봉 쪽으로 하산하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원효봉을 오른다.

이후로는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로 돌아오는 길을 따라 하산하면 된다.

 

교통

들머리인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는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해 있다. 3

호선 구파발역에서 내려 양주 37번 버스 혹은 703번 버스를 타고

북한산성입구 정류장에서 하차해 10분 정도 걸으면 탐방지원센터에 닿을 수 있다.  

 

맛집

만석장 (0507-1400-2093)은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정통두부 요리, 쌈밥 전문점이다.

2인부터 주문 가능한 두부 한정식(1만8,000원)에는

두부, 보쌈, 훈제오리, 된장찌개, 계란찜과 함께 6가지 반찬이 나오며 신선한 쌈 채소가 10가지 이상 제공된다.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