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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준비하기 - 안전수칙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2. 24.

악돌이 박영래의 만화등산백과(월간 山)

 

등산 준비하기 - 안전 수칙

 

 

   21세기의 화두는 환경이라고 합니다. 수백년 동안 자연을 이용만 해오다가 재앙의 조짐이 보이자 인간들이 화들짝 놀란 거죠.


   등산도 자연을 이용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일단 인간의 손발이 닿으면 그 순간 자연은 망가지기 시작하니까요. 환경을 고려해서 등산도 이제 그만둬야할 때가 왔나 봐요.


   하지만 그만두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미지에의 모험, 순수한 열정, 숭고한 희생정신, 냉철한 판단력, 우러나오는 우정 등 등산의 고산적 가치들을 이제 어디서 찾죠?


   회색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이런 가치들을 찾으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환경을 고려해 산속 깊이 들어서지 말고 산 주변에서 쳐다보기만 하고 돌아서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다고 진정한 등산의 가치들이 이해될까요?


   다행스러운 것은 자연도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의 치유능력을 넘어서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쓰레기 되가져오기, 세제 쓰지 않기, 등산로 이탈하지 않기, 음식찌꺼기 땅에 묻기 등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켜내려는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우리의 책임입니다.


   이 만화교실을 진행하는 도중 곳곳에 환경에 대해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하는 점들을 다루겠습니다.


   이제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와 봅니다. 등산에 나서기 전에 무엇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할 일 없고 심심해서, 남이 가자니까 나서는 산행은 등산이 아닙니다. 산보에 불과한 거죠.


   우선 산을 오르려면 지식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길을 찾을 줄 알아야 하니까요. 나와 내 동료들의 즐거움을 위해 야영, 운행, 확보, 하강, 암빙벽등반, 구조 등에 대한 기술을 알아야 합니다.


   다음은 체력입니다. 등산은 땀을 요구합니다. 암벽등반은 더욱 종합적인 체력을 요구합니다(체력이 좋으면 자신의 수준을 빨리 높일 수 있습니다).


   체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정신력입니다. 체력이 어느 정도 달성되면 행위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것은 바로 정신력입니다. 지구력이라고 표현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자신감이 지나쳐 과신으로 이어지면 스스로 위험에 빠져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감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한 정신력입니다.


   판단력, 특히 등산에서의 판단력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측면이 매우 강합니다. 장비를 다루어 보고 기술을 구사해 보면서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죠.


   산에서는 항상 새로운 상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상황들을 경험에 의해 분류되고 기술로 발전되어 현재 우리가 배우고 있는 기술체계로 정리된 것입니다.


   하지만, 산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불확실성은 바로 등산의 묘미를 배가시키고, 도전정신을 일깨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극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초보자인 당신이 부단히 산에 올라 경험을 쌓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설악산을 한번 다녀오고 나서 설악산을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이 사람은 산의 속성을 모르기에 자신감에 차 있는 것입니다.


   설악산이나 지리산을 1년에 여러 번씩 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갈 때마다 신중합니다. 경험이 그를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험자들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안전수칙을 몇 가지 세웠습니다.


   첫째, 최소 세 사람이 동행하라. 한 사람이 다치면 한 사람은 다친 사람을 보호하고, 한 사람은 구조를 요청하러 가야할 최소 인원이니까요.


   둘째, 함께 간 사람들과 떨어지지 말라(팀을 쪼개지 마라). 누가 다쳤어도 다른 사람이 그가 다친 것을 알 수 없으므로 도와줄 수가 없겠죠.


   셋째, 리더(경험자)의 말에 따르거나 대다수의 의견에 따르라. 안 그랬다가는 지리멸렬되어 일부 또는 전부가 사고를 당하기 쉽습니다. 함께 힘을 합쳐 헤쳐 나오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입니다.


   넷째, 루트를 정하거나 돌아서야 할지 망설여질 경우 욕망이 판단을 앞서지 않도록 하라. 능력에 맞지 않는 루트나 앞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길로 들어서지 말라는 뜻입니다.


   다섯째, 필수 장비와 의류, 그리고 식량은 항상 배낭에 넣고 다녀라. 아무리 작은 산을 오르더라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므로 이것 것들을 항상 배낭에 넣어둬야 합니다.


   여섯째, 당신이 어는 산 어느 코스를 간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반드시 알려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산에서 실수로 사고를 당해 실종돼도 아무도 찾아줄 수 없어요.


   일곱째, 항상 즐겁게 산행하라. 나뭇가지가 성가시고, 땡볕에 가파른 오르막이 지속돼도 즐거운 마음으로 오르세요.


   여덟째, 여러 등산서적에 적힌 교훈을 따르라. 그 교훈들은 오랫동안 쌓인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기에 우리에게 급박한 상황이 닥쳤을 때 행동지침이 되어 줍니다. 안전을 보장해주는 것이죠.


   지금까지 설명한 안전수칙은 등산 전반에 걸친 것으로, 특히 초보자에게 필요한 사항입니다. 상급 등반기술로 들어가면 더욱 복잡한 안전수칙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험자들은 이런 안전수칙을 무시하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도래할 위험성을 이미 계산에 넣고 등산에 돌입한 것입니다. 즉 '계산된 위험'이라는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죠. 다음 호부터는 '계산된 위험'을 위해 마련해야할 장비들의 기능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산행수칙


   1. 출발 전에 기상예보를 체크 하십시오.

 

    연중 10월 한 달 정도가 강우일이 가장 적고, 구름량이 적어 일사량이 가장 많은, 가장 기상조건이 좋은 시기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평지에서의 이야기입니다. 평지에서의 10월은 산에서는 11월입니다. 기상상황은 전반적으로 10월의 상황을 따르지만, 기온만큼은 이미 평지의 11월 상황인 것이 산입니다.


    가을에는 온난한 북태평양 기단이 쫓기는 형국이어서 비란 내린 후에도 찬 대륙 기단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기온하강을 부추깁니다. 북서쪽에서 건조한 저기압의 영향을 받아 강수량이 적지만, 기온이 낮아지면 비는 진눈깨비로 변하고, 급기야 눈으로 퍼붓기도 합니다.


   일기예보상 비가 예상된다면 우장을 확실하게 챙겨야 합니다. 경험자들은 날씨에 상관없이 우장을 항상 배낭 속에 넣고 다닙니다.


   2. 일찍 출발하고 일찍 하산하십시오.


   추분이 지나면 낮은 짧아지고 밤은 길어집니다. 도시와 인접한 산에서 보면 점심 때 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옳지 않은 습관입니다. 특히 연휴를 이용한 장기산행의 경우 유명산의 대피소는 혼잡해서 이런 곳에 늦게 도착하면 대피소에 들어갈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국립공원 대피소 예약 잊지 마세요).


   그래서 장기산행의 경우 늦어도 오후 4시면 캠프사이트를 경정하고, 출발시간을 앞당기거나 하루 운행거리를 줄이는 것이 수칙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서 하산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코스를 잘못 파악해 길을 잃었다거나 일행 중 다친 사람이 있어 후송하느라고 늦어지는 경우가 있고...


   특히 단풍인파가 몰리는 10월의 설악산에서는 병목현상으로 늦어지는 경우가 연례행사입니다. 또 험난한 지형으로 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항상 다니던 길이라고 방심하고 노닥거리다가 하산시점을 놓쳐 밤을 맞아 허둥댈 수도 있습니다(가을에는 비 온 후 기온후 급강하하므로 비를 피해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말고 되도록 빨리 하산하세요).


   히말라야나 알프스 등 외국산에서 외국팀은 새벽 2시에 일어나 30분이면 아침식사를 마치고 등반을 시작, 낙석이나 눈사태의 위험이 적은 새벽이나 오전 중에 등반을 마치기 위해 새벽 3시면 등반을 시작합니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 우리나라 팀은 새벽 5시경 기상, 국과 밥을 끓여먹고 설거지까지 마친 7시 넘어 출발, 결국 늦은 출발로 한낮에 등반을 하여 낙석과 눈사태의 위험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산행을 일찍 시작하고 코스를 짧게 잡으면 산행도중 비를 만나더라도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있고, 단풍구경도 느긋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3. 약자를 앞에 세우십시오.


   초보자나 약자는 여러 명이 보조를 맞춰야 하는 산에서의 합리적 팀 보행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산을 오르거나 내려올 때 경험 많은 리더가 가장 앞에 서고, 그 다음 선두에 약자를 세우며, 후미에 건장한 대원을 세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오르는 시간과 하산시간을 잘 배려해서 초심자(약자)를 기준으로 천천히 걷는 것입니다.


   4. 허기를 느끼기 전에 음식을 먹어 둡시다.


   간식이나 비상식량은 열량이 높고 부피가 작으며, 당분이 다소 포함되어 섭취 후 빨리 열량을 낼 수 있으며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예, 건포도, 초콜릿, 육포 등).


   비상사태는 동료가 모두 모인 상태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비상식량은 한 끼 정도 각자가 지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체온을 빨리 올리는 뜨거운 물이나 차를 보온병에 담아가세요).


   등산시에는 약 3,000칼로리는 필요합니다. 당일 산행인 경우 너무 계산된 식량보다는, 어떤 때라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는 평소에 좋아하는 식품이면 됩니다.


   5. 리더의 말에 복종하십시오.


   산에서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사람을 리더로 선정하고 대원들은 리더의 지시에 잘 따라줘야 합니다. 산행 전 리더는 대원들의 역량을 체크하고 장비와 식량 준비, 주의점 등에 만전에 기해야 합니다.


   6. 팀을 여럿으로 쪼개지 마십시오.


   워킹등산에서는 서로가 자일을 묶어야 하는 암벽이나 빙벽등반과는 상황이 다릅니다(대원간 능력에 차이가 있는 것도 문제지만 팀을 쪼개면 더욱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 있습니다). 대원이 5~6명인 경우 보조자일이나 헤드램프, 지도와 나침반이 하나씩 밖에 없는 경우라면 팀을 쪼개지 말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7. 산 쓰레기를 되가져 옵시다.


   자기의 쓰레기만 철저히 거두어 하산하기만 해도 우리의 산이 이렇게 지저분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식사 후의 음식찌꺼기와 포장류는 반드시 비닐주머니에 담아 배낭 속에 넣고 돌아오십시오). 우리의 식생활 문화로 인해 아직도 산에서 푸짐하게 음식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산행을 '식행'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간단한 '도시락산행'을 권하고 싶습니다.


   8. 합리적 판단에 앞선 과욕은 금물입니다.


   가을철은 겨울의 문턱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겨울이라고 생각하고 나섰다가 쾌청한 가을을 만난다면 그 이상 좋을 수 없겠지요(그러나 가을이라고 생각하고 나섰다가 겨울을 만난다면 그 이상 곤혹스런 일도 없습니다). 정상을 오른 다음 늦은 시간에 하산지점인 지능선 갈림길이나 안부에서 욕심을 내어 능선을 길게 타고 나가다가 깜깜한 밤에 엉뚱한 곳으로 내려오거나 위험한 바위지점이나 암릉에서 자일도 없이 객기를 부리다가 떨어져 골절상을 당하는 일도 과욕일 수 있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정상주' 라고 해서 술을 마시는 과욕 뒤에 그 날 하루는 무사히 하산을 했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화를 입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