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돌이 박영래의 만화등산백과(월간 山)
등산 준비하기- 배낭
등산에는 대개 두 개의 배낭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당일산행용 소형 배낭이고, 또 하나는 산중 1박 이상의 장기 산행용 대형 배낭이죠.
소형이든 대형이든 배낭은 등에 착 달라붙어야 하고, 엉덩이와 다리를 잇는 중심선에 무게가 실려야
합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배낭의 외양을 지탱해주는 동시에 무게가 엉덩이에 걸리도록 유지해주는 프레임(frame)이
배낭 내부에 있는 것(internal frame pack, 프레임 내장형)과 외부로 드러난 것(external frame pack, 프레임
외장형)이 있습니다.
주류를 이루는 것은 프레임 내장형입니다. 소프트 팩(soft pack)이라고도 하는데, 등에 착 달라붙어
몸을 심하게 움직여도 배낭이 놀지 않아 균형이 잘 깨지지 않죠.
프레임이 외부로 노출된 것은 몸을 심하게 움직이면 배낭의 무게가 갑자기 몸의 중심선에서 벗어나 균형을 깰
우려가 높습니다. 20kg 정도의 짐이 몸의 중심선에서 벗어나면 다시 균형을 잡기 힘듭니다. 소형 배낭은 대개 플라스틱 등판이 프레임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대형배낭은 플라스틱 등판과 등판쪽 측면에 S자로 완만하게 굴곡진 철심이 들어가 배낭의 외형이 왜곡되지 않게 잡아줍니다.
프레임 내장형은 부피 조절이 쉽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조임끈(compression strap)이 측면과
윗부분에 달려 있어 배낭에 짐을 적게 넣고도 짐이 흔들리지 않게 꽉 조여줄 수 있습니다.
최근의 제품 성향은 외부에 조임끈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소품 수납용 주머니가 외부에 여러 개 달려 있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만, 전문등반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암벽등반 도중 배낭을 벗어 자일에 매달아 끌어올리거나, 도보산행 중이라도
등산로에서 벗어나 빽빽한 숲을 뚫어야할 경우가 발생하는데, 배낭 외부가 매끄럽지 않으면 울퉁불퉁한 바위면이나 나뭇가지에 걸려 매우
곤혹스럽습니다.
그래서 전문등반용은 소형이건 대형이건 최소한의 당김끈과 배낭 안에 넣을 수 없는 피켈이나 아이젠 등을 다는
부착끈(또는 그물망)만 외부에 부착합니다.
프레임 외장형의 이점은 무게가 어깨와 등에만 걸리지 않고 상체 전반에 걸쳐 무게 분산이 좋아짐을 많이 운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등산로가 잘 닦인 비교적 평탄한 지역에서 여러 날 이동할 때 매우 유리합니다.
전문 산악인들도 목표한 등반 대상 벽 밑까지는 프레임 외장형으로 많은 짐을 나른 다음, 본격적으로 등에
들어가서는 프레임 내장형 소형 배낭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배낭을 구입할 때 소형 배낭은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아 등판이 등에 편안하게 맞는 것으로 구입하면 별 불편이
없지만, 대형 배낭의 경우 가장 먼저 염두에 둬야할 점은 자신의 등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입니다. 멜빵(shoulder strap)과
멜빵당김끈의 길이 조절, 멜빵뭉치(배낭 등판에서 두 멜빵이 갈라지는 지점의 높낮이 조절. 이 조절 장치가 없는 것도 있음)로 어느 정도 맞출
수는 있지만, 이러한 등판시스템 조절로도 자신의 등(엉덩이뼈 윗부분에서 어깨까지)에 맞지 않는다면 아무리 명성 높고 뛰어난 기능성의 배낭이라도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것이니 과감히 뿌리치십시오.
우선 돈을 지불하기 전에 배낭의 모든 조임끈을 풀어짐을 채우고 매 보세요. 매 보기 전에는 배낭 등판이
자신의 등 곡선에 잘 맞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배낭 등판이 등에 잘 맞지 않는다면 내장 프레임을 꺾어(조절해) 잘 맞게 할 수 있는지도
살피세요. 좌우지간 배낭이 몸에 잘 맞아야 편안한 산행을 할 수 있고, 운행시 호흡에 지장을 주지 않으며 척추, 어깨, 등근육의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배낭 본체와 멜빵 사이에 연결된 당김끈의 위치는 어깨보다 4~5cm 낮아야 하고, 배낭과 등 사이에는 틈이
거의 생기지 않아야 합니다.
등판이 마음에 들었다면 이제 배낭을 맨 채로 머리를 치켜들어 보세요. 내장 프레임이나 헤드포켓이 방해가
되지는 않나요? 헬멧을 쓰고도 방해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몸에 닿는 부분의 패딩이 괜찮은 것인지 살펴보세요. 특히 멜빵과 힙 벨트(hip belt)의
패딩은 두께와 재질이 적절해야 합니다. 힙 벨트의 패딩은 허리가 아니라 골반뼈 윗부분에 걸쳐져야 무게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당일 산행용이나 가벼운 1박 산행에는 40리터 전후의 배낭을, 장기산행이나 동계용으로는 60리터 이상으로
구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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