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돌이 박영래의 만화등산백과(월간 山)
등산 준비하기 - 필수소품 (1)
등산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채비인 등산화, 의류, 배낭에 대해 그동안 살펴보았습니다만, 1시간 거리 동네 뒷산이라면 몰라도, 이것만 가지고 등산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매우 큰 오산입니다.
'계산된 위험' 이란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그 위험에서 탈출할 수 있을 정도의 위험을 말합니다.
동네 뒷산에서는 급성 질환으로 쓰러지지 않는 한 기어서라도 동네로 내려올 수 있습니다만, 적막강산에서 길을 잃거나 다치면 스스로 악조건을 해결해
나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등산화, 의류, 배낭은 필수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합니다. 준비해간 캔음식이 있으면 뭐
합니까? 따먹을 수 없는데요. 미끄러져 허벅지나 무릎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 이를 막아줄 붕대 하나 없다면 그는 과다출혈로 얼마 못 가
쇼크상태에 빠질 겁니다.
건망증이 아니더라도 등산에는 워낙 필요한 소품들이 많아서 다른 것들 챙기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빠뜨리고
나서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바로 이런 불상사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 경험자들은 작지만 필수적인 장비들을 아예 한 묶음으로, 또는 두어 묶음으로
챙겨 항상 배낭 속에 넣고 다닙니다.
이것들은 매 산행 때마다 쓰여지지는 않지만, 언젠가 발생할 위급상황에서 매우 크게 위력을 발휘해줍니다.
심지어 그 작은 것들이 당신의 생명을 구해줄 수 있을 정도죠.
문제는 그런 것들을 모두 지니고 다니면 그만큼 무게가 늘어 운행속도가 떨어져 오히려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고를 당할 확률도 커진다는 것입니다.
해외 고산등반이나 트레킹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이 악돌이도 무스탕 트레킹 때 여벌 장갑이나 양말
하나 더 챙기느냐 마느냐로 밤새 고민하다가 잠을 설쳤습니다. 결국 발에 가벼운 동상을 입었습니다.
짐 때문에 속도가 늦어 실패했다면 다음에 시도하는 것이 더 안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만, 산에 가고 싶을 때
언제나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항상 가지고 다녀할 소품 중 첫 번째가 지도와 나침반입니다. 자기 위치를 알고 나아갈 방향을 잡아야
하니까요. 플래시나 헤드램프 중 하나는 반드시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물론 예비전구와 건전지도 빠뜨릴 수 없지요. 비상식도 있습니다. 용어는
거창하지만 초콜릿이나 사탕, 연양갱 같은 잊어버리고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 것을 항상 배낭 속에 넣어 두세요.
티셔츠와 남방셔츠를 든든한 것으로 한 장 반드시 준비하세요. 여벌옷의 개념에는 장갑과 양말도 포함됩니다.
선글라스도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겨울산이나 해외 고산에 나서려는 사람은 설맹에 걸리지 않으려면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응급세트도 마련해야 합니다만, 이것이 있다고 모든 상해를 치료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등산용 칼도
반드시 준비해야죠. 요즘은 이것 없으면 산악인 취급 못 받아요. 성냥이나 라이터도 반드시 준비하되, 방수비닐로 싸서 항상 보관해 두시고,
잃어버려도 좋을 것을 평소에 사용하세요.
불쏘시개도 준비하셔야 해요. 이게 무슨 소린가 하실 거예요. 우리 국립공원이나 대도시 근교 산에서는 오히려
라이터마저 입구에서 빼앗는데 불쏘시개까지라니.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비 오면 바람마저 분다고 했지요. 비 오면 피해야지요. 비는 피했지만
가만있으면 추위가 몰려오겠지요. 연료는 다 됐지요. 아니 저 분은 버너를 아예 가지고 오지 않았네요. 어쨌든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요. 무슨
수를 내서 불을 피워야겠는데, 나무는 젖어 타지 않죠. 이 적막강산에서 어디 가서 불쏘시개를 구하냐구요? 양초 한 자루면 바로 해결돼요.
고체연료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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