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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山과길의 글·시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8. 25.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 이근배

어느 날 문득
서울 사람들의 저자거리에서
헤매고 있는 나를 보았을 때
산이 내 곁에 없는 것을 알았다.
낮도깨비같이 덜그럭거리며
쓰레기더미를 뒤적이며
사랑 따위를 팔고 있는 동안
산이 떠나버린 것을 몰랐다.
내가 술을 마시면
같이 비틀거리고
내가 누우면 따라서 눕던
늘 내가 되어 주던
산을 나는 잃어버렸다.
내가 들르는 술집 어디
만나던 여자의 살냄새 어디
두리번거리고 찾아도
산은 보이지 않았다.
아주 산이 가버린 것을 알았을 때
나는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내가 산이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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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