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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山과길의 글·시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8. 19.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켤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질긴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산허리에 깔리는 장미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 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맑게,

내가 싫다고는 말 못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 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구름 떠도는 바람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 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
담배 한개비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떠돌이의 신세로...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곳,
들새가 가는 길,

포범이 가는 길을 나도 가야겠다.

 



껄껄대는 산사나이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 벼랑길이 다 하고 난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내게 있으면 그만이다.

 


 

바람이 인다.
새해 아침 먼동이 트면서
저기 장미빛 노을이 손짓한다.
배낭을 챙기자.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 겠다.

 

 

- 김장호의 에세이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에서

 

 

위 사진은 2004년 7월 23일 지리산 세석에서 일출을 찍은 것임.

 

 

 

※ 이 시는 존 메이스필드의 시 '바다에의 열병 sea fever' 을

'산'으로 내용을 바꾸어서 쓴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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