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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동과 깨달음☞/☆ 깨우치는 한마디623

[정민의 世說新語] [587] 오미사악(五美四惡) [정민의 世說新語] [587] 오미사악(五美四惡)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논어' 요왈(堯曰) 편에서 자장(子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오미(五美)를 높이고 사악(四惡)을 물리치라고 대답한다. 오미, 즉 다섯 가지 아름다움은 이렇다. 첫째는 혜이불비(惠而不費)다. 은혜를 베풀되 선심 쓰듯 낭비하지 않는다. 백성이 이롭게 여기는 일로 실제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 둘째는 노이불원(勞而不怨)이니, 힘들어도 원망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 애쓸 가치가 있는 일을 가려서 하게 하면 백성이 원망이 없다. 셋째는 욕이불탐(欲而不貪)이다. 욕심을 내더라도 탐욕스러워서는 안 된다. 의욕과 탐욕은 쉽게 뒤섞인다. 넷째는 태이불교(泰而不驕)다.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아야 한다. 큰일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원.. 2020. 9. 3.
[정민의 世說新語] [586] 요요적적 (寥寥寂寂) [정민의 世說新語] [586] 요요적적 (寥寥寂寂)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손 가는 대로 뽑아 든 책이 이태준의 '무서록'이다. 펼치던 손길이 '고독'에 가서 멎는다. 늦은 밤 곁에서 곤히 자는 아내와 아기를 바라보다가 그는 문득 외로웠던가 보다. 이렇게 썼다. "인생의 외로움은 아내가 없는 데, 아기가 없는 데 그치는 것일까. 아내와 아기가 옆에 있되 멀리 친구를 생각하는 것도 인생의 외로움이요, 오래 그리던 친구를 만났으되 그 친구가 도리어 귀찮음도 인생의 외로움일 것이다." 그러고는 "산집 고요한 밤에 말없이 앉았노니, 쓸쓸하고 고요하여 자연과 하나 되다 (山堂靜夜坐無言, 寥寥寂寂本自然)"란 한시를 인용하고 "얼마나 쓸쓸한가! 무섭긴들 한가! 무섭더라도 우리는 결국 이 요요적적에 돌아가야 할 것.. 2020. 8. 27.
[정민의 世說新語] [585] 어심양안 (御心養安) [정민의 世說新語] [585] 어심양안 (御心養安)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작은 일을 못 참고 화를 내다가, 그만한 일로 화를 낸 것에 또 화가 난다. 치미는 화가 나를 흔들면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이럴 때면 '칠극(七克)'의 '식분(熄忿)'을 편다. "분노란 무엇인가? 원수를 갚으려는 바람이다. 나쁜 말과 욕설, 다툼과 싸움, 살상과 지나친 형벌 같은 여러 가지 일은 모두 분노의 종류다 (怒者何, 復讐之願也. 惡言詈語, 爭鬪戰伐, 傷殺過刑諸情, 皆怒之流也)." 분노가 빚어내는 행동이 이렇다. "인내라는 주인이 한번 떠나가면, 마음은 성을 내고 눈은 부라리며, 혀는 마구 떠들고 얼굴은 사나워진다. 손은 흥분하고 몸은 벌벌 떨려, 온갖 일이 한꺼번에 어지러워진다 (忍主一去, 心怒目瞋, 舌譯面厲, 手奮身.. 2020. 8. 20.
[정민의 世說新語] [584] 장엄행관 (張嚴行寬) [정민의 世說新語] [584] 장엄행관 (張嚴行寬)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명나라 하탄(何坦)이 지은 '서주노인상언(西疇老人常言)'에서 관직을 맡은 사람들이 유념해야 할 말을 담은 '이관(莉官)'에 나오는 말이다. "정사(政事)를 행함에 있어 너그러움과 엄함 중 어느 것이 중요한가? 엄격함을 편다는 소문[張嚴之聲]과 너그럽게 행하는 실상[行寬之實]이 다 필요하다. 정사에 기준이 있고 명령에 믿음이 있어, 사람들이 풍문만 듣고도 엄숙히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 소문이다. 법 집행은 가벼움을 따르고, 세금을 거두는 것은 약한 쪽을 따라서, 사람들이 안정되고 스스로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실상이다. 하지만 만약 처음에 완이계모(玩易啓侮), 즉 편히 노닥거리면서 업신여김을 받게 행동하면, 끝에 가서는 형벌을 .. 2020. 8. 13.
[정민의 世說新語] [583] 지도인기(知道認己) [정민의 世說新語] [583] 지도인기(知道認己)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예수회 선교사 삼비아시(Francesco Sambiasi·畢方濟·1582~1649)가 스콜라 철학의 영혼론을 설명한 '영언여작(靈言蠡勺)' 서문에서 말했다. "아니마(亞尼瑪) 즉 영혼 또는 영성(靈性)에 대한 학문은 필로소피아(費祿蘇非亞) 즉 철학 중 가장 유익하고 가장 높은 것이다. 고대의 대학에서는 그 건물에 방(榜)을 달아 '너 자신을 알라(認己)'라고 써 놓았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세상 사람의 백 천 만 가지 학문의 뿌리요 종주이니, 사람이면 누구나 마땅히 먼저 힘써야 할 바다." "너 자신을 알라"는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현관 기둥에 새겨져 있던 글이다. 이 말을 두고 소크라테스는 신에 비해 하찮기 짝이 없는 .. 2020. 8. 6.
[정민의 世說新語] [582] 불려표조 (怫戾僄窕) [정민의 世說新語] [582] 불려표조 (怫戾僄窕)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다산의 두 아들 초명(初名)은 농사일을 배우라는 뜻의 학가(學稼)와 학포(學圃)다. 당시 벼슬길에서 겪은 다산의 환멸이 느껴진다. 1801년 다산이 강진으로 귀양을 떠났을 때, 큰아들이 18세, 둘째는 15세의 예민한 나이였다. 한순간에 폐족이 되자 두 아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신을 추스르지 못했다. 강진에서 다산은 두 아들 걱정을 달고 살았다. 큰아들은 불끈하며 제 성질을 못 이기는 '불려(怫戾)'한 성품이 문제였고, 둘째는 표조(僄窕) 즉 진중하지 못하고 경박한 것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두 아들에게 각각 '화기재잠(和己齋箴)'과 '경기재잠(敬己齋箴)'을 지어주었다. '화기재잠'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학가는 성질이 .. 2020. 7. 30.
[정민의 世說新語] [581] 식기심한 (息機心閑) [정민의 世說新語] [581] 식기심한 (息機心閑)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홍대용(洪大容·1731~1783)이 절강 선비 엄성(嚴誠)에게 부친 시다. "편히 앉아 가늠할 일 내려놓으니, 유유히 마음 절로 한가롭구나. 뜬구름 멋대로 말렸다 펴고, 나는 새 갔다간 돌아온다네. 육신과 정신 모두 적막하거니, 만상은 있고 없는 사이에 있네. 힘줄과 뼈 저마다 편안할진대, 맑은 기운 얼굴에 떠오르리라. 진실로 이 경지를 간직한다면, 지극한 도 더위잡아 오를 수 있네 (宴坐息機事, 悠然心自閑. 浮雲任舒卷, 飛鳥亦往還. 形神雙寂寞, 萬象有無間. 筋骸各安宅, 淑氣登容顔. 苟能存此境, 至道可躋攀)." 식기(息機), 즉 득실을 따지는 기심(機心)은 내려놓겠다. 구름은 멋대로 떠다닌다. 새는 허공을 편히 오간다. 욕심을.. 2020. 7. 23.
[정민의 世說新語] [580] 고류선성 (高柳蟬聲) [정민의 世說新語] [580] 고류선성 (高柳蟬聲)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뉘엿한 저녁 연구실을 나서다가 올해 첫 매미 소리를 들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차 시동을 끄고 창문을 내렸다. 내다보니 하늘이 문득 높고, 매미 소리는 이제 막 목청을 틔우느라 나직하다. 테니스장을 지날 때 다시 한번 창을 내렸지만 거기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색(李穡·1328~1396)은 '매미 소리(蟬聲)'에서 "매미 소리 귀에 들자 내 마음이 움직인다(蟬聲入耳動吾情)"고 썼다. 윤기(尹愭·1741~1826)는 '매미 소리를 듣다가(聽蟬)'에서 "빈 산에 해묵은 나무가 많아, 여기저기 매미 울음 그윽도 하다. 그대여 시끄럽다 싫어 말게나, 시끄러운 가운데 고요함 있네 (空山老樹多, 處處蟬聲邃. 請君莫嫌喧, 喧中有.. 2020. 7. 16.
[정민의 世說新語] [579] 약란토비 (若蘭吐菲) [정민의 世說新語] [579] 약란토비 (若蘭吐菲)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홍유한(洪儒漢·1726~1785)은 성호 이익의 제자다. 그는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수덕자(修德者)라고 한다. 스승 성호를 통해 서학서를 처음 접한 뒤 혼자 공부해 신앙의 길을 걸었다. 권철신, 홍낙민, 이존창 등 초기 교회의 핵심적 위치에 있던 인물이 모두 그의 영향을 받았다. 8대 종손 홍기홍 선생 댁에 보관된 '가장제현유고(家藏諸賢遺藁)'와 '가장간첩(家藏簡牒)'에는 성호가 홍유한에게 보낸 편지가 57통이나 남아 있다. '성호집'에는 이 중 단 한 통만 수록되었다. 성호가 홍유한을 떠나보내며 써준 시는 이렇다. 제목이 '홍사량과 작별하며(別洪士良)'이다. "물나라 새로 갠 날씨를 만나, 산 햇빛 사립문에 비쳐들었지. 이별 .. 2020. 7. 9.
[정민의 世說新語] [578] 박견집몌 (拍肩執袂) [정민의 世說新語] [578] 박견집몌 (拍肩執袂)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송나라 때 정이천(程伊川)이 말했다. "요즘은 천박해져서 서로 즐기며 함부로 대하는 것을 뜻이 맞는다고 하고, 둥글둥글 모나지 않는 것을 좋아하여 아끼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같은 것이 어찌 능히 오래가겠는가? (近世淺薄, 以相歡狎, 爲相與, 以無圭角, 爲相歡愛. 如此者, 安能久?)" 속류들의 우정을 말했다. 허물없이 함부로 대하고, 싫은 소리 안 하면 금세 지기라도 만난 듯이 속없이 군다. 그러다 사소한 일로 틀어져서 다시 안 볼 듯이 원수가 된다. 장횡거(張橫渠)의 말은 또 이렇다. "오늘날의 벗은 나긋나긋하게 잘하는 사람만 가려서 서로 어울리고, 어깨를 치며 옷소매를 잡는 것을 의기가 투합한다고 여긴다. 그러다가 한마디만.. 2020. 7. 2.
[정민의 世說新語] [577] 부작무익 (不作無益) [정민의 世說新語] [577] 부작무익 (不作無益)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꼭 해야 할 일은 버려두고, 굳이 안 해도 좋을 일이나 해서는 안 될 일만 찾아서 한다. 잠깐 통쾌함으로 백일의 근심과 맞바꾼다. 윤기(尹愭·1741~1826)가 '정고(庭誥)'에서 말했다. "'서경'에서는 '무익한 일을 하여 유익함을 해치지 말라(不作無益害有益)'고 했다. 대개 무익한 일을 하면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그 폐단이 반드시 해로운 데 이르는 까닭에 성현께서 경계로 삼으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을 살펴보니 유익함과 무익함의 구분이 너무도 분명해서, 말 한마디 동작 하나도 자기에게 유익하면 하고, 무익하면 하지 않는다. 남이 어떤 사람을 위해 충성하는 것을 보면 쓸데없는 짓이라고 나무라고, 제 몸을 위한 꾀에 재빠르.. 2020. 6. 25.
[정민의 世說新語] [576] 백려일소 (百慮一掃) [정민의 世說新語] [576] 백려일소 (百慮一掃)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사람 간 접촉이 줄며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서 가난한 서생의 적막한 시간 사이를 엿보며 놀았다. "망상(妄想)이 내달릴 때 구름 없는 하늘빛을 올려다보면 온갖 생각이 단번에 사라진다. 그것이 바른 기운이기 때문이다. 또 정신이 좋을 때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바위 하나, 물 하나, 새 한 마리, 물고기 한 마리를 가만히 살피노라면 가슴속에서 연기가 피어나고 구름이 뭉게뭉게 일어나 흔연히 자득함이 있는 것만 같다. 다시금 자득한 것이 뭘까 하고 따져보면 도리어 아득해진다 (妄想走作時, 仰看無雲之天色, 百慮一掃, 以其正氣故也. 且精神好時, 一花一草一石一水一禽一魚靜觀, 則胷中烟勃雲蓊.. 2020. 6. 18.
[정민의 世說新語] [575] 정식정팽 (鼎食鼎烹) [정민의 世說新語] [575] 정식정팽 (鼎食鼎烹)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이덕무에게 제자 자목(子牧)이 투덜댄다. "선생님! 벗이란 한 방에 살지 않는 아내요, 피를 나누지 않은 형제와 같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고상한 사대부와는 가까이하지 않고, 똥 푸는 엄행수와 벗이 되려 하시니, 제가 너무 창피합니다. 문하를 떠나겠습니다." 이덕무가 달랜다. "장사꾼은 이익으로 사귀고, 대면해서는 아첨으로 사귄다. 그래서 아무리 가까워도 세 번씩 거듭 청하면 멀어지지 않을 도리가 없고, 묵은 원한이 있더라도 세 번을 주면 친해지지 않음이 없다. 하지만 이익을 가지고는 사귐을 잇기가 어렵고, 아첨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큰 사귐은 굳이 얼굴을 맞댈 것이 없고, 훌륭한 벗은 착 붙지 않는 법이지. 마음으로 사귀고.. 2020. 6. 11.
[정민의 世說新語] [574] 찰풍오술 (察風五術) [정민의 世說新語] [574] 찰풍오술 (察風五術)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당나라 덕종이 즉위하자 지방 관리를 안찰하는 출척사(黜陟使)로 유하(庾何) 등 11인을 내보내 지역별로 살피게 했다. 육지(陸贄)가 이들을 위해 찰풍오술(察風五術), 즉 풍속을 살피는 다섯 가지 방법에 대해 말한 것이 있다. "노래를 듣고서 그들의 슬픔과 즐거움을 살피고, 장사치를 불러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본다. 문서를 살펴 그들이 소송하여 다투는 내용을 검토하고, 수레와 복장을 보아 검소하고 사치한 것을 가늠한다. 작업을 줄여서 취하고 버리는 것을 따져 본다. (聽謠誦, 審其哀樂. 納市賈, 觀其好惡. 訊簿書, 考其爭訟. 覽車服, 等其儉奢. 省作業, 察其趣舍.)" 그 지역 사람들의 정서가 궁금하면 그들이 즐겨 부르는 유행가.. 2020. 6. 4.
[정민의 世說新語] [573] 우수운산 (雨收雲散)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송나라 육유(陸游)가 성도(成都)의 늦봄에 명승 마하지(摩訶池)를 찾았다. 따스한 볕에 꽃들이 활짝 피었다. 풍악이 울리고, 귀족들의 행차로 경내가 떠들썩했다. 육유는 '수룡음(水龍吟)'에서 이런 경물과 풍광을 묘사한 뒤 "슬프다 좋은 시절 문득 바뀌면, 남몰래 넋은 녹아, 비 걷히고 구름은 흩어지겠지 (惆悵年華暗換, 黯銷魂, 雨收雲散)"라고 썼다. 청춘의 꿈은 가뭇없고, 이 풍광도 곧 자취 없이 스러질 것이다. 이 시 이후로 '우수운산(雨收雲山)'은 분명히 존재하던 어떤 것이 자취도 없이 사라진 상황을 뜻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원나라 무명씨의 '벽도화(碧桃花)'에도 이런 시가 나온다. "우렛소리 크게 울려 산천을 진동하니, 이때 누가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비가 개.. 2020. 5. 28.
[정민의 世說新語] [572] 부초화형 (腐草化螢)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연암 박지원이 박제가를 위해 써준 '초정집서(楚亭集序)'에서 말했다. "천지가 비록 오래되었어도 끊임없이 생명을 내고, 해와 달이 해묵어도 광휘는 날마다 새롭다. 책에 실린 것이 아무리 넓어도 가리키는 뜻은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날고 잠기고 달리고 뛰는 것 중에는 혹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 있고, 산천초목에는 반드시 비밀스럽고 영험한 것이 있게 마련이다. 썩은 흙이 영지를 길러내고, 썩은 풀은 반딧불이로 변한다 (天地雖久, 不斷生生, 日月雖久, 光輝日新. 載籍雖博, 旨意各殊. 故飛潛走躍, 或未著名. 山川草木, 必有秘靈. 朽壤蒸芝, 腐草化螢.)" 썩은 풀이 반딧불이로 변한다는 부초화형(腐草化螢)은 '예기(禮記)' 월령(月令) 편에 나온다. "계하(季夏)의 달에는 썩은 풀이 .. 2020. 5. 21.
[정민의 世說新語] [571] 주심제복 (注心臍腹) 주심제복 (注心臍腹) [정민의 世說新語] [571] 주심제복 (注心臍腹) 홍대용(洪大容)이 연행 길에서 만난 중국 선비 조욱종(趙煜宗)에게 공부하는 법을 친절히 일러준 '매헌에게 주는 글(與梅軒書)'에도 이에 대한 걱정을 담았다. "뜬생각을 하루아침에 말끔하게 없앨 수는 없다. 다만 잊지 않으면서, 여기에 더해 맑게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평온치 않은 심기가 나를 옥죄어 떠나지 않거든, 바로 묵묵히 앉아서 눈을 감고, 마음을 배꼽에 집중시켜라. 그러면 정신이 집으로 돌아오고, 뜬 기운이 물러나 고분고분해진다 (凡浮念不可一朝凈盡. 惟貴勿忘, 隨加澄治. 或値心氣不平, 纏縛不去, 卽默坐闔眼, 注心臍腹. 神明歸舍, 浮氣退聽)." 글 속에 나오는 주심제복(注心臍腹), 즉 마음을 배꼽에 집중시키라는 말이 귀.. 2020. 5. 14.
[정민의 世說新語] [570] 정념실덕 (正念實德) 정념실덕 (正念實德) [정민의 世說新語] [570] 정념실덕 (正念實德)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생각만 많고 내가 버겁다. 이수광(李睟光)의 잡저 중에 '경어잡편(警語雜編)'을 읽어 마음을 가다듬는다. 후지(後識)에 이렇게 썼다. "내가 시골집에서 한가롭게 지내면서 인사(人事)를 폐(廢)해 끊고, 정좌존심(靜坐存心)의 법을 시험 삼아 행하였다. 한두 달 뒤부터는 글을 보면 그전에 뜻이 통하지 않던 곳도 자못 의미가 통해 막히는 것이 적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는 짧은 성찰 수십 조목을 모아 두었다. "눈은 마음의 깃발이다. 보는 곳이 높으면 마음도 따라서 올라가고, 보는 것이 낮으면 마음도 덩달아 내려온다. 그래서 '목용단(目容端)', 즉 눈을 단정히 두라고 하니, 대개 보는 것이 단정하면 마음.. 2020. 5. 7.
[정민의 世說新語] [569] 주영렴수 (晝永簾垂) 주영렴수 (晝永簾垂) [정민의 世說新語] [569] 주영렴수 (晝永簾垂) 연암 박지원은 개성 시절, 그곳 선비 양인수(梁仁叟)의 거처에 주영렴수재(晝永簾垂齋)란 당호를 붙여주고 '주영렴수재기'를 지었다. 주영렴수(晝永簾垂)는 송나라 소옹(邵雍)의 '늦봄에 읊다(暮春吟)'에 "봄 깊어 낮은 긴데 주렴을 드리운 곳, 뜨락엔 바람 없이 꽃이 홀로 날린다 (春深晝永簾垂地, 庭院無風花自飛)"고 한 데서 따왔다. 그의 네 칸짜리 초당은 중국식 둥근 창에 격자무늬 교창(交窓)까지 둔 예쁜 집이다. 남쪽에서 실어온 대나무 사립에, 설리목(雪梨木)이 10여 그루, 살구나무와 복숭아나무가 있다. 뜨락엔 흰 돌을 깔았다. 끌어온 냇물이 섬돌 밑을 지나 네모진 연못이 된다. 이것이 이 집의 외양이다. 방 안에는 오궤(烏几)와.. 2020. 4. 30.
[정민의 世說新語] [568] 익공익미 (益公益美) 익공익미 (益公益美) [정민의 世說新語] [568] 익공익미 (益公益美) '칠극(七克)'의 제2장은 평투(平妬)다. 시샘하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공부에 대해 말했다. 첫 문장이 이렇다. "질투란 무엇인가? 남의 복을 근심하고, 남의 재앙을 즐거워하는 심보다 (妬者何? 人福之憂, 人禍之樂, 是也)." "질투하는 사람은 남이 위에 있으면 위에 있음을 시샘하고, 남이 자기와 같으면 같은 것을 시샘한다. 남이 자기만 못하더라도 또 혹 자기와 같아질까 봐 시샘한다. 모든 사람을 원수로 대하므로 홀로 지내며 벗이 없다. 위와 싸워 하늘을 사랑하지 않고, 밖과 다퉈 남을 포용하지 않으며, 안으로 싸워 자신을 들들 볶는다. 비록 세간에서 좋다고 선망하여 다투는 것을 다 갖는다 해도 또한 천하에 복 없는 사람이 될 뿐이다.. 2020. 4. 23.
[정민의 世說新語] [566] 천리여면 (千里如面) 천리여면 (千里如面)[정민의 世說新語] [566] 천리여면 (千里如面)보소당인존(寶蘇堂印存)을 살펴보는데 '천리여면(千里如面)'이라 새긴 인장이 눈길을 끈다. 용례를 찾아보니 송순(宋純)이 "천리에도 대면하여 얘기 나눈 듯, 한마디 말로 마음이 서로 맞았네(千里如面談, 一言而心契)"라 했고, 이익(李瀷)은 "천리에 대면한 듯, 종이 한 장에 정을 다했다(千里如面, 一紙盡情)"고 쓴 것이 있다. 그제야 이 인장이 편지의 봉함인(封緘印)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먼 벗에게 편지를 써서 봉한 뒤, 그 위에 이 도장을 꾹 눌러서 찍었다. 보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 전했다.몇 장 뒤에는 '마음속 말을 다 못 한다네(寸心言不盡)'란 인문(印文)도 나온다. 이것도 필시 봉함인이다. 찾아보니 당나라 때 시인 전기(.. 2020. 4. 9.
[정민의 世說新語] [565] 중중제망 (重重帝網) 중중제망 (重重帝網)[정민의 世說新語] [565] 중중제망 (重重帝網)욕계(欲界)에 속한 천신(天神)들의 왕인 인드라(Indra)는 제석천(帝釋天)이라고도 하는 힌두의 신이다. 그의 궁전 위에는 끝없이 펼쳐진 무한대의 그물 인드라망이 있다. 그물코마다 보석이 주렁주렁 달렸다. 보석은 각각 세공으로 잘 연마된 다면체로, 한 표면에는 무수한 다른 보석의 광채가 비쳐서 맞물린 형상이 중중무진(重重無盡)으로 끝없이 펼쳐진다. 화엄교학(華嚴敎學)에서는 인드라망의 구슬들이 서로를 비추듯 법계의 일체 현상도 서로 끝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이 세계를 설명한다. 인드라의 그물, 즉 인드라망은 한자로는 인타라망(因陀羅網)으로 쓴다. 제석천의 그물이라 하여 제망(帝網)이라고도 한다.목은(牧隱) 이색(李穡)이 '환암을 그리.. 2020. 4. 2.
[정민의 世說新語] [564] 집옥봉영 (執玉奉盈) 집옥봉영 (執玉奉盈)[정민의 世說新語] [564] 집옥봉영 (執玉奉盈)응암(凝庵)은 이상정(李象靖·1711~ 1781)이 1767년 고산정사(高山精舍)를 지을 때 오른편 서재에 붙인 이름이다. 그는 이 방에 '응암명(凝庵銘)' 10수를 지어 걸었다. 먼저 제4수. "수렴하고 요약하여, 온통 가득 함양하리. 기미를 깊이 연구해서, 자세하고 합당하게(收斂造約, 渾涵充養. 硏幾極深, 纖悉曲當)." 함양하는 공부는 수렴과 요약에서 나온다. 잔뜩 벌여놓기만 해서 끝간 데를 모르면 함양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작은 기미도 깊이 파고들어 석연해질 때까지 놓지 않는다. 이런 시간이 쌓여야 내면이 충만해진다.다음은 제8수다. "옥을 잡고 물 가득 찬 그릇 받들듯, 잠깐의 사이라도. 조금씩 밟아 나가, 오래 힘써 공 .. 2020. 3. 26.
[정민의 世說新語] [563] 일우보윤 (一雨普潤) 일우보윤 (一雨普潤)[정민의 世說新語] [563] 일우보윤 (一雨普潤)세상은 이처럼 어지러운데 어김없는 봄비에 대지가 깨어난다. 김육(金堉)의 '희우(喜雨)' 시다. "좋은 비 시절 알아, 내리자 잎에서 소리 들린다. 농부들 덕업을 이뤄보려고, 바람 속에 다급하게 몹시 바쁘네(好雨知時節, 初來葉上聞. 九農成德業, 風處急紛紛)." 두보의 시에서 한 구절씩 따와 엮은 연구시(聯句詩)다. 봄비 소리에 밖을 내다보니 들판에선 농부들의 농사 준비가 한창이다.송상기(宋相琦·1657~1723)의 '희우' 시는 또 이렇다."쟁기질에 비가 마침 부슬부슬 내리니, 단비에 조화의 기미를 알겠구나. 메마른 밭 윤기 돌아 채소가 자라나고, 가문 땅 기름져서 보리가 살지누나. 촌 노인네 쟁기 지고 다투어 활짝 웃고, 들 나그네 .. 2020. 3. 19.
[정민의 世說新語] [562] 신언과우 (愼言寡尤) 신언과우 (愼言寡尤) [정민의 世說新語] [562] 신언과우 (愼言寡尤)가짜 뉴스의 폐해가 갈수록 쌓여간다. 근거 없는 풍문이 입을 건너다니며 사실로 둔갑한다. 진실을 담아내야 할 일부 언론마저 앞장서서 부추긴다. 낄낄대거나 분노하며 소비하다가 거짓임이 밝혀져도 '아님 말고' 식이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논어 '위정(爲政)'에서 공자가 제자 자장(子張)에게 말했다. "많이 듣되 의심나는 것은 빼버리고, 삼가서 그 나머지만 말하면 허물이 적다. 많이 보되 확실치 않은 것은 빼버리고, 삼가 그 나머지만 행하면 뉘우칠 일이 적다(多聞闕疑, 愼言其餘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則寡悔)."이 말을 받아 조익(趙翼·1579~1655)이 '계운궁복제의(啓運宮服制議)'에서 썼다. "공자(孔子)는 '많이 듣되 의심스러운.. 2020. 3. 12.
[정민의 世說新語] [561] 동우이시 (童牛羸豕) 동우이시 (童牛羸豕) [정민의 世說新語] [561] 동우이시 (童牛羸豕)주역 '대축괘(大畜卦)' 육사(六四)의 효사(爻辭·괘를 구성하는 각 효를 풀이한 말)에 "송아지에게 곡(牿)을 하면 크게 길하다(童牛之牿, 元吉)"고 했다.  동우는 아직 뿔이 제대로 자라지 않은 어린 소다. 곡(牿)은 뿔과 뿔 사이에 잡아맨 횡목(橫木)이다. 뿔이 막 돋기 시작한 어린 소는 근질근질해서 무엇이든 자꾸 들이받으려 든다. 그래서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려고 두 뿔 사이에 가로목을 묶어서 매준다. 아주 길하다고 한 것은 문제를 미리 방지해야 좋은 결과가 온다는 뜻이다. 주역 '구괘(姤卦)' 초육(初六)의 효사에서는 "비쩍 마른 돼지도 날뛰려 든다(羸豕孚蹢躅)"고 했다. 허약한 돼지는 비록 사납지 않지만 틈만 나면 날뛰려는 생.. 2020. 3. 5.
[정민의 世說新語] [560] 안불망위 (安不忘危) 안불망위 (安不忘危) [정민의 世說新語] [560] 안불망위 (安不忘危) '손자병법'에 "적이 쳐들어오지 않을 것을 믿지 말고, 내가 대비함이 있음을 믿으라(無恃其不來, 恃我有以待之)"고 했다. 설마 무슨 일이 있으려고 하는 마음을 버리라는 뜻이다. '주역'에서는 "서리가 내리면 단단한 얼음.. 2020. 2. 27.
[정민의 世說新語] [559] 벌모세수 (伐毛洗髓) 벌모세수 (伐毛洗髓)[정민의 世說新語] [559] 벌모세수 (伐毛洗髓)동방삭(東方朔)이 홍몽택(鴻濛澤)을 노닐다가 황미옹(黃眉翁)과 만났다. 그가 말했다. "나는 화식(火食)을 끊고 정기(精氣)를 흡수한 것이 이미 9000여 년이다. 눈동자는 모두 푸른빛을 띠어 감춰진 사물을 능히 볼 수가 있다. 3000년에 한 번씩 뼈를 바꾸고 골수를 씻었고, 2000년에 한 차례 껍질을 벗기고 털을 갈았다. 내가 태어난 이래 이미 세 번 골수를 씻고 다섯 번 털을 갈았다.(吾却食呑氣, 已九千餘年. 目中瞳子, 皆有靑光, 能見幽隱之物. 三千年一返骨洗髓, 二千年一剝皮伐毛. 吾生來已三洗髓五伐毛矣)." 후한 때 곽헌(郭憲)이 쓴 '동명기(洞冥記)'에 나온다.9000세를 살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천지의 정기를 흡수해서.. 2020. 2. 20.
[정민의 世說新語] [558] 내시구로 (來時舊路) 내시구로 (來時舊路)[정민의 世說新語] [558] 내시구로 (來時舊路)송나라 때 원거화(袁去華)의 '서학선(瑞鶴仙)'이란 작품이다. "교외 들판 비 지난 뒤, 시든 잎 어지럽게, 바람 잔데 춤을 춘다. 지는 해 나무에 걸려, 근심겹게 고운 모습. 먼 산이 어여뻐도, 올 적에는 예전 길로. 아직도 바위의 꽃, 어여쁜 황색 반쯤 폈네. 지금에 와서 보니, 냇가엔 흐르는 물, 사람은 전과 같고(郊原初過雨, 見敗葉零亂, 風定猶舞. 斜陽挂深樹, 映濃愁淺黛. 遥山眉嫵, 來時舊路. 尚巖花, 嬌黄半吐. 到而今, 唯有溪邊流水, 見人如故)." 들판에 비가 지나가자 시든 잎이 진다. 비가 개더니 석양이 걸렸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다. 반쯤 핀 국화, 냇물 소리도, 세상과 사람도 그대론데 그것을 보는 나는 이전의 내가 아.. 2020. 2. 13.
[정민의 世說新語] [557] 육요사병 (六要四病) 육요사병 (六要四病)[정민의 世說新語] [557] 육요사병 (六要四病)소치(小癡) 허련(許鍊·1809~1892)이 남긴 산호벽수(珊瑚碧樹)는 그가 평생 추종했던 추사의 글씨를 옮겨 적어둔 적바림이다. 이 중 한 단락. "그림 그리는 법에는 여섯 가지 요점이 있다. 신(神)과 청(淸), 경(勁)과 노(老), 활(活)과 윤(潤)이 그것이다. 네 가지 병통이 있다. 강필(僵筆)과 고필(枯筆), 흐린 거울이나 흙탕물 같은 탁필(濁筆), 골력이 없는 약필(弱筆)이 그것이다(畵有六要, 神淸勁老活潤. 有四病, 僵筆枯筆濁如昏鏡渾水, 弱筆無骨力)." 이른바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명심해야 할 육요사병(六要四病), 즉 여섯 가지 핵심과 네 가지 병통에 대한 지적이다.먼저 육요. 첫째는 신(神)이다. 손끝의 재주가 아닌 정.. 2020.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