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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의 世說新語] [584] 장엄행관 (張嚴行寬)

by 맥가이버 Macgyver 2020. 8. 13.

[정민의 世說新語] [584] 장엄행관 (張嚴行寬)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명나라 하탄(何坦)이 지은 '서주노인상언(西疇老人常言)'에서

관직을 맡은 사람들이 유념해야 할 말을 담은 '이관(莉官)'에 나오는 말이다.

"정사(政事)를 행함에 있어 너그러움과 엄함 중 어느 것이 중요한가?

엄격함을 편다는 소문[張嚴之聲]과 너그럽게 행하는 실상[行寬之實]이 다 필요하다.

정사에 기준이 있고 명령에 믿음이 있어,

사람들이 풍문만 듣고도 엄숙히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 소문이다.

법 집행은 가벼움을 따르고, 세금을 거두는 것은 약한 쪽을 따라서,

사람들이 안정되고 스스로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실상이다.

하지만 만약 처음에 완이계모(玩易啓侮),

즉 편히 노닥거리면서 업신여김을 받게 행동하면,

끝에 가서는 형벌을 가지고도 간사함을 이기지 못한다.

비록 사람을 아끼고 사물을 이롭게 하는 뜻을 행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爲政寬嚴孰尙? 曰: 張嚴之聲, 行寬之實.

政有綱, 令有信, 使人望風肅畏者, 聲也.

法從輕, 賦從薄, 使人安靜自適者, 實也.

乃若始焉 玩易啓侮, 終焉刑不勝奸,

雖欲行愛人利物之志, 吾知其有不能也)."

평소의 법 집행에서 기준이 분명하고, 규정대로 집행한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그 말을 믿고 따른다.

법을 집행할 때는 백성의 입장에서 가벼운 법을 적용하고,

세금은 가급적 가볍게 해준다.

엄격한 풍문에 잔뜩 움츠렸다가 실제 법 적용이 너그러우면,

백성들이 관장을 우습게 보지 않고 감격한다.

반대로 평소에 일 처리를 대충대충 하거나

기준 없이 해서 백성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

나중에 형벌로 백성의 간사함을 바로잡으려 해도

영이 서질 않아 손쓸 방법이 없게 된다.

"잘못된 정책 중에 마땅히 고쳐야 할 것이 있을 때는

반드시 그 근본 원인을 살펴 따져보아야 한다.

고쳐야 할 경우,

공사(公私) 간에 모두 이롭다면 다시 무엇을 의심하겠는가?

만약 움직여서 이익은 적고 해로움만 많다면,

가만히 두어 길한 것만 같지 못하다

(敝政有當革者, 必審稽源委.

如其更也, 于公私兼利, 夫復何疑?

若動而利少害多, 不若用靜吉也)."

 

고칠 것을 고치려다 바꾸지 말아야 할 것까지 바꾸면,

차라리 그저 있는 것만 못하다.

열심히 할수록 문제만 키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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