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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숲,섬]저녁노을 호수에 춤추는 갈대밭. 안산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12. 25.

[길,숲,섬]저녁노을 호수에 춤추는 갈대밭. 안산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경향닷컴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경기도 안산시에 국내 최대의 시화호 갈대습지공원이 있다.

시화호로 유입되는 반월천, 동화천, 삼화천의 수질을 정화하기 위해 만든 인공습지다.

습지에는 갈대를 비롯한 수생식물을 심어, 시화호로 흘러들어오는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걸러지게 하고 있다.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이라는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 시인의 시 <갈대>에서는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에서 우리네 삶의 쓸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빛은 짧아지고 어둠은 길어진다.

회색빛 들판 한구석이 빛으로 반짝였다.

갈대밭 너머로 지는 노을을 기대했건만 마지막 구름이 해를 가렸다.

잠잠했던 상념들이 기다렸다는 듯 수런수런 일어난다.

때로는 뼈에 사무칠 정도로 스산하고, 때로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한 갈대밭.

그 마지막 빛을 받은 갈대는 머리의 갈기를 흔들어 검푸른 그늘에 잠긴 들판 멀리 노을빛을 흩어 보낸다.

갈대는 마음을 파고드는 들풀

 

시민들이 갈대와 부들 등 각종 수생식물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고 있다.

(남호진기자)

 


시화호에 바람이 분다. 갈대가 부르르 흔들린다. 햇살은 따라 바람이 흘러내린다.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갈대 잎들이 바람을 탄다. 빛이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빛이 만발한다.

갈대는 마지막 풀잎까지 털어버린 앙상한 팔을 하늘로 벌리고 서 있다.

찬바람에 잠 못 이룬 갈대풀이 서걱대며 뒤척이는 소리가 멀리까지 퍼진다.

갈대밭을 할퀴는 바람소리가 정겹다.

바람에 쏠려 눕다가도 가까이 다가서면 곧추 일어서서 환영의 도열이라도 하듯 너풀거린다.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으려는 부질없는 손짓은 늦가을 강가를 바라보면서 독백처럼 흘렀던 얘기를 기억하고 있다.

잿빛 구름 얕게 깔린 날, 찬 공기 사이로 너울거리며 갈대가 은빛 물결을 토해낸다.

소슬바람을 받으며 흰빛 물결이 일렁이고, 그 뒤편에 천(川)이 도도하게 흐른다.

은빛 날개 달린 씨앗이 개울 위 공간을 가득 채운다.

너울거리며 내리는 눈발같기도 하고 부풀어 반짝이는 솜털과도 같다.

종족보존 본능이라고는 하지만 힘겹게 떨어지는 흐느낌에 아쉬움과 속절없는 아픔이 밀려온다.

두 눈 가득 일렁이는 갈대 물결

 

흔히 억새를 보고 갈대라고 한다.

대략 억새는 키가 1m쯤이나 갈대는 3m쯤 된다.

이삭도 갈대가 훨씬 크며 회색이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들판이나 산자락에 피는 것은 억새이고,

갈대는 물가에 빽빽하게 무리지어 있다.

보통 갈대가 억새보다 더 억세 보인다. (장원수기자)

 


습지공원에는 키를 넘는 갈대가 우거져 있다. 그 갈대밭 사이로 나 있는 탐방로를 따라 거닌다. 곳곳에 쉼터가 있다.

걷다가 지치면 잠시 쉬어 간다. 길은 자유롭게 드리운 갈대밭 사이로 이어져 있다.

갈대는 이미 꺾어버린 연꽃과 이웃하며 늦가을의 힘겨움을 들어낸다.

습지로 깊숙이 들어가면 갈수록 갈대가 수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여기저기 새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엄마의 손길은 갈대를 가리키지만 아이의 관심은 온통 새뿐이다.

갈대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철새가 날아오르기를 기원한다.

새는 아이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 지 좀처럼 군무를 보여주지 않는다.

이 곳 시화호 주변에는 한해 150여종 15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든다.

지금은 청둥오리, 흰죽지 등 겨울 철새들이 호젓함을 즐긴다.

살아있는 생태공원으로 태어난 시화호

 

시화호 주변에는 철새들이 매년 증가하여

한 해 동안 150여종 15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든다.

봄과 여름철에는 주로 흰뺨검둥오리, 개개비, 물닭, 백로 등을 볼 수 있고,

가을에는 청둥오리, 흰죽지 등의 겨울 철새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장원수기자)

 


시화호는 공사 당시 환경파괴 논란이 거셌던 곳. 억지로 가둬져 썩어가던 시화호는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렸다.

그러나 1994년 완공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 시화호에는 아름다운 습지와 갈대밭이 생겼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만든 103만7500㎡의 인공습지공원은 주민들의 산책로이자 생태공원 학습장.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 자주 눈에 띈다. 갈대습지공원에는 매점도 없고 자동판매기도 없다.

당연히 쓰레기를 버릴 곳도 없다.

조금 불편하지만 시화호를 지금과 같은 생태공원으로 살려낸 노력과 시간에 비하면 언제든지 감수할 수 있는 불편이다.

공원 주변을 둘러보면 아파트들이 있는데 그 한가운데 갈대밭, 생태 탐험로,

자전거 도로 등을 만들어 도시인들에게 자연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갈대는 저녁노을이 물들면 한층 서정적인 분위기로 변한다.

설핏 기울어진 햇살 아래 은빛으로 물든 시화호의 갈대밭.

그곳에는 갈대가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다.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http://sihwa.kwater.or.kr/

가는길/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지하철 4호선 오이도행
상록수역이나

한양대역에서 내린 다음 52번 버스를 타고 사동주유소에서 내린다.

 이곳에서 대략 20여분 정도 걸으면 된다. 택시로는 5분 거리이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서해안 고속도로 매송IC에서 빠져 지하차도에서 좌회전한 다음

5분 정도 직진하면 농어촌연구소 이정표가 보인다.



해가 기울면 또 하루가 저문다.

새들도 집을 찾아 돌아가지만

마지막 잎까지 털어버린 들판의 나무는 찬바람에 홀로 부대낀다.

내일 다시 해가 뜨면 삭막하고 침침하던 이 숲도 다른 세상처럼 환해질 것이다.

(장원수기자)


시화호 갈대습지공원에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뿐만 아니라

중간에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벤치가 많다.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 푹 파묻혀 한가롭게 거닐고 싶다면

이번 주말 이곳을 찾아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장원수기자)


아이들과 함께 물과 환경에 대해 공부하고

망원경으로 갈대와 습지를 관찰하고 싶다면 환경생태관에 가면 된다.

생태관 옥상에 올라가면 드넓은 습지공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동절기에는 오후 16시30분이면 문을 닫는다. (장원수기자)

 

ⓒ 경향신문 & 경향닷컴에서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