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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숲,섬]해질녘 황금빛 억새물결 장관, 정선 민둥산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9. 9.

[길,숲,섬]해질녘 황금빛 억새물결 장관, 정선 민둥산

 

경향닷컴 이다일기자 cam@khan.co.kr

 

해발 1,117m의 민둥산은 강원도 정선군 남면과 화암면에 걸쳐 있다.
태백산, 상원산, 가리왕산이 둘러싼 정선의 한 가운데 위치해 풍경이 아름답다.
정상으로 다가가면 나무는 없고 억새만 가득한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해질녘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억새는 장관을 이룬다.

민둥산을 오르는 길은 증평읍에서 시작한다.
민둥산역에서 멀리 산 아래 보이는 증산초등학교가 등산로의 시작이다.
정상까지는 3km 남짓, 넉넉잡아 왕복 4시간이면 족하다.
2.4km의 급경사 코스와 3.2km의 완경사 코스를 선택해 오를 수 있다.
증산초교에서 깔딱 고개를 지나 산을 오르면 임도를 만난다.
등산로 중간에는 매점과 화장실까지 있어 편리하다.
소나무가 빼곡하게 늘어선 임도를 지나 8부 능선에 이르면 민둥산의 절경, 억새 군락지가 나온다.
고개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민둥산 등산로는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산의 남쪽으로 난 길은 눈이 와도 금세 녹기 때문에 웬만한 날씨에도 문제없이 오를 수 있다.
또한 정상에 올라가면 북쪽 능선을 중심으로 강원도의 설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억새가 이루는 숲

민둥산의 억새는 해질 무렵 황금빛으로 빛난다. (김영민기자)


예전 민둥산에는 화전민들이 살았다.
해마다 불을 놓고 그곳에 농사를 지었다.
화전이 금지된 이후 자라난 억새는 참억새 숲을 이뤘다.
잡풀도 나무도 없는 억새의 바다다.
억새는 잎이 매우 억세고 날카로운 잔 톱니가 있어 생명력 강한 식물이다.
‘아기장수 우투리’ 설화에도 강한 억새로 탯줄을 잘랐다는 이야기가 있고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백성들이 다시 일어서는 것을 억새에 비유한 글도 있다.
이렇듯 억새는 백성들의 모습이고 강한 생명력의 상징이다.

억새와 함께 굽이굽이 펼쳐지는 절경은 사람들을 민둥산으로 불러 모은다.
억새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황금빛으로 때로는 은빛으로 일렁이는 억새밭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였다.
정상에 오르면 동쪽의 함백산과 지장산, 서쪽의 가리왕산, 남쪽의 백운산, 북쪽의 상원산, 태백산을 볼 수 있다. 또한 정상에서는 민둥산 역을 비롯해 증산읍이 손바닥 안에 들어온다.
마치 신선이 된 듯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민둥산의 풍경은 10월말에 펼쳐지는 억새축제에 절정을 이룬다.

억새축제 이야기

민둥산 억새가 인기를 끌자 증평역이 민둥산역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다일기자)


지난 2009년으로 13회를 맞은 민둥산의 억새축제는 매년 10월에 열린다.
66만㎡의 억새밭은 지난해 번진 신종플루 속에서도 30만 명이 찾았다.
예전에는 구불구불 산길을 가야하는 산골 오지였지만 교통여건도 크게 좋아졌다.
평소에도 청량리역에서 출발해 강릉으로 향하는 열차가 이곳을 지나며 축제기간에는 ‘민둥산역’으로 향하는 특별열차가 서울과 부산에서 편성돼 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제천에서 영월을 지나 정선으로 향하는 국도가 단계별로 완공되어 고속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해도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다.

정선에 들어서면 상쾌한 공기가 느껴진다.
이곳은 평균고도 400m의 고지대에 마을들이 있고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까닭이다.
또한 옛 탄광지역을 리모델링해 관광지로 만든 곳도 많아 볼거리가 많다.
민둥산 등반을 마쳤다면 카지노와 리조트 때문에 숙소가 많은 고한읍에서 1박을 하면 좋다.
인근에 철로를 활용한 레일바이크와 화양동굴을 둘러보고 돌아오면 훌륭한 주말여행이 된다.

민둥산 아랫말 사람들

민둥산이 있는 정선군 남면 사람들은 지난 1996년부터 억새축제를 시작했다.
그 이전엔 이곳 억새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외다리 씨름과 줄다리기가 함께 열렸고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축제였다.
하지만 억새가 무성한 민둥산이 알려지면서 축제기간엔 등산로가 사람들로 가득한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됐다.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해발 800m의 마을 ‘발구덕(發九德)’도 민둥산의 유명세와 함께 했다.
본래 300여 년 전 평해 황씨가 이주하여 움막을 지었다는 마을은 오랜 세월에 걸친 지각변동으로 일어난 여덟 개의 구덩이라는 뜻으로 발구덕으로 불렸다.
지금도 발구덕까지는 좁은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차가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불과 1km. 하지만 주말과 축제기간엔 차량을 통제하니 증산읍내에 차를 두고 느긋하게 산행을 즐기는 것이 좋다.

가는길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고한에 내려 증평행 농어촌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기차는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 열차가 민둥산역에 정차한다.
기차나 버스 모두 3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승용차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 만종IC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제천에서 다시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을 지나 정선군 남면으로 갈 수 있다.
증평읍, 민둥산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발구덕 마을 해발 800m 발구덕 마을은 민둥산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화전민 부락이다. 300여 년 전 생겨난 마을은 화전으로 생계를 잇다가 지금은 약간의 비닐하우스를 하고 있을 뿐이다. 민둥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마을입구에 매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있다. 이곳까지는 차가 들어오는 곳이다. 정상까지는 불과 1km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발자국 강원도의 겨울산행에서 동물의 발자국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밤새 눈이 내린 자리에 차 바퀴자국을 따라 동물의 발자국이 이어진다. 동물의 발자국은 산에서 내려와 물가로 이어지기도 하고 도로를 따라 산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강원도의 산에는 멧돼지도 많이 서식하고 있는데 산행에서 혹시 멧돼지를 만난다면 자극하지 말고 기다리면 대부분 지나쳐간다. 하지만 인기척이 있는 곳엔 동물들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이다일기자)



억새풀 산행 억새가 절정을 이루는 10월이면 민둥산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다. 등산로가 오고가는 사람들도 북적거리니 호젓한 산길을 기대하긴 힘들다. 하지만 길옆으로 펼쳐진 억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민둥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정선군청제공)



정상까지 1.7km 민둥산은 오랜 기간 축제를 해 온 곳답게 안내판이 잘 되어 있다. 발구덕으로 향하는 길, 정상까지 1.7km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눈 쌓인 산길 1.7km가 쉽고 가까운 길은 아니지만 가을모습이 많이 알려진 민둥산에서 눈길 산행을 하는 것은 민둥산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해준다. (이다일기자)



민둥산의 일몰 민둥산 억새밭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일몰 때는 민둥산의 모든 억새가 황금빛으로 빛난다. 사람 키만 한 억새 사이로 보는 일몰은 바닷가 노을과 함께 보는 일몰과 달리 소박하고 차분하다. 일몰사진을 찍었다면 서둘러 하산해야한다. 해가지면 렌턴없이 산행이 불가능하므로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민둥산입구 민둥산역에서 길을 따라 20분쯤 걸으면 민둥산 교차로가 나온다. 철길 아래 터널을 지나면 우측에 증산초등학교가 있고 좌측이 등산로 시작점이다. 이곳에서 민둥산 산행이 시작되며 왕복 4시간이 소요된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에서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