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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숲,섬]태산준령 넘는 동서횡단로 영동고속도로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9. 4.

[길,숲,섬]태산준령 넘는 동서횡단로 영동고속도로

향닷컴 장원수 기자 jang7445@khan.co.kr

 
길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영동고속도로도 예외는 아니다.
굽이굽이 대관령 고개를 힘겹게 오르던 도로는 이젠 456번 지방도로로 변경됐다. 대신 33개 교량과 7개 터널로 이어진 신구간이 백두대간 준령인 대관령을 가로지른다.

서울과  강릉을 잇는 영동고속도로는 1971년 12월 신갈∼새말 구간을 개통하면서 동서횡단의 골격을 이뤘다.
잔여구간인 새말∼강릉간 97㎞와 강릉∼동해간 30㎞는 1974년 3월에 착공하여 이듬해 10월에 개통했다.
3년 6개월에 걸친 대공사였다.

멀게만 여겨졌던 서울과 강릉 사이가 자동차로 불과 세 시간대 거리로 단축됐다.
영동고소도로의 개통은 물류비용 절약, 국토 균형발전 등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 주민들의 여가생활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매년 여름 휴양지로 ‘설악산과 동해안’이 1순위로 선정됐고, 주말이면 고속도로는 극심한 정체로 몸살을 앓았다.
올 5월말 착공되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2014년 개통하면 지·정체 해소와 수도권 물류비 절감 및 지역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인의 삶의 질을 바꾼 엄청난 변화

1971년 12월 1일 영동고속도로 서울∼새말간 고속도로 개통식. (한국도로공사 제공)


강원도를 관동 지방이라고도 한다.
서울과 함경도를 통하는 철령이 옛날에는 서울의 북쪽 관문이었으므로 그 북쪽 관문의 동쪽인 강원도를 관동이라고 했던 것이다.
강원도는 다시 영동과 영서의 두 지방으로 나뉘는데 지형이 태백산맥 또는 대관령의 동쪽 지방과 서쪽 지방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한양에서 원주까지는 말을 타고 꼬박 이틀이 걸려야 닿을 수 있었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경기도의 너른 들판이 많아 편했다.
이후 강원도의 가파른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부임을 강릉이라도 받을라치면 보통 고생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잇는 철길이 일제시대인 1910년대에 놓이고 1942년에 강원도 산간 지방에서 나는 목재, 농산물, 광산물 등을 쉽게 실어내가기 위해 중앙선 철도가 생기면서 강원도 주민들의 바깥나들이도 편해졌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1975년에 영동고속도로가 완성됨으로써 삶의 질과 방식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오지’ 이미지가 강했던 강원도를 청정자연구역의 상징으로 바꿔놓았다.

당시 정부에서 집행한 조사 및 실시계획 용역비 등 간접비까지 포함하면 총 사업비는 94억8000만원에 달했다.
이후 정부는 영동고속도로 개량공사를 추진하면서 1986년 7월부터 1988년 12월 사이에 동해고속도로에 연결되는 11.7㎞ 구간을 새로 건설했다.

갖은 역경을 딛고 이뤄낸 고속도로 개통

영동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과 강릉 사이가 자동차로 불과 두세 시간 거리로 단축됐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정부는 1968년 IBRD(세계은행)으로부터 차관을 얻어 서울∼강릉간 200㎞의 건설을 추진했으나, 차관도입이 지연되면서 공사 착공도 미뤄지게 됐다.
이에 정부는 신갈∼새말간 104㎞를 먼저 내자(內資)로 건설하기로 방침을 변경하고 한국도로공사 내에 공사사무소를 설치했다.

1971년 3월 첫 삽을 뜨는 것으로 영동고속도로 건설을 착공했지만 어려운 점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영동고속도로 공사 중 가장 큰 어려움은 대부분의 구간이 해발 500∼900m의 산악지대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설계·측량 시 등산장비를 갖추고 눈 덮인 산을 헤매거나, 절벽에 매달리는 경우도 많았다.
지질, 기후, 낙반 등 온갖 악조건이 겹쳐 말 그대로 사투를 벌어야 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26㎞에 이르는 등반차로와 230개소의 비상주차대를 설치하여 고원지대를 달리는 고속도로가 개통됐다.

영동고속도로와 연계된 강원도의 천혜 비경(秘境)

영동고속도로와 연계된 환상의 드라이브코스가 여럿 있다.
첫 번째는 오대산 월정사와 방아다리 약수이다.
월정사는 영동고속도로 진부 교차로에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쉬운 진입로다.
고속도로에서 월정사 앞 주차장까지 12.2㎞.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오대산국립공원 계방산 기슭에 자리한 방아다리 약수는 명약의 샘으로 알려진 이상적인 휴양지다.
영동고속도로 속사 출입구에서 북쪽으로 2.1㎞ 지점이 약수터 진입로다.
이곳에서 5.8㎞ 들어가면 주차장. 여기서 300m 숲 터널을 뚫고 가면 약수터와 약수사가 나온다.

두 번째인 치약산 구룡사 계곡은 강원내륙에 산재한 많은 계곡 가운데서도 빼어난 경관을 지니고 있다.
구룡교를 건너면서부터 펼쳐지는 계곡미는 흡사 무주구천동 계곡을 연상케 한다.
구룡사 계곡은 영동고속도로 새말IC가 유일한 진입로다. 구룡사주차장까지는 6.9㎞다.

관련정보
1968년 정부는 영동고속도로 노선선정을 위해 외국기술 용역업체인 암만휘트니사와 국가기간고속도로 건설추진위원회가 노선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암만휘트니사에서는 서울 천호동을 출발하여 양평, 횡성, 방림, 강릉 경유 노선을, 추진위원회에서는 서울, 신갈, 용인, 이천, 여주, 원주, 강릉에 이르는 노선을 제시했다.
정부는 두 안을 비교 검토한 끝에 추진위원회가 제시한 신갈∼강릉을 잇는 안을 통과노선으로 채택했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는 인천광역시 남동구 서창동(서창분기점)에서 강원도 강릉시에 이르는 길이 234.39㎞, 너비 23.4m의 왕복 4∼8차선이다.
서창에서 제2경인고속도로, 안산에서 서해안고속도로, 신갈에서 경부고속도로, 호법에서 중부고속도로, 만종에서 중앙고속도로와 만난다.


설국(雪國)으로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는 강원도 원주를 지나면서부터 동화 속 그림 같은 풍경으로 들어선다. 고속도로 옆으로 순백의 흰색 옷으로 갈아입은 산(山)과 눈꽃을 인 나무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겨울 참모습을 보여준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시원하게 뚫린 교량 동고속도로는 지형적 특색으로 상당히 난공사였다. 대부분의 구간이 고산지대라서 교량과 터널로 길을 헤치고 뚫고 나가야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운전자는 비교적 직선에 가까운 도로를 시원하게 달릴 수 있게 됐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사계절을 품고 달리는 도로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가다보면 사계(四季)의 아름다움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 누런색으로 변한 가을 들녘은 풍성함과 함께 아련한 옛 추억을 떠 올리게 한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경제발전에 이바지 고속도로는 물류비 감소 등 국내 산업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영동고속도로는 강원도의 산업물자 및 자재를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실어낼 수 있게 됨으로써 국내 경제발전에 큰 이바지를 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디딤돌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1년 3월 영동고속도로 기공식에서 “이 도로가 준공됨으로써 강원도에는 새로운 근대화의 물결이 점차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영동고속도로로 인하여 오지 중에서도 오지였던 강원도 지역이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대표적인 횡축고속도로 인천광역시 남동구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총연장 234.4㎞를 연결하는 영동고속도로는 교량 540개소(55.1㎞), 터널 36개소(31.3㎞)를 갖고 있다. 노선번호 지정체계가 변경되기 전에는 신갈 분기점부터 강릉까지 일컬었으나 서해안고속도로 일부구간 및 신갈∼안산간 고속도로와 통합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동서횡단의 골격 영동고속도로의 개통은 서울∼강릉을 세시간대로 줄이면서 교통편의와 물류비 절감으로 경제와 지역개발을 촉진하게 됐다. 또 강원지역을 일일 생활권으로 편입시킴으로써 국민의식 수준의 향상을 가져오는 등 70년대 현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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