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종환78

햇살 좋은 날 / 도종환 ▣ 햇살 좋은 날 / 도종환 ▣ 봄 햇살이 참 좋습니다. 진달래꽃이 연분홍 꽃잎을 스스로 열게 하는 투명한 햇살입니다. 백목련 흰 꽃봉오리의 눈을 뜨게 하는 맑은 햇살입니다. 제비꽃이 수줍게 몸을 숨기고 있다가 소리 없이 그쪽으로 고개를 들게 하는 밝은 햇살입니다. 꽃나무에게 좋은 햇살이니 우.. 2007. 4. 18.
그대 잘 가라 / 도종환 그대 잘 가라 / 도종환 그대여 흘러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 그림자를 물에 누이고 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 가.. 2007. 3. 22.
목련나무 / 도종환 목련나무 - 도종환 그가 나무에 기대앉아 울고 있나 보다 그래서 뜰의 목련나무들이 세차게 이파리를 흔들고 있나 보다 살면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사랑이었다 살면서 나를 가장 괴롭게 한 건 사랑이었다 그를 만났을 땐 불꽃 위에서건 얼음 위에서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숯불 같은 .. 2007. 3. 22.
나도 목련 한 그루 가슴속에 키우고 싶다 / 도종환 나도 목련 한 그루 가슴속에 키우고 싶다 / 도종환 꽃나무들이 비냄새가 다 가시지 않은 바람에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다. 집 앞에 피어 있는 철쭉꽃들이 하룻밤 봄비에 우수수 꽃을 잃었다. 땅바닥에 하얗게 깔린 꽃잎을 보며 사람 같으면 저 꽃들이 무슨 말을 했을까 그 생각을 한다. 아름다웠던 날은 .. 2007. 3. 22.
사월 목련 / 도종환 사월 목련 / 도종환 남들도 나처럼 외로웁지요 남들도 나처럼 흔들리고 있지요 말할 수 없는 것뿐이지요 차라리 아무 말 안하는 것뿐이지요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돌아가는 사월 목련 2007. 3. 22.
당신과 나의 나무 한 그루 / 도종환 당신과 나의 나무 한 그루 / 도종환 노래가 끝나자 바람소리가 크게 오네요 열어둔 창으로 솨아솨아 밀려오는 바람처럼 당신의 사랑은 끊임없이 제게 오네요 가늠할 수 없는 먼 거리에 있어도 나뭇잎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흔들리며 아주 가까이 당신의 사랑은 제게 와 있어요 어떤 날은 당신이 빗.. 2007. 3. 12.
저녁노을 / 도종환 ♡♤ 저녁노을 / 도종환 ♤♡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산마루에 허리를 기대고 앉아 저녁해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뿜어져 나오는 해의 입김이 선홍빛 노을로 번져가는 광활한 하늘을 봅니다 당신도 물들고 있습니까 저를 물들이고 고생대의 단층 같은 구름의 물결을 물들이고 가을산을 물.. 2007. 2. 19.
당신과 가는 길 / 도종환 ▒ 당신과 가는 길 / 도종환 ▒ 별빛이 쓸고 가는 먼 길을 걸어 당신께 갑니다. 모든 것을 다 거두어간 벌판이 되어 길의 끝에서 몇 번이고 빈 몸으로 넘어질 때 풀뿌리 하나로 내 안을 뚫고 오는 당신께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이 땅의 일로 가슴을 아파할 때 별빛으로 또렷이 내 위에 떠서 눈을 깜.. 2007. 2. 3.
서리꽃 / 도종환 ▒ 서리꽃 / 도종환 ▒ 서리꽃 하얗게 들을 덮은 아침입니다. 누군가의 무덤가에 나뭇짐 한 단 있습니다. 삭정이다발 묶어놓고 무덤가에 앉아 늦도록 무슨 생각처럼 하얗게 서리꽃이 앉았습니다. 우리가 묻어둔 뼈가 하나씩 삭아가는 동안에도 우리들은 남아서 가시나무 가지를 치고 삭정이다발 묶으.. 2007. 2. 2.
울음소리 / 도종환 ▒ 울음소리 / 도종환 ▒ 지금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울고 있습니다. 아무도 메꾸어 줄 수 없고 누구에 의해서도 채워질 수 없는 가슴 빈 자리 때문에 홀로 울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고통에 낯설지 않는 것이라고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그의.. 2007. 2. 2.
어떤 편지 / 도종환 ▒ 어떤 편지 / 도종환 ▒ 진실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진실로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한 사람의 아픔도 외면하지 않습니다. 당신을 처음 만난 그 숲의 나무들이 시들고 눈발이 몇 번씩 쌓이고 녹는 동안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습니.. 2007. 2. 2.
이별 / 도종환 ▒ 이별 / 도종환 ▒ 당신이 처음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는 이것이 이별이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내 안에 있고 나 또한 언제나 당신이 돌아오는 길을 향해 있으므로 나는 헤어지는 것이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꾸 함께 있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이것이 이별이 아닌가 .. 2007. 2. 2.
눈 내리는 길 / 도종환 ▒ 눈 내리는 길 / 도종환 ▒ 당신이 없다면 별도 흐린 이 밤을 내 어이 홀로 갑니까. 눈보라가 지나가다 멈추고 다시 달려드는 이 길을 당신이 없다면 내 어찌 홀로 갑니까. 가야 할 아득히 먼 길 앞에 서서 발끝부터 번져오는 기진한 육신을 끌고 유리알처럼 미끄러운 이 길을 걷다가 지쳐 쓰러져도 당.. 2007. 2. 2.
이 세상에는 / 도종환 ▒ 이 세상에는 / 도종환 ▒ 이 세상에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외로움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아무와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아픔이 있습니다. 마음 하나 버리지 못해 이 세상에는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 외로움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 아픔, 그 그리움을 알고 있습니다.. 2007. 2. 2.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 2007. 2. 2.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 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 2007. 1. 26.
희망 / 도종환 희망 / 도종환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 별이 별에게 속삭이는 소리로 내게 오는 그대를 꽃이 꽃에 닿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대를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사람들은 내게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섰듯이 알맞은 시기에 그대를 떠나라 한다 그대가 있어서 소리없는 기쁨이 어.. 2007. 1. 22.
벗 하나 있었으면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 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 2007. 1. 16.
사람들은 희망이 안보인다고 말하지만 희망 / 도종환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 별이 별에게 속삭이는 소리로 내게 오는 그대를 꽃이 꽃에 닿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대를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고 사람들은 내게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섰듯이 알맞은 시기에 그대를 떠나라 한다 그대가 있어서 소리없는 기쁨이 어.. 2007. 1. 14.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2006. 12. 29.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2006. 12. 28.
바다를 사이에 두고 바다를 사이에 두고 / 도종환 바다를 사이에 두고 우리가 밤마다 뒤척이며 돌아눕고 있구나 그대 있는 곳까지 가다가 끝내 철썩철썩 파도 소리로 변하고 마는 내 목소리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수없이 던진 소리들이 그대의 기슭에 다 못 가고 툭툭 물방울로 치솟다 떨어지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그대가.. 2006. 12. 7.
그대여 절망이라 말하지 말자 / 도종환 그대여 절망이라 말하지 말자 / 도종환 그대여 절망이라 말하지 말자 그대 마음의 눈녹지 않는 그늘 한쪽을 나도 함께 아파하며 바라보고 있지만 그대여 우리가 아직도 아픔 속에만 있을 수는 없다 슬픔만을 말하지 말자 돌아서면 혼자 우는 그대 눈물을 우리도 알지만 머나먼 길 홀로 가는 이렇게 많.. 2006. 12. 6.
바다를 사이에 두고 / 도종환 바다를 사이에 두고 / 도종환 바다를 사이에 두고 우리가 밤마다 뒤척이며 돌아눕고 있구나 그대 있는 곳까지 가다가 끝내 철썩철썩 파도 소리로 변하고 마는 내 목소리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수없이 던진 소리들이 그대의 기슭에 다 못 가고 툭툭 물방울로 치솟다 떨어지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그대가.. 2006. 12. 6.
산을 오르며 / 도종환 산을 오르며 / 도종환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 2006. 11. 9.
가을비 / 도종환 가을비 / 도종환 가을비 /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읍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 2006. 10. 11.
담쟁이 / 도종환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 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 2006. 10. 7.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 2006. 10. 7.
가을 사랑 / 도종환 가을 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 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 2006. 10. 7.
당신 앞에 앉으면 / 도종환 당신 앞에 앉으면 / 도종환 나의 마음이 어지러운 물살로 흔들릴 때 당신은 나를 불러주십니다. 당신이 정녕 어디에 있을까 찾아 헤맬 때 당신은 나를 가까이 오라 부르십니다. 억새풀 하나 당신 앞에 옮겨 놓고 오랜 날 지나 있어도 빗줄기를 불러모아 그 억새풀과 함께 얼어붙으며 당신께 드린 것은 .. 2006.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