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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21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2005. 12. 14.
나를 바라보기 / 원성스님 나를 바라보기 / 원성스님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나는 언제나 겁이 많다. 싸움을 하면 옹졸했고 시샘이 많아 욕심도 많았다. 잠이 많아 부지런하지도 않고 기억력이 없어서 공부도 못했다. 잘 참지도 못해 끈기도 없을뿐더러 마음이 약해 눈물이 많다. 누가 내 약점을 알까 봐 위선을 떨었고 잘난 체 하.. 2005. 12. 14.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은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 2005. 12. 12.
내가 선택한 당신 / 이해인 내가 선택한 당신 / 이해인 사랑이여, 내가 선택한 당신은 12월의 흰 얼굴을 닮았습니다. 눈송이처럼 내 안으로 떨어져 눈물로 피는 당신이여, 전부를 드리고 싶은 내 뜨거운 그리움이 썰매를 타는 겨울은 그대의 눈, 바람은 그대의 음성, 바람은 기도입니다. 그대 앞에 나는 언제나 떨리는 기다림의 3월.. 2005. 12. 10.
저녁길을 걸으며 저녁길을 걸으며 - 이정하 해질 무렵, 오늘도 나는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그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대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아니, 또 어찌 보면 아무것도 없기도 합니다. 아픈 우리 사랑도 길가의 코스모스처럼, 한송이의 꽃을 .. 2005. 12. 9.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들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들 - 용혜원 -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들, 수없이 많고 많은 사람들, 그들 중에는 왠지 마음에 두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출근길에 스쳐 지나가듯 만나도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 사람도 매일 똑같은 시간에 만나면 서로가 멋쩍어 고개를 돌리는 사람도 마주치기 싫어 고개를 .. 2005. 11. 24.
길 위에서의 생각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 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간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 하고 웃는 자는.. 2005. 10. 27.
길 가는 자의 노래 - 류시화 길 가는 자의 노래 - 류시화 집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 길 위에 서면 바.. 2005. 10. 27.
노을 그리움 노을 그리움 - 서정윤 노을을 보며 서쪽 하늘의 구름 산맥 골깊은 어디를 서성이는 낯익은 그림자. 아직 삶의 길을 찾지 못하고 그저 노을 붉은 얼굴에 반하여 이골 저골 기웃거리고 있다. 이제 붉은 빛이 사라지면 밤새 구름 산속을 다니며 별을 찾아 헤매고 절망이라는 말이 오히려 사치스러울 때가 .. 2005. 9. 19.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 이해인 눈을 감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람.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아침 햇살로 고운 빛 영그는 풀잎의 애무로 신음하는 숲의 향연은 비참한 절규로... 수액이 얼어 나뭇잎이 제 등을 할퀴는 것도 알아보지 못한 .. 2005. 9. 19.
길의 노래 길의 노래 - 이정하 너에게 달려가는 것보다 때로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것도 너를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겠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 묵묵히 너의 뒷모습이 되어주는 것도 너를 향한 더 큰 사랑인 줄을 알겠다. 너로 인해, 너를 알게 됨으로 내 가슴에 슬픔이 고이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네가.. 2005. 9. 12.
길들이기 위한 시간 길들이기 위한 시간 - 이해인 홀로 있는 시간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 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여럿 속에 있을 땐 미처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무게를 고독 속에 헤아려볼 수 있으므로... 내가 해야 할 일 안 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 2005. 8. 27.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 이성부 詩 작은 산이 큰 산 가리는 것은 살아갈수록 내가 작아져서 내 눈도 작은 것으로만 꽉 차기 때문이다. 먼데서 보면 그 높은 한줄기의 일렁임이 나를 부르는 은근한 손짓으로 보이더니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봉우리 제 모습을 감춘다. 오르고 또 올라서 정수리에 서.. 2005. 8. 15.
님의 침묵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 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 2005. 8. 14.
큰 나무의 말 큰 나무의 말 - 용혜원 詩 나는 아주 작은 씨앗이었습니다. 땅 속에 묻혀 있던 어느 날 비가 내려 온몸이 촉촉해지고 햇살이 비춰와 그포근함에 노곤해졌습니다. 그런데 곧 몸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습니다. 내 몸에서 새싹이 나와 두껍게만 느꼈던 흙을 뚫고 나갔습니다. 내 자신의 변화가 시작되었.. 2005. 8. 7.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 - 나 은희 - 누구도 내게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 그러면 너무 슬퍼져요 이별을 말하려거든 사랑 또한 처음부터 말하지 말아요 가슴을 할퀴듯 파고드는 내 지난 상처가 너무 커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당신과 내가 만나고 헤어지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헤어지고 어머니와 내가 .. 2005. 8. 5.
큰 나무 아래서 큰 나무 아래서 - 김 정한 - 큰 나무 아래의 그늘은 넓고도 깊다. 그래서 지친 사람들이 쉬어간다. 나무는 나이가 몇인지 한번도 알려준 적 없지만, 사람들은 나무의 나이를 짐작한다. 나무는 언제나 흐트러짐이 없다. 큰 나무는 비나 바람에도 쉽게 무너지지않는다. 하찮은 것이라도 절대 자기밖으로 .. 2005. 7. 29.
비오는 날에 비오는 날에 - 이정화 가만히 눈을 감으면 해일처럼 밀려오는 높은 산이여... 굽이쳐 흐르는 사색의 강물 속에 몸을 담그고 온몸을 헹구어내면 어느덧 신비로운 풀잎, 풀잎이어라. 내 존재의 무한한 나락 속에서 건져 올린 가장 결 고운 언어로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어루만지고 싶다. 무엇인가 나를 부.. 2005. 6. 28.
오늘은 그냥 그대가 보고싶다 오늘은 그냥 그대가 보고싶다 - 용혜원 시 - 꽃잎에 내리는 빗물처럼 내 마음에 다가온 마음 하나 스치는 인연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 혼자 마시는 찻잔에 그리움을 타서 마시고 오늘은 유난히도 차 한잔이 그리워 음악이 흐르는 창가에 기대어 홀로 듣는 음악도 너와 함께이고 싶고.. 매일 마.. 2005. 6. 28.
외로울 때는 / 용혜원 외로울 때는 - 용혜원 홀로 남겨진 외로움 끝에 서면 마음의 잔가지 흔들리고 그대가 보인다. 이 넓은 세상에서 버려져 외딴 섬이라도 되어버린 듯 그대가 보고픔으로 밀려와 너무나 서글퍼 울고만 싶다. 손에 잡힐 듯한 것들도 마음 설레게 하던 것들도 너무나 멀리 떠나버리고 말았다. 내 가슴을 쪼.. 2005. 6. 24.
산 속에서 산 속에서 - 나희덕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 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 2005.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