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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깨우치는 한마디

[정민의 世說新語] [303] 생사요법 (省事要法)

by 맥가이버 Macgyver 2015. 2. 25.

 

 

 

 

 

생사요법 (省事要法) 

  

[정민의 세설신어] [303] 생사요법 (省事要法) 

 

  

해도 해도 일은 끝없고 가도 가도 길은 멀다.

속도만 숨 가쁘지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불안해서 더 하고 그럴수록 더 불안하다.

한 가지 일을 마치면 다른 일이 줄지어 밀려온다.

인생에 편한 날은 없을 것만 같다.

산적한 일 앞에 비명만 질러대느니 일을 덜어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처방이 절실하다.

 

홍길주(洪吉周·1786~1841)가 '수여연필(睡餘演筆)'에서 말했다.

 

"일 중에 오늘 해도 되고 열흘 뒤에 해도 되는 것이 있다면 오늘 즉시 해치운다.

오늘 해도 괜찮고 1년이나 반년 뒤에 해도 괜찮은 것이라면 한쪽으로 치워둔다.

이것이 일을 더는 중요한 방법(省事要法)이다."

 

욕심 사납게 다 붙들지 말고 먼저 할 것과 나중 할 것의 교통정리만 잘해도 일이 확 준다.

꽉 막혀 답답하면 일의 우선순위부터 점검하라는 얘기다.

 

율곡이 궁리(窮理) 공부에 대해 묻자 퇴계가 편지로 건넨 처방은 이렇다.

 

"궁리에는 단서가 많습니다.

궁리하는 일이 혹 얽히고설켜 있어 애쓴다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거나,

내가 그 문제에 대해 잘 몰라 밝혀 해결하기 어렵다고 칩시다.

그러면 마땅히 이 일을 놓아두고 따로 다른 일을 궁리하는 데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궁리해서 오래 누적되어 아주 익숙해지면

저절로 마음이 밝아져서 의리의 실지가 점차 눈앞에 드러나게 되지요.

그때 다시 앞서 궁리하다 만 것을 가져다가 꼼꼼하게 따져 살펴

이미 알게 된 내용과 견주어 징험해 보고 비추어 본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앞서 처리하지 못했던 것까지 일시에 깨닫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궁리의 활법입니다."

 

너무 복잡하게 얽힌 문제나 내 능력 밖의 일은 일단 밀쳐두고 역량이 미치는 다른 일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식견이 열려 앞서 난감하던 문제도 해결 실마리가 저절로 잡힌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하려 들면 답답한 기운이 쌓여 스트레스가 되고 마음이 병든다.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되 일의 경중과 선후를 잘 분별하는 것이 관건이다.

속도는 중요치 않다.

방향이 늘 문제다.

 

 

정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