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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깨우치는 한마디

[정민의 세설신어] [311] 호식병공(虎食病攻)

by 맥가이버 Macgyver 2015. 4. 22.

 

 

 

 

 

호식병공(虎食病攻)  

  

 

 

[정민의 세설신어] [311] 호식병공(虎食病攻)

 

  

정수연(鄭壽延)이란 벗이 병중의 안정복(安鼎福)을 위해

양생 요령을 적은 '위생록(衛生錄)'이란 책을 빌려주었다.

안정복이 읽고 돌려주며 책에 발문을 써 보냈다.

 

그중의 한 대목.

"위생의 방법은 안으로 그 술법을 다해도 밖에서 오는 근심을 조심해 살펴 미리 막아야 한다.

그래야 안팎이 다 온전할 수 있다.

선표(單豹)는 안을 다스렸으나 범이 밖을 잡아먹었고,

혜강(嵆康)은 양생(養生)에 힘썼지만 마침내 세화(世禍)에 죽었다.

그래서 군자는 거처하는 곳을 삼가고 사귀는 바를 조심해야 한다.

두 사람은 안에만 힘을 쏟고 밖에는 소홀해 이렇게 되었다.

이것이 과연 양생의 방법이겠는가?"

 

위 글 속 선표의 얘기는 고사가 있다.

 

전개지(田開之)가 주 위공(周威公)에게 말했다.

"양생은 양 치는 것과 같습니다. 뒤처지는 놈을 살펴 채찍질하는 것이지요."

 

위공이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노나라 사람 선표는 바위굴에서 물 마시고 살며 백성과 이끗을 다투지 않았지요.

70세에도 어린아이의 낯빛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주린 범을 만나 잡아먹히고 말았습니다.

장의(張毅)는 부잣집 가난한 집 가리지 않고 사귀었는데 나이 40에 속에 열이 치받는 병으로 죽었습니다.

선표는 안을 길렀지만 범이 밖을 먹어버렸고(호식기외·虎食其外),

장의는 밖을 길렀는데 병이 안을 공격했습니다(병공기내·病攻其內).

두 사람 모두 뒤처지는 것에 채찍질하지 않았습니다."

'장자' '달생(達生)'편에 나온다.

 

박세당(朴世堂)은 '남화경주해산보(南華經註解刪補)'에서

"사람의 우환은 평소 염려했던 데서 일어나지 않고 늘 생각지 않은 데서 일어난다.

(人之患, 不作於其所慮, 而常作於其所不慮者也.)"고 풀이했다.

 

선표는 맑게 살았지만 주린 범이 못 알아봤고,

장의는 사교에 힘써 곳곳에 보험을 들어두었으나 제 몸 안의 질병은 살피지 못했다.

 

살면서 호식병공(虎食病攻)의 근심을 면할 길 없다.

안만 살펴도 안 되고 밖만 돌봐도 소용없다.

그렇다면 어찌 할까? 안팎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채찍을 들고 뒤처지는 놈의 꽁무니를 후려쳐야 전체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정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