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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준의 "길에서 만나다" 중에서
작가가 파리에서 바젤로 가던 기차에서 딘이라는 사람을 만나 그와 얘기를 나누는 대목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땠을까요?
하나하나씩 읽으면서 스스로 답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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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어느 날 죽음의 천사가 너에게 오는 거야.
지금 당장 세상을 떠나야 한다면서, 그런데 그 천사가 너에게 얘기하는 거야.
그래도 니가 조금 착한 일을 했기 때문에 지옥에는 가지 않고 환생할 수가 있어.
대신에 인간으로는 안되고, 동물로만 된다는 거지.
어떤 동물이 되고 싶은지 얘기하라고 하거든. 어떤 대답을 할래?"
(작가) "으음, 외로운 늑대"
"그냥 늑대가 아니고 꼭 외로운 늑대여야 해? 왜?"
"으응, 그냥 그게 멋있을 것 같은데."
"좋아, 그런데 천사가 너한테 다시 물어.
왜 하필이면 외로운 늑대가 되고 싶으냐고. 뭐라고 대답할래? "
"왜? 으음, 그러니까, 강인하고, 넓은 들판을 휘젓고 다니고,
달빛 아래 맘 놓고 울부짖을 수도 있고, 야, 이거 어렵다."
"그런데 말이야. 천사가 너한테 뭐라고 하냐면,
미안하지만 늑대 희망자가 너무 많아서 이미 정원이 다 찼다는 거야.
하나만 다시 골라보래. 뭐로 할래?"
"다른 동물로? 이거 점점 이상해지는데, 음, 독수리!"
"왜?"
"또 천사가 묻는 거야?"
"응."
"독수리라, 왜 내가 독수리로 태어나고 싶냐며,
일단 저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잖아.
힘들이지 않고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또 뭐가 있지?
그 정도면 대답이 안 되나?"
"좋아, 그런데 천사가 또 미안하다고 해.
독수리도 이미 정원이 차 있다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선택을 해달라고 하거든.
어떻게 할래?"
"무슨 천사가 그 따위냐?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야?"
"응, 정말 마지막이야."
"좋아. 그럼 돌고래."
"왜?"
"돌고래. 돌고래......우선 돌고래는 똑똑하고, 바다에서 아주 자유롭고,
그리고 무엇보다 돌고래는 항상 다른 돌고래들과 함께 다니며 재미있게 놀고,
인간과도 친구가 되고...."
"자 이제 질문은 끝났어.
첫 번째 외로운 늑대는 뭐냐면, 니가 생각하는 너야.
어때? 맞는 것 같니?"
"내가 생각하는 나? 글쎄,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은데.
두 번째는 뭐야?"
"독수리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너."
"그런가...... 세 번째는?"
"진정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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