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서기 / 정희성 詩
뿌리가 뽑혀 하늘로 뻗었더라. 낮말은 쥐가 듣고 밤말은 새가 들으니 입이 열이라서 할 말이 많구나. 듣거라 세상에 원 한달에 한번은 꼭 조국을 위해 누이는 피흘려 철야 작업을 하고 날만 새면 눈앞이 캄캄해서 쌍심지 돋우고 공장문을 나섰더라. 너무 배불러 음식을 보면 회가 먼저 동하니 남이 입으로 먹는 것을 눈으로 삼켰어라. 대낮에 코를 버히니 슬프면 웃고 기뻐 울었더라. 얼굴이 없어 잠도 없고 빵만으로 살 수 없어 쌀을 훔쳤더라. 물구나무서서 세상을 보고 멀리 고향 바라 울었더라. 못 살고 떠나온 논바닥에 세상에 원 아버지는 한평생 허공에 매달려 수염만 허옇게 뿌리를 내렸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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