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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깨우치는 한마디

[정민의 세설신어] [428] 문유삼등(文有三等)

by 맥가이버 Macgyver 2017. 8. 3.

 

 

 

 


 

 




  

 

문유삼등(文有三等)  

  

 

[정민의 세설신어] [428] 문유삼등(文有三等)


표현이 멋지거나 화려한 글이 좋은 글은 아니다.

내용이 알차다고 해서 글에 힘이 붙지도 않는다.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눈길이 깃들어야 한다.


송나라 때 장자(張鎡·1153~1235)가 엮은

'사학규범(仕學規範)' 중 작문에 관한 글 두 단락을 읽어본다.

"문장을 지을 때는

문자 너머로 따로 한 물건의 주관함이 있어야만 높고 훌륭한 글이 된다.

한유(韓愈)의 문장은 경술(經術)로 글을 끌고 나갔고,

두보의 시는 충의(忠義)에 바탕을 두었다.

이백 시의 묘처는 천하를 우습게 보는 기상에 있다.

이는 보통 사람들이 미치지 못하는 지점이다


(凡爲文章, 須是文字外別有一物主之, 方爲高勝.

韓愈之文, 濟以經術. 杜甫之詩, 本於忠義.

太白妙處, 有輕天下之氣. 此衆人所不及也)."

글을 읽고 그 사람이 보여야 좋은 글이다.


백 시의 아우라는

술이 얼큰해서 바라보는 호방한 시선에서 빚어진다.

어떤 권력이나 권위도 그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두보의 시를 읽을 때 글자마다 맺힌 그의 성실한 진심과

위국애민의 마음을 어찌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글 너머로 작동하고 있는 한 가지 물건이 있어야,

어떤 글을 써도 그 사람의 빛깔이 나온다.

수사가 뛰어나고 주장이 제아무리 훌륭해도

이 한 가지 물건 없이는 그저 그런 글이 되고 만다.

어찌해야 이 물건을 얻을 수 있나?

우리가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다.


정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