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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깨우치는 한마디

[정민의 世說新語] [468] 구사비진 (求似非眞)

by 맥가이버 Macgyver 2018. 5. 24.

구사비진 (求似非眞)
 
 
[정민의 世說新語] [468] 구사비진 (求似非眞)
 
 
청나라 원매(袁枚)가
"속시품(續詩品)" '저아(著我)'에서 이렇게 말했다.
 
"옛사람을 안 배우면 볼 만한 게 하나 없고,
옛사람과 똑같으면 어디에도 내가 없다.
옛날에도 있던 글자, 하는 말은 다 새롭네.
옛것 토해 새것 마심, 그리해야 않겠는가?
맹자는 공자 배우고, 공자는 주공 배웠어도,
세 사람의 문장은 서로 같지 않았다네.

(不學古人, 法無一可.
竟似古人, 何處著我. 字字古有, 言言古無.
吐古吸新, 其庶幾乎. 孟學孔子, 孔學周公, 三人文章, 頗不相同.)"
 
정신이 번쩍 든다.
제 말 하자고 글을 쓰면서 옛사람 흉내만 내면,
끝내 앵무새 소리, 원숭이 재간이 되고 만다.
덮어놓고 제소리만 해대면 글이 해괴해진다.

글자는 옛날에도 있었지만,
그 글자를 가지고 글을 써서 옛날에 없던 글이 나와야 좋은 글이다.
묵은 것은 토해내고 새 기운을 들이마셔야 제 말 제소리가 나온다.
주공에서 공자가 나왔고, 공자를 배워 맹자가 섰다.
배운 자취가 분명하나 드러난 결과는 판이하다.
잘 배운다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연암 박지원이 이 말을 받아 말했다.

"왜 비슷해지려고 하는가?
비슷함을 구함은 진짜가 아니다.
세상에서는 서로 같은 것을 '꼭 닮았다'고 하고,
분간이 어려운 것을 '진짜 같다'고 한다.
진짜 같다거나 꼭 닮았다는 말에는 가짜이고 다르다는 뜻이 담겨 있다.

(夫何求乎似也, 求似者非眞也.
天下之所謂相同者, 必稱酷肖.
難辨者亦曰逼眞.
夫語眞語肖之際, 假與異在其中矣.)"

비슷한 가짜 말고 나만의 진짜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녹천관집서(綠天館集序)'에 나온다.
법은 옛것 속에 다 들어 있다.
있는 법에서 없는 나, 새로운 나, 나만의 나를 끌어내야 진짜다.

같아지려면 같게 해서는 안 된다.
똑같이 해서는 똑같이 될 수가 없다.
다르게 해야 같아진다.

똑같이 하면 다르게 된다.
같은 것은 가짜고, 달라야만 진짜다.
그런데 그 다름이 달라지려 해서 달라진 것이 아니라
같아지기 위해 달라진 것이라야 한다.

옛 정신을 내 안에 녹여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면 무엇을 해도 새롭게 된다.
그러지 않으면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한 것을 새롭다고 착각하는 수가 있다.

이 분간을 세우자고 우리는 오늘도 공부를 한다.


정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